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릉(세종대왕 묘)이 4대강 사업으로 침수될 수 있단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문화재청이 '백제 불교 문화의 보고'인 왕흥사지에 대해 도면 검토만으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승인을 해줘 4대강 사업을 강행토록 했단 사실이 드러났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20일 "왕흥사지 유적에서 불과 200여 미터밖에 안 떨어진 4대강 사업 금강 6공구 공사가 문화재청의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승인 허가 전 시작됐단 의혹이 문화재청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며 "문화재청이 '문화재 지킴이'가 아닌 '4대강 사업 조력자'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지난 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금강 6공구 일대에서 시공업체가 왕흥사지에 대한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승인 허가 전 공사를 강행했다"며 5월 12일 촬영한 공사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문화재청 현상변경 승인 허가는 촬영일시보다 보름가량 늦은 5월 27일에 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잠정 등록된 '공주·부여 역사유적'의 하나인 왕흥사지는 사적 427호로 국가지정문화재. 문화재보호법상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500m 이내의 개발행위에 대해선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가 꼭 필요하다.
당시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금강보, 부여보 건설이 문화유산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선 사전 영향 평가를 다 받았다, 세계문화유산 관련 전문가도 참여를 했다"며 장 의원 등의 지적을 반박했다.
그러나 이 청장의 답변은 거짓이 되고 말았다. 문화재청은 지난 19일 사실 확인 결과 "6공구의 수상공연장 등은 문화재 구역 밖에서 (현지조사가) 이뤄지고 사업 내용이 5공구와 유사해 도면 검토로 수상공연장의 규모와 위치를 조정토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문화재 구역 밖이어서 도면 검토만 했다는 문화재청의 보고는 책임회피용 변명에 불과하다"며 "현행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구역 밖이라도 500m 이내의 개발 행위에 대해서는 문화재 구역과 동일하게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6공구에 대한 현지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은 6공구가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부여)보 설치가 예정된 곳이기 때문"이라며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문화재청 등 모든 허가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불법 공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된 6공구의 시공업체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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