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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산 산행길 동영상 충북 단양의 황장산 종주 산행길에 아름다운 기암절경 비경과 아름다운 단풍 지대 산행을 하며 찍은 동영상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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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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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산행을 지속하긴 했지만, 딱히 내 산행 스타일(암릉과 대 슬랩 릿지산행)에 적합한 산행을 하지 못했다. 늘 맘속에 썩 내키지 않는 음식을 마지못하여 먹은 것처럼 어딘가 성에 차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을 하던 차였다.
이때 늘 나와 함께 수요 산행을 하는 "우리산내음 카페"에서 충북 단양군 대강면에 있는 황정산 산행을 떠난다는 공지글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참가 신청을 해놓고 10월 27일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아침 7시 30분 일행들을 만나 황정산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날따라 올해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가 되어 걱정하였지만, 산행하다 보면 웬만한 추위나 더위는 산에서 터득한 인내력으로 이겨낼 수 있기에 큰 걱정 하지 않았다.
사당에서 3시간여 달려 산행 들머리인 '등산로 수리봉입구'라고 쓴 이정표 있는 지점(새로운 도로 개통으로 위치명 없음)에 도착하여 곧바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들머리 초입부터 마치 고가사다리처럼 곧추세운 만만치 않은 코스가 얼마나 빡세게 이어지는지 거친 숨 고르기를 하며 전망바위에 올랐다.
전방에 대 슬랩이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며 구미를 당기는데, 문제는 이날따라 하필이면 암벽용 릿지화를 착용하지 않고 일반 워킹화를 착용하여 은근히 걱정을 하며 대 슬랩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그랬더니 일행들이, 아니 청파님 인수봉 타시는 분이 왜 망설이느냐며 빨리 오를 것을 부추기셨다.
에라 모르겠다. 곧 죽어도 기죽기는 싫은 자존심이랄까. 일단 대 슬랩 암벽에 허리를 바짝 구부리고 손가락에 힘을 주고 치고 오르니 다행히 암릉구간이 미끄러운 바위가 아니고 거칠어 그런대로 한결 편안하게 대 슬랩을 올랐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내가 올라온 대 슬랩을 확인하니, 어림잡아 폭 80여m에 높이 60여m에 경사도가 30도 안팎을 넘는 것 같다. 슬랩 중간과 상단부에는 옛날이 산을 뒤덮었을 '황정목의 후예'들인 분재 같은 노송들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슬랩 지대를 지나면 오솔길로 이어지는 숲길이다. 20여 분 오르면 다시 암릉길이다. 그러나 암릉길은 길지 않다.
오른쪽은 선미봉으로 보이는 수십 길 단애 지역이 되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노송군락으로 뒤덮인 암릉길을 벗어나면 다시 숲길이다. 200m 가량 오르면 왼쪽으로 오버행 바위가 올려다 보인다. 이어 5분 거리에 이르면 오른쪽 선 미봉에서 이어져 온 주능선 삼거리(수리봉 180m, 수 학봉 1.3km, 윗점 2km)에 이른다.
동쪽에 솟아 있는 1079.5m 봉을 대부분의 개념도에 선미봉이라 표시되고 있건만 안내판에는 '수학봉'이라 적혀 있다. 삼거리에서 5~6분 더 오르면 수리봉 정상이다. 이곳에서 잠시 일행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면 수리봉 정상 오르기 전 바위 밑 비트에 '몰지각한 무속인'들이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는 허름한 기도 처가 있는데, 얼마 전까지 촛불을 켰던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혹시 산불의 근원지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이곳 황정산을 담당하는 지자체 행정 당국에서는 겨울이 되기 전 이런 산불 위험 시설물을 하루속히 철거하여 산불 예방을 사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수리봉을 지나 기암 절경 암릉구간을 지나노라면 바로 발아래 올산(858.2m)이 코앞에 보이고 묘적봉(1,148m) 도솔봉(1,314.2m)이 가까운 거리에 보이고, 저 멀리 소백산 연화봉까지 시야가 거침없이 보인다. 북쪽으로 40여 m 거리에 거친 화강암이 방석처럼 반석 지대를 이룬 전망바위에 이르러선 그야말로 사방팔방 막힘이 없는 확 트인 조망이 펼쳐져 일행들을 환호하게 한다.
북동쪽으로 백두대간 상의 소백산, 도솔봉, 묘적봉이 하늘 금을 이루고, 남으로는 백두대간 상 황장산 왼쪽 벌재가 천주봉과 함께 보이고, 서쪽으로는 거대한 분지를 이룬 곡리와 진대 봉이 내려다 보이고, 진대봉 너머로는 용두산과 월악산 영봉 정상도 시야에 들어온다. 북으로는 작은 용아릉 위로 신선봉과 황정산 정상이 거대한 수석 전시장처럼 장관을 이룬다.
수리봉(윗전 1.34Km) 이정표를 지나 진행하는 용아릉 구간은 나처럼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다. 수십 길 낭떠러지 암릉구간을 바들바들 떨며 바위를 껴안고 때로는 밧줄에 매달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암릉 구간을 반복하여 수차례나 좌우 상하로 오르내리며 산행이 지속되는데…. 힘은 들어도 그때의 그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을 만끽하게 된다.
아마 이날 우리 일행들이 영인봉까지 험준한 고도를 치고 올랐다 다시 100여 미터 정도 급강하하기를 아마 그 수를 다 세지는 못하였지다. 하지만 거의 10번은 반복한 것 같다. 그렇게 절대 만만치 않은 위험하고 험한 구간을 사진을 찍으며 진행하다 보면 때로는 내가 무슨 봉을 오르내렸던지 기억이 쉽지 않을 정도이다.
다행히 이날 함께 황정산 산행을 함께한 우리 팀원들이 전원 나름대로 주력이 좋은 회원님들로 구성되었기 망정이지 암릉구간 무서워하고 다리 튼튼하지 않은 회원님 한 분이라도 있었다면 동행이었다면 자칫 이날 우리가 목표한 황정산 종주(대 슬랩 = 수리봉 = 신선봉 = 남봉 = 황정산 = 영인봉 = 대흥사) 코스 산행 계획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산행이었다.
그런데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금년가을 단풍이 예년보다 10여 일 늦다고 하여 혹시 황정산 산행길에 단풍을 만날 것을 기대하였지만, 단풍은커녕 온종일 낙엽만 밟고 산행을 하였다. 아마 올가을 단풍은 이제 더 남쪽에서라면 몰라도 충청권 위쪽 지방에서는 절정의 단풍을 만나기 쉽지 않을 듯싶다.
그래도 다행히 영인봉에서 원통암 방면 계곡 하산길에 올 가을 마지막 노란 단풍 지대를 엿보면서 대흥사 인근 등산로 입구에 하산 완료하는 것으로 이날의 황정산 종주 산행을 6시간에 모두 마쳤다.
계곡에서 잠시 족탕을 마치고 이동하여 충북 단양군 대강면에 있는 '장림산방'에서 청국장과 삼겹살에 이슬이 몇 순배 나눠 마시고 귀경길에 올랐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오후 8시가 채 안 되어 일행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