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이 14일 "현재 육군은 내부적으로 주적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육군에서 주적개념을 사용하느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황 총장은 이같이 밝히고 "야전에서 정신교육을 할 때 주적개념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상급기관인 국방부에선 주적 개념을 안 쓰는데 육군에서 쓰는 것은 정책의 미스매치(불일치)"라며 "장관의 지시사항이 아닌데도 총장이 쓰는 것은 항명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황 총장은 "(국방장관은) 국방백서에 주적 개념을 명시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며 국방부에서 (주적개념을) 쓰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권이섭 육군본부 정훈공보실장(준장)도 "장병정신교육 기본교재에 북한군이 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이 지난달 전 군에 배포한 '2010 육군정책보고서' 24쪽에도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라는 표현이 명시되어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발간된 육군 정책보고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직접 기록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한 표현은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나온 북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 여파로 1995년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고,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국방백서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대체된 바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발간된 2008년 국방백서에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ㆍ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군사력 전방 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천안함 사건 직후 '북한=주적' 개념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우리 군이 지난 10년 동안 주적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며 "발밑의 위협을 간과하고 한반도 바깥의 잠재적 위협에만 치중했다"고 밝혀 정부가 주적 개념을 다시 쓰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정부가 이달 중 발간할 예정인 국방백서 초안에 북한이 주적이라는 표현을 넣지 않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육군이 주적 개념을 고수하는 것은 군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천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