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나갔더니 겨울 지나고 나오는 '봄동'이 나왔다며 팔고 있다. 자세히 보니 봄동 같기도 하지만 속이 안 찬 작은 배추로 보인다. 올해 날씨는 배추가 봄동이 될 정도로 좋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김장배추가 슬슬 걱정이 된다. 이제 앞으로 길어야 한 달 안에 배추 속이 꽉차는 결구가 되어야 하는데, 이제야 속 채우는 준비를 하는 것들이 태반이다. 나머지는 봄동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한동안 비싼 배춧값 때문에 열무와 무청김치가 밥상에 오르다 보니 평소에 김치에 별로 손이 안가던 아이들도 배추김치를 찾기 시작한다. 뭐든지 귀하면 대접받는다는데 배추김치도 그 반열에 오른 것 같다. 옥상텃밭에서 속을 채우기에는 너무 늦은감이 있는 작은 배추를 뽑아서 김치를 담갔다. 아들학교의 텃밭에 있는 배추도 작은 것들은 지금부터 쌈이나
겉절이 김치로 해드시라고 밥 선생님에게 당부를 해놨다.
노랑속이 없는 배추는 그야말로 초록빛이다. 소금에 절인 후 무와 마늘, 고추가루 등의
양념으로 버무려서 맛을 보니 아삭한 매콤한 뒷맛에 군침이 도는 것이 뜨거운 밥에 김치만으로 한 그릇 싹싹 비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