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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처럼 복원한 대형 거북선 안에서 다정한 친구와 마주앉아 음악을 감상하면서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이순신 장군이 돼 보기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노 젓는 노군이나 수군 병사가 되어보는 것도 운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측면에서 본 거북선. 거북선이 무척 큰데요. 맨 앞은 무대, 뒤쪽은 주방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측면에서 본 거북선. 거북선이 무척 큰데요. 맨 앞은 무대, 뒤쪽은 주방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 조종안

군산 시청 공용주차장 맞은편 길가에는 임진왜란 때 왜군을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북선 한 척이 위용을 드러내놓고 있는데요. 입속의 빨간 여의주가 돋보이는 용머리와 갑판에 솟은 뾰쪽뾰쪽한 창들은 TV 역사드라마에 등장했던 거북선을 무색하게 합니다.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아닌 시내 중심가에서 대형 거북선을 보니까 처음에는 의아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시청 앞이면 노른자위 땅이니까 상가를 지어 영업하든가, 세를 내주는 게 상식인데 부득이 거북선을 지어놓은 저의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버스를 타고 오가면서 언제 한번 들러봐야겠다고 마음으로만 다짐하다 엊그제는 작심하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입구가 뒤편이어서 돌아가야 했는데요. 갑옷으로 무장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을 지나려니까 기념관에 온 기분이 들더군요. 그림으로만 봐오던 노량해전이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실제 거북선 같은 실내 분위기

 

 거북선 레스토랑 입구. 실제처럼 복원해놓아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거북선 레스토랑 입구. 실제처럼 복원해놓아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 조종안

나무로 된 계단을 밟고 올라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니까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실내는 역사에 나오는 거북선처럼 2층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마치 거북선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카운터에 있던 젊은이가 인사하며 "몇 분이세요?"라고 묻는데 손님이 아니어서 미안했습니다. 지나가다 건물이 특이해서 구경하려고 왔다니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기에 명함을 건넸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로 안내했습니다. 젊은이가 주인(28세)이더군요.

 

거북선 건물 임자는 따로 있고 자기는 세를 얻어 영업하고 있다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모형 거북선 중에 가장 컸는데요. 지어진 지 10년이 넘었고, 커피와 팥빙수, 돈가스와 스테이크 등을 파는 레스토랑으로 1,2층 합해서 2백 평쯤 되며 테이블이 34개여서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거북선 내부. 높은 천정과 휘어진 서까래가 옛날 한옥을 연상시켰습니다.
거북선 내부. 높은 천정과 휘어진 서까래가 옛날 한옥을 연상시켰습니다. ⓒ 조종안

 중앙 분리대 위의 모형 거북선. 창마다 가운데에 거북선 장식을 붙여 거북선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중앙 분리대 위의 모형 거북선. 창마다 가운데에 거북선 장식을 붙여 거북선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 조종안

목재를 사용한 기둥과 인테리어는 높고 넓은 공간을 아늑하고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과 월명공원의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어 분위기를 더했는데요. 기회가 되면 가족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설치해놓는 등 실내를 다양한 용도로 꾸며놓았는데요. 건물에 어울리도록 여기저기에 모형 거북선을 진열해놓고 있었습니다. 대포를 설치한 자리마다 테이블이 놓여 있어 창밖 시내풍경이 환하게 보였는데요. 동으로 만든 거북선 장식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이용해 먹는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음식재료에 신경을 쓰고 행동도 무척 조심스럽다는 주인은 부모를 따라오는 어린이들에게 이순신 장군을 알리려고 노력한다며 당포해전, 한산대첩, 명량대첩, 노량해전 등 거북선이 출전해서 대승했던 주요 해전사를 요약해 놓은 인쇄물을 보여주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수군병사들을 생각나게 했던 주먹밥

 

 돈가스에 따라 나온 주먹밥. 맛도 맛이지만, 거북선과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을 말해주고 있어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돈가스에 따라 나온 주먹밥. 맛도 맛이지만, 거북선과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을 말해주고 있어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 조종안

주인이 주먹밥 자랑을 하기에 돈가스를 하나 시켰더니 김과 날치알을 넣고 참기름에 버무린 주먹밥이 나왔는데요. 표현하기 어려운 고소한 맛이 별미였습니다. 향긋한 김 냄새가 입안을 감돌았고, 날치알이 하나씩 터지며 씹히는 느낌이 맛을 더해주더군요.  

 

주인은 임진왜란 때 목숨을 걸고 왜군과 싸웠던 수군 병사들은 물론, 거북선과 판옥선이 돌진할 수 있도록 땀을 흘리며 노를 저었던 노군들이 주먹밥 하나로 끼니를 연명했다면서 당시를 회상해보자는 의미에서 개발한 아이템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옆 건물에서 내려다본 거북선. 갑판에 솟은 뾰쪽뾰쪽한 창들이 옆 건물들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옆 건물에서 내려다본 거북선. 갑판에 솟은 뾰쪽뾰쪽한 창들이 옆 건물들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 조종안

거북선 건물이어서 터져 있는 공간이 많아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역사적 소명을 가지고 이순신 장군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 손님을 상대로 이순신 장군의 호국 정신과 백전백승을 자랑하는 해전사 등을 홍보하는 이벤트 계획도 밝혔습니다.

 

낮에는 직장인이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커피를 마시러 오는 대학생과 외국인, 군산을 처음 찾는 관광객도 많다고 합니다. 관광객 중에는 신기하다는 분도 있고, 이순신 장군 생각이 난다며 고맙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칭찬을 들을 때는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습니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과 가족단위 손님이 많은 저녁에는 서비스 차원에서 매일 밤 2회(7시 30분, 8시 30분)에 걸쳐 '7080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고 합니다. 1회 공연 시간은 30분 정도라고 하더군요. 

 

깊어가는 가을에 가족과 연인이 한 번쯤 거북선 레스토랑에 들러 모든 메뉴에 옵션으로 나오는 고소한 주먹밥 맛도 보고, 향긋한 커피잔을 앞에 놓고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거북선#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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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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