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환경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다. 27일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실천>이라는 제목의 지침서를 발간한 것. 주교회의는 지난 3월 4대강 사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에 이어 또 한 번 반대 방침을 확인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제출한 지침서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추계 정기총회에서 발간이 승인됐다.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는 정진석 추기경(서울교구장)을 비롯한 16개 교구의 교구장들로 구성된 천주교 내 최고기구다.
주교회의는 지침서에서 "조상 대대로 금수강산이라 일컫던 우리의 자연환경은 우리의 무관심과 어리석음으로 망가졌고, 지금도 자연파괴는 계속되고 있다"며 "교회는 소외된 '사람' 뿐만 아니라 소외된 '자연'도 함께 염려하고 사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표적 난개발"이라며 "4대강 사업은 오히려 홍수의 위험을 증대시키고, 수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반대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지침서는 ▲한국 생태계 위기의 증상과 원인 ▲창조 질서와 인간의 책임 ▲교회에서 실천 및 사회에서 실천 등 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교구와 각 본당에서 지침서로 활용되는 동시에 천주교 신자들의 생활지침서로도 활용된다.
맹주형 4대강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주교회의가 이번 지침에서 4대강 사업을 대표적인 난개발의 하나로 지적한 것은 지난 3월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낸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며 "환경에 대한 지침서는 한국 교회 최초로 발간된 것으로 구체적인 실천내용과 제안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