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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경제윤리라는 것은 천민자본주의의 경제윤리와 대단히 유사합니다. 천민자본주의로 불평등한 사회가 지속되면 민주주의의 기반도 훼손되고 사회 통합도 약해집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한국 사회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다시 읽어볼 만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세기에 서유럽에서 등장한 자본주의는 인류의 부를 크게 늘려준 훌륭한 발명 중 하나다. 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의 모습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나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나 돈으로 뭐든 해결하려는 배금주의 등 자본주의의 부작용들은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향후 한국의 자본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0월 6일 열린 '사회학 고전읽기' 두 번째 특강에서 "한국 사회에는 합리적 경제 윤리가 없는 상태"라며 "19세기 초기 자본주의를 가능케 했던 '자본주의 정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교재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 교수는 "천민자본주의가 만든 사회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면서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활성화와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국가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개신교 금욕주의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사회학 고전읽기' 강의를 하고 있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학 고전읽기' 강의를 하고 있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권우성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독일의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가 19세기 서유럽에서 자본주의와 경제적 합리주의가 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사회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막스 베버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를 가능케 했던 자본주의 정신의 특징으로 합리적인 이윤 추구와 지속적인 자본의 재생산, 절제와 금욕을 꼽으며 이런 자본주의 정신들이 칼뱅주의의 영향을 받았던 감리교나 침례교의 교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 시기 자본주의에서는 근면, 검소, 시간 엄수, 정직 등이 대단히 중요한 가치로 작용했고 자본가들에게서는 모두 일종의 소명의식이 발견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프로테스탄티즘(칼뱅주의의 영향을 받은 개신교)의 예정론과 소명의식이 절제와 검약과 합리적 계산으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정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베버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예정론이란 인간이 사후 구원받을 운명은 신으로부터 미리 확정되어있다는 프로테스탄티즘 교리다. 이 교리는 '신이 정해준 해야 할 일(직업)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므로 인간은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고 버는 돈을 아껴서 자신의 일을 더욱 크게 늘려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이어졌다. 프로테스탄티즘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번창하면 할수록 자신이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고 바로 이 지점에서 자본주의 정신이 형성되었다는 얘기다.

"칼뱅에 앞서 종교개혁을 하고 프로테스탄티즘의 물꼬를 텄던 마르틴 루터가 성서를 번역하면서 '직업'이라는 말로 '베르푸(Beruf)'라는 단어를 씁니다. 원래 독일어 '베르푸'는 '부르다'라는 의미입니다.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신이 그렇게 사명을 준 것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구원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간이 현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신이 준 사명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고 실제로 서유럽의 프로테스탄티즘 신도들은 사명을 이루기 위해 욕망을 매우 절제하는 검소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김 교수는 "베버는 근대 자본주의가 종교에서 비롯됐다는 자신의 연구를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이후의 저작으로도 확장시켰다"며 "종교가 사회에서 차지한 역할들이 있고 그런 이유 때문에 동양과 서양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베버는 왜 근대 자본주의가 서유럽에서만 나타나는지에 주목했어요. 중국의 송나라나 명나라도 길드나 화폐 경제, 많은 양의 상품생산 등 자본주의의 조건들이 나름대로 갖춰져 있었거든요. 인도도 마찬가지죠. 베버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이후에 <유교와 도교> <힌두교와 불교>라는 책을 씁니다. 베버는 이 책에서 '중국에서는 유교의 선비계급이, 인도에서는 내세 위주의 사고방식이 자본주의의 등장을 막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천민자본주의, 사회 지속 어렵게 해"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풀빛
막스 베버가 파악한 자본주의의 핵심 원리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소명의식이었다. 그는 이 윤리가 결여되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만을 추구하려고 할 때 자본주의가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한다고 설명했다. 황금만능적인 배금주의와 사회 도덕성의 결여, 빈부격차 등이 천민자본주의의 특징이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 경제 윤리는 무한한 욕망 충족 수단에 있다"며 "대단히 이기적인 탐욕이 압도적이며 서구의 자본주의 윤리에서 관찰되는 절제와 검약은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국 자본주의는 천민자본주의로 인한 사회 불평등 심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불평등은 사회 통합을 약화 시켜 민주주의의 기반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 회의를 불러일으킵니다."

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빈곤율은 점점 악화되어 지금은 거의 구조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며 "전체 국민 중 중산층의 비율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빈곤율 증가와 중산층 비중 감소로 상징되는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자리 창출 중심 성장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복지정책을 비롯한 사회정책의 강화를 꼽았다.

"여성, 청년, 노인 친화적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고용률을 선진국의 70% 수준으로 높여야 해요. 또한 비정규직 비율을 OECD 평균인 25%까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상생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대기업에 지나치게 경제를 의존하는 구조인데 한국의 전체 고용구조를 보면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0% 정도 입니다. 실제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사실상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있어서 일자리를 갖게 함으로써 양극화를 해소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교과서적 해법이지요. 지금보다 중소기업에 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 교수는 "고용이 살아나면 복지를 강화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며 "서민들에게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주거비용절감이나 자녀교육비 지급, 노인요양시설 확충 등의 정책패키지 도입이 시급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강의를 마쳤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현재 진행 중인 '사회학 고전읽기' 강좌에 이어 오는 11월 3일부터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을 점쳐보는 '사회학 고전읽기 시즌2' 강좌를 마련했다.

'사회학 고전읽기 시즌2' 강좌에서는 이매뉴얼 윌러스틴의 <근대 세계체제 1>과 마뉴엘 카스텔의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와 앤서니 기든스의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등 4가지 교재를 통해 20세기 이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회 변동들과 그 의미에 대해 되짚어볼 예정이다.

☞ [클릭] 김호기 교수의 '사회학 고전읽기 시즌2' 특강 신청하기


#김호기#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사회학#고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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