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범죄, 그 강도와 치밀함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데요. 특히 대구의 경우 성폭력 사건이 많이 증가하고 있어서 더욱 걱정입니다.
지난 20일 대구지방경찰청 국감에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09년(742건) 대구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2007년(590건), 2008년(615건)에 비해 각각 25.8%, 20%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2008년(47건)에 비해 2009년(85건)에 81%가량 늘어났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는 아동성범죄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유독 대구는 증가하고 있다고 하네요.
[대구 성범죄 급증] 범죄피해자는 어떻게?
지역 신문들은 이 내용을 주요하게 보도하고 있는데요. 기사를 보고 있으면 두 가지 의문이 듭니다. 첫째는 왜 다른 지역에 비해 대구에서 아동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고, 둘째는 성범죄 피해자들, 즉 가족이나 당사자는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지입니다.
대구의 아동성범죄 증가 원인이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의 주장처럼 '대구 경찰의 범죄 대처 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인지 그 시시비비는 국정감사에서 또는 경찰 스스로 원인을 분석해야 할 것 같지만, 성범죄 피해자들이 어떤 상황인지 여부는 언론이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인권'팀에서는 9월 말~10월중순까지 '범죄피해자 구조제도'와 관련된 자료를 공부하고, 부산과 대구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신문뉴스를 모니터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동안 몰랐던 헌법 30조에 명시된 범죄피해자구조제도와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 주제와 관련 부산과 대구지역 신문뉴스를 분석해본 결과 부산지역 신문의 경우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독자에게 설명하고 제도개선이 필요함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구지역의 경우 대부분 단신 형태의 보도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해당 제도를 인식하고 정보를 얻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세계일보] '범죄피해자 구조제도 헌법 30조', '범죄피해자 지원 선진국 가다'개념도 생소한 '범죄피해자 구조제도'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2008년 한국기자협회 기자상을 받은 <세계일보> '탐사기획 : 범죄피해자 구조제도 헌법 30조를 아십니까'와 2010년 언론인권센터 인론인권상 특별상을 수상한 <세계일보> '기획 : 범죄피해자 지원 선진국을 가다 : 日·英·美 현지 기획취재'를 함께 읽었습니다.
<세계일보> '탐사기획 : 범죄피해자 구조제도 헌법 30조를 아십니까'(2008년 12월 16일~20일까지)는 ▲실종된 피해자 권리 ▲커지는 마음의 상처 ▲쥐꼬리 예산도 남아 돌아 ▲유명무실한 지원센터 ▲피해자를 위해 울어라 등 총 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계일보>측은 탐사기획을 시작하며 "30년 전 한 아이가 동급생에게 살해됐다, 살인범은 소년원에서 새 인생을 출발해 변호사가 됐지만 희생자의 어머니는 기억상실증, 여동생은 대인공포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웃 일본의 얘기지만 우리나라 범죄피해자들도 같은 고통에 시달린다"며 "우리나라 헌법 30조는 '범죄피해자는 법률에 따라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허술하기만 한 국내 범죄피해자 구조제도의 실태와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종된 피해자 권리'에서는 "1997년 범죄피해자 구조법, 2005년에는 범죄피해자보호법이 만들어졌다. 전국 각지에 56개 범죄피해자지원센터까지 구축된 상태지만, 우리나라 범죄피해자들은 여전히 국가와 사회로부터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범죄자의 인권보호와 갱생에는 많은 예산을 쓰고 수많은 사회단체와 복지법인 들이 발벗고 나서지만, 범죄피해자들을 위한 사회단체 등은 찾기 힘들고 쥐꼬리 만한 범죄피해자 지원예산 증액 문제는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더 큰 문제는 범죄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국민들의 태도"라며 "살인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 언론오보와 보복범죄로 인해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 피해상황"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밝힌 '언론의 잘못된 보도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성명, 나이, 직장명, 집주소 등 모든 인적 사항을 공표하는 경우② 성은 밝히지 않고 이름과 나이만을 공표했으나 근무하는 직장주소, 직장명 등을 적시,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경우③ 성폭행 당한 소녀의 성과 나이만을 공표했으나 가해자의 의붓아버지의 신원을 공개해 피해자를 알게 하는 경우④ 피해자의 성과 나이만을 공표했으나 근무하고 있는 업소 또는 기고하고 있는 보육원 등의 명칭과 위치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누구인지 알게 하는 경우. [범죄 피해자들] 마음의 상처 치유보다는 '빨리 잊혀졌으면...''▲커지는 마음의 상처'에서는 "범죄 유형별 외상후 스트레스와 현재·평생 장애율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범죄피해자들은 악몽을 통한 범죄 상황을 재경험하고, 수면장애, 대인기피중을 공통적으로 경험하게 됨으로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들을 보호지원해야 하는 사회적 인식도 부족한데다, 2,3차 피해에 시달리기 일쑤인 피해자들도 자신의 고통도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기 보다는 사회로부터 잊혀지기만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쥐꼬리 예산도 남아 돌아 ▲유명무실한 지원센터 ▲피해자를 위해 울어라'에서는 "헌법 30조에서 약속한 대로 정부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구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급 범위가 지나치게 좁고 금액도 적은데다 복잡한 서류로 인해 피해자 대부분이 아예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범죄피해자를 돕기 위한 지원센터가 전국 56곳(2008년 상황)이 있지만, "예산과 인원이 열악해서 피해자 구제를 할 수 있는 조건에 많은 점이 부족하고, 이들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정부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한편 2009년 9월 14일~16일까지 총 3건의 기사를 편집한 <세계일보>'기획 : 범죄피해자 지원 선진국을 가다 : 日·英·美 현지 기획취재'는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돕는 일본 ▲민관 공조체제로서의 모범인 영국 ▲전미범죄피해자기구 총회 참관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돕는 일본에선 일본과 한국의 피해자지원센터의 차별성을 기술하고 있는데요 첫째, 센터의 상근근로자와 연간 지원활동 수 등이 한국에 비해 월등히 많고, 둘째는 범죄 피해자 가족 모임인 '자조모임'을 통해 서로 고민을 듣고 용기를 북돋아 주며 센터에선 이들의 치료과정을 문서화해 영구히 보관한다고 합니다.
▲민관 공조체제로서의 모범인 영국에서는 법죄피해자지원센터인 빅팀 서포트 이외에 각종 지원단체가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고, '피해자는 한가족'이라는 인식아래 수천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다음 피해자는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소형 현수막을 통해 범죄 예방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범죄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공유한다는 내용도 제시했습니다.
한편 ▲전미범죄피해자기구 총회 참관기에서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4박 5일 동안 진행된 범죄피해자지원기구 총회에 참석, 미국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민간주도형 범죄피해자지원단체와 그들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활동, 정부에서 피해자 기금 확대 현황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범죄 피고인 인권만 강조하는 불평등한 미국의 사법시스템을 바로잡야야 한다"는 콜린 캠벨(미 인권운동가)의 인터뷰도 덧붙였습니다.
[범죄피해자 뉴스] 부산권 다양한 접근, 대구경북권 '행사 소식' 중심헌법 30조 범죄피해자구조제도,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의 기본적 상식을 익힌 후 지역의 <매일신문> <영남일보>와 <부산일보>기사를 검색했습니다. 모니터기간은 2008년 6월~2010년 9월까지였는데요. 시작을 2008년 6월로 정한 것은 대구경북범죄피해자지원센터 홈페이지가 개설된 시점이기도 하고, 기존과는 다른 활동이 시작되리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매일신문>기사는 21건, <영남일보>는 30건, <부산일보>는 40여건의 기사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결론부터 정리하면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대구경북권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일상적 활동을 인물 동정란에 사진기사로 보도한 비율이 높았고, <부산일보>는 범죄피해자 관련 각종 조사자료, 범죄피해자 인권지킴이단, 범죄피해자의 '고통스러운' 삶,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상담 통계 등 다양한 자료가 골고루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매일신문>vs <부산일보>| 동일한 아이템, 다르게 편집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알리고, 피해자들이 이 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도록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언론의 몫일 텐데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주요활동 중 하나는 피해자에 대한 지원활동입니다. 특히 연말연시가 되면 피해자 가족에게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데요.
이를 보도한 <매일신문><영남일보>와 <부산일보>의 접근방식은 다릅니다.
<매일신문>은 2008년 12월 25일 '범죄피해자 가정에 김치 전달'이라며 인물동정란에 사진기사를 싣고 있는데 반해, <부산일보>의 경우 같은 해 12월 1일 '범죄에 울고 무관시에 또 울고'기사를 통해 지난해(2007년) 강력범죄 52만 건 중 구조금 168명이며, 쥐꼬리 지원에 피해나는 눈물만 짓는다는 내용, 부산의 사례와 함께 부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피해자가족에게 구제 지원금을 전달한 내용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매일신문>이나 <영남일보>처럼 인물 동정란에 사진 한 컷 정도로 편집해버리면, 독자들이 생각하기에는 '연말연시 단체 활동'으로 주목을 끌기 힘들지만, <부산일보>와 같이 강력범죄 상황, 구조금 지원 현황, 부산의 사례와 함께 지역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 활동을 소개했을 경우 독자에게 오는 정보의 양과 질이 확실하게 다릅니다.
특히 <세계일보>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88%가 헌법 30조(범죄피해자 구조제도)를 모르고, 90%가 범죄피해구조금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2008년 12월 17일 보도). 결국 시민들 대부분이 범죄피해자구제제도 및 피해자지원센터에 모른다고 가정했을 경우 <매일신문><영남일보>식의 보도는 시민에게도, 피해자에게도,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기사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지역 '범죄피해자 인권지킴이' 돋보여한편 부산지역의 범죄피해자 인권지킴이 활동은 <세계일보>뿐만 아니라 <부산일보>에서도 주요하게 부각하고 있고, 그들의 활동이 꽤나 돋보입니다.
2008년 12월 16일 <세계일보>에는 '살인사건 현장 정리 자원봉사자'인 부산대 2학년 최성근씨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경찰 감식반이 활동을 마친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 현장 뒷정리는 가족의 몫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살인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는 가족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요. 민간단체인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는 '범죄피해현장 무료정리'지원 시스템이 있더군요.
최성근(부산대) 군도 부산범죄피해지원센터에 소속된 '범죄피해자 인권지킴이'(이하 인권지킴이)회원이었습니다.
이들 활동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부산일보>2009년 5월 2일 '범죄피해자 상처 보듬는 '대학생 법조인들' | 범죄피해자 인권 지킴이', '대학생들로 구성 '인권지킴이단이 본 법정'(2010년 4월 14일)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부산지역 대학생들로 구성된 이들은 "재판진행과정, 사회복지 등 일정기간 교육을 받고, 법정 모니터링, 피해가정 멘토링, 범죄 예방 교육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인권지킴이단은 2009년 부산지법과 부산고법 등에서 진행된 102건의 재판을 지켜보며 기록한 '법정 모니터 보고서 179건'을 공개했는데요. 판사, 검사, 변호사들의 태도 등이 빼꼼하게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작성한 박세일 기자는 "대학생의 눈에 비친 부산지역 법정의 모습은 '피해자 가족의 호소를 외면하는 판사, 재판에 무성의한 검사, 늘 지각하는 변호사'"라고 요약하고 있더군요.
대구 범죄피해자지원센터 활동|지역언론 '지역 맞춤형'뉴스 구성해야지난 10월 4일, 대구경북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김국원 사무국장님과 만나서 대구지역지원센터 활동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요. 부산 못지 않은 많은 활동과 감동적인 사연 등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독특한 자료 등을 보유하고 계시더군요.
대구경북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시장, 은행, 관공서 등에 '대구경북범죄피해자지원센터' 홍보물을 배포하고, 경찰과 협조를 통해 사건현장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등 범죄피해자 지원활동 즉 ▲전문상담 ▲현장지원 ▲의료지원 ▲정보제공 등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범죄피해외국인 즉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여성에까지 확대되고 있는데요.
현장에서 진행되는 지원센터의 다양한 활동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매우 빈약합니다. 아니 빈약하기보다는 신문을 읽는 독자에게 호소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활동을 단순하게 보도하기보다는 <부산일보>와 같이 각종 자료를 활용해서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거나, 센터에서 분석한 자료 등을 재구성해 성폭력범죄가 특히 많은 대구지역민들에게 유익한 '맞춤형'정보 구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구경북권 언론인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사건 사고를 예방하는 길은 경찰의 수사력을 강화하는 것도 있지만, 범죄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치료를 통해 범죄 재발을 방지하는 것, 그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 이를 통해 범죄 자체를 예방하는 것까지 문제의식을 확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일컫는 언론에서 '범죄피해자에 대한 시민의식'을 개선시켜주는데 많은 노력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앓고 있는 범죄피해자들이 '삶을 포기'하기보다는 '이웃과 더불어 마음을 나누며 살' 수있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지역언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구경북범죄피해자지원텐터 홈페이지 : www.dgvc.or.kr 덧붙이는 글 | 이 자료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단체협력 사업 <언론의 눈으로 본 인권>모니터 2팀(민진우, 박만수, 박성용, 양선회, 이희봉, 조윤희, 조재형, 채임이, 하성재)에서 조사한 것입니다. 최종 정리는 권유선&허미옥이 했습니다. 10월 25일 발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