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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삼성 지난 12일 반도체대전에서 반올림활동가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죽음의 삼성지난 12일 반도체대전에서 반올림활동가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반올림

'핸드폰 없으면 원시인이다'는 말도 옛말이다. 이제 스마트폰 정도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시대다. 그런데 14일 국회앞에선 핸드폰과 스마트폰 옆에서 하얀 방진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들 노동자들 위에는 장미꽃이 뿌려진다. '정부는 이들을 외면하지 마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검은 천 위에 말이다. 우리가 현재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과 스마트폰이 이들 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 속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의미다. 

14일 오전 11시. 국정감사로 바쁜 국회 앞에서,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들 시민사회단체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지난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된 '삼성 백혈병'문제다.

현재 삼성반도체 및 전기 생산 공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 중에 처한 희생 노동자 수가 96여명에 달하고 그 중 사망자가 32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이들 노동자들의 질병과 삼성공장의 작업환경간의 인과관계를 노동자들이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일반 국민들이 백혈병에 걸릴 확률과 삼성반도체 전체노동자 중에서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비슷하거나 낮기 때문에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삼성경영진의 주장이지만, 노동부장관을 비롯한 정부기관역시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근로복지공단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대한 철저한 국정감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영신 '환경정의' 사무총장은 "노동자들의 환경을 지키는 것이 소비자의 환경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생산해야만 산업공해를 줄일 수 있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다.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작업환경문제가 비단 해당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를 일으킨 해당기업이 (산업재해가 아님을)증명하지 않고, 삼성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를)입증하라고 한다"며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이어나갔다.

"근로복지공단이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업재해를 인정하라!"
"정부는 산업재해 입증책임 완화하라!"

마지막 발언자로 나온 참여연대의 박원석씨는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영업비밀은 없다"면서 삼성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삼성공장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넘기면서도 정작 입증에 필요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08년 역학조사를 벌여, 삼성노동자들의 질병에 대해 '업무관련성이 낮다'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조사에 대해 '당시 작업환경을 재현의 한계, 화학물질정보의 부족 및 신뢰문제, 제한적인 작업환경측정결과' 등을 들어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첨예한 진실공방은 최근 서울대 자문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일단락 됐다.

이 보고서는 삼성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조사기간동안(6개월) 46차례의 가스사고 유출이 일어났고, 화학물질의 관리가 부실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밝혀내지 못한 것을 민간연구소가 밝혀내면서 체면을 구긴 것이다.

이날 보도자료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삼성이 제출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검토하고 몇 가지 화학물질에 대해서만 공기 중 시료 측정을 벌여 발암물질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단한 퍼포먼스를 마친 참석자들 중 일부는 국회안의 국정감사장으로 향했다. 국회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날을 기대해본다. 한편, 이 날 기자회견은 국제민주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좋은기업센터, 참여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환경정의가 주최하였으며, '대학생사람연대'소속 대학생들도 함께 했다.


#삼성반도체#반올림#산업안전공단#근로복지공단#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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