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섭리랄까. 꽃이 피면 벌과 나비가 모여들게 마련. 그렇지 않다면 꽃이 핀들 무슨 소용. 연륜이 쌓여 사물을 보는 눈이 생기면 꽃은 나무에만 피는 게 아님을 알게다.
사랑에는 사랑 꽃이, 눈에는 눈꽃이, 웃음에는 웃음꽃이, 음식에는 음식 꽃이 피는 등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걸 알게다. 특히 음식 꽃은 음식에 소스와 데코레이션까지 더해져 눈으로 먹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지친 심신의 피로는 음식 꽃으로 다스리는 게 제격일 터. 어떤 음식 꽃으로 심신의 피로를 풀까? 하여, 지인의 승진 축하 겸 4쌍의 부부가 찾은 곳이 웰빙 한정식 집이었다.
남도 다도해 풍경과 토속 효소가 빛나는 한정식집여수시 화양면 용주리에 위치한 산 너머 바다 위 '목장원'. 뒤편의 정원에서 보는 화양면의 바다는 동양화였다. 이런 곳이 있으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곳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한정식 집이다. 그렇지만 한정식이 자랑하는 음식 꽃에 자연 풍광이란 운치까지 더해져 입맛이 절로 나는 곳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주인장 조헌숙씨가 수년 간 직접 만들어 온 녹차 잎, 사과, 깻잎, 참나물 등의 효소를 재료로 음식을 낸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중국산과 인스턴트 맛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치자 물로 지은 '치자 밥'의 연한 향이 압권한정식의 묘미는 육해공을 한꺼번에 즐기는 것. 전복, 참치, 삼치, 문어, 소라, 키조개, 농어, 날치 알, 대하 찜, 궁중 떡 잡채, 십전대보탕, 오리 삼겹살 바비큐, 낙지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쾌락이었다.
이러한 음식에는 사과 소스가 곁들어져 상큼함이 더했다. 이는 해산물의 비릿함과 육식의 느끼함을 함께 덜어내기 때문이었다. 먹는 즐거움에 승진의 기쁨까지 얹어진 터라 일행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밥이었다. 보통 고기를 배터지게 먹더라도 밥 들어갈 공간은 따로 있는 우리네였다. 다른 게 맛있더라도 밥맛이 없으면 음식 평가에서 제로로 떨어지는 게 관례이기도 했다.
이곳의 치자 물로 지은 '치자 밥'은 연한 향을 품으며 입안을 살살거리다 과식한 배속의 부글거림을 억제했다. 역시 색다름이 음식점을 빛내는 요소였던 게다. 별 다섯 개를 최고로 친다면 별 네 개 반은 주고 싶은 곳이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