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5일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안 '분리처리' 방침을 철회했다. 앞서 민주당은 SSM 규제법안 중 하나인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한 뒤 오는 12월 9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을 처리하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그러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2일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생법 처리에 대해 반대 뜻을 명백히 밝히면서,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분리처리'를 택했던 민주당의 방침도 급선회했다.
당 지도부에서 먼저 김 본부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SSM 규제법안 '분리처리' 방침을 비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SM규제법안은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변화된 민주당의 리트머스 용지"라며 "유통법과 상생법은 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당력을 걸고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의 존재 의의가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이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상생법은 안 된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는데 본회의 처리 전에 (상생법 처리에 대한) 쐐기를 박는 확인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EU FTA 협상에서 프랑스, 벨기에 등 7개국에선 한국의 대형마트에 대한 허가제를 못 박아놓고 우리 쪽은 무사통과로 터준 것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즉각 정 최고위원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였다. 그는 "수퍼마켓협동조합 등 일부 이해단체에선 순차통과(분리처리)를 원했고 중소기업청이 시행규칙을 새로 만들어 더 이상 SSM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에 (분리처리에) 합의했던 것"이라며 "상생법 처리가 안 된다면 우리 민주당이 합의를 지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아울러, "(유통법 처리를 위해) 오늘 예정됐던 법사위와도 협의를 하겠다"며 "민주당은 합의정신을 깨는 정부·여당의 책임을 물으며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결론은 쉽게 났다. 우윤근 법사위원장과 협의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과 긴급 협의를 했다, 오늘 법사위 소집을 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또, "김 본부장이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FTA대책위에서 '상생법 통과에 대해 EU에서 강력한 통상문제 제기를 하고 있고 이미 영국 등에서 이에 항의하는 레터가 7차례나 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다시 밝혔다"며 "정부·여당이 이 문제에 대해 조율하지 못하고 우리와 협의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서민을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에 SSM의 위장 개업 등 지금도 진행되는 피해를 막아보려 했지만 정부·여당에서 약속을 깼다"며 합의 불발의 책임이 여당 쪽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로써 SSM 규제법안 분리처리 방침으로 다소 균열이 생겼던 민주당과 다른 야당 간의 공조 관계는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노동당 의원단 전원은 SSM 규제법안 분리처리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이날 유통법 법사위 처리를 막기 위해 우윤근 법사위원장을 면담했다. 진보신당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SSM 규제법안 분리처리 방침을 지적하며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야4당과 공조해 상생법과 유통법을 함께 처리하고 명백히 협상에 실패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탄핵 및 협정문 수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생법과 유통법은 이 정권의 친서민정책과 공정사회 얘기가 얼마나 가짜인지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홈플러스 등 특정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명박 정권과 600만 명의 소상인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