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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주요20개국 정상회의(G20)에 대해,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13일 "서울에서 열릴 G20 회의에서 내실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매일경제> 주최로 열린 제11회 세계지식포럼 참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어떤 집이 불이 났을 때는 불을 끄기 위해 서로 공조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G20 같은 회의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루그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등을 주장해 왔으며, 진보적 성향의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특히 그동안 미 민주당 경제정책을 꾸준히 지지해 왔고,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쳐온 인물이다.

"환율 조작하는 중국에 대해 특별 제재조치 취해야"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두고 미국, 유럽 등과 벌어지고 있는 '환율 전쟁'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특히 이날 한국에 온 중국 재무차관의 "중국 정부가 환율을 조작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은 분명히 환율 문제에 개입하고 있으며, 위안화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고선 하루 아침에 중국이 2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유독 중국과의 무역에서만 이같은 환율 문제가 벌어지고 있으며 다른 나라와는 문제가 없다"면서 "세계 무역 규범에 어긋나는 이같은 중국의 조치에 대해 특별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서울에서 열릴 G20회의에서 중국의 이같은 환율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함께 설득에 나서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미국보다 경제위기 먼저 극복... G20 내실있는 결과 어려워"

그는 이어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은 여전히 저성장과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으며,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사실상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한국 등 신흥국가의 경제 상황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이 미국보다 경제위기를 먼저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금융위기는 한국의 탓이 아니라 순수하게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단기적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과 함께 무역이 증가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통화당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금리 결정은 각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미국처럼 디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굳이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그는 답했다.

그는 이날 오후에 가진 '글로벌 경제'라는 주제 강연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여전히 낮은 성장과 높은 실업으로 향후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년 전보다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이 재연되거나, 그같은 침체기에 빠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은 또 하나의 대공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들 국가에선 그동안 경제 정책의 초점이 흐려지고 일관성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선진국, 저성장-고실업 경기침체... 또 하나의 대공황"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선진국들은 현재 또 하나의 대공황을 겪고 있다"면서 "이는 경기 회복이 아니라 장기적인 저(低)성장과 높은 실업으로 인한 경기침체"라고 전망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이 극복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인 재정확대 공조와 함께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후  고용이 늘고 민간 부문에서 재정상태가 나아졌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긴축재정을 했지만 민간에서 이를 흡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공조를 취하긴 했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는 여전히 경기회복에는 미흡하다면서 대대적인 공공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에 대해, 미국 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지출과 통화 확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이에 따라 국가 재정적자만 커질 것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이에 대해 그는 "단기적인 재정적자 우려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이같은 재정지출 확대로 인해 향후 10년, 20년에 걸쳐 재정이 악화된다는 것은 가설에 불과하다"면서 "일어나지도 않은 가설을 두고, 현재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이패드 하나 가지고는 어려워... 혁신적인 구조조정 있어야"

그는 과거 일본의 예를 들면서 "과거 90년대 부동산버블과 함께 잃어 버린 10년이라며 침체를 경험해 온 일본의 경우 국가부채 규모가 미국 등 다른나라보다 훨씬 높다"면서 "재정적자로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지만 일본에선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 경기회복이 있기 위해선 대대적인 구조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미 애플사가 올해 내놓은 태블릿 컴퓨터인) 아이패드 하나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면서 "경제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 혁신이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재로선 이런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의 인위적인 환율개입에 대해서도 재차 비판했다. 그는 "환율에 개입해 수출품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입품에 대해선 관세를 부과하는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면서 "국제무역 규범에 어긋나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 역시 당장 중국이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상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과 통상마찰이 일어나며,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좀 더 낙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것 같다"면서 "우리는 최악의 금융위기를 대처하는 것에 실패한 것 같고,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어두운 상태로 남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폴 크루그먼#세계지식포럼#환율전쟁#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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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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