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국 시민단체 활동가의 입국을 제한했다. 회의의 안전 보장을 그 이유로 제시했지만 시민사회는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람이 우선이다 G20대응민중행동'(G20민중행동)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파키스탄 여성 활동가 칼리크 부슈라씨의 비자 발급 요청이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거부당했다. 그는 G20대응민중행동이 주최해 8일부터 10일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민중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비자 발급을 요청했었다. G20과 관련해 외국인 입국이 거부된 것은 칼리크 부슈라씨가 최초다.
서울국제민중회의는 금융위기, 개발, 기후변화, FTA 등 G20 정상회의에서 다루는 의제에 대해 민중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세계 각국의 NGO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칼리크 부슈라씨는 파키스탄 여성단체 '여성노동자의 전화' 사무총장이며 세계여성행진 아시아지역 국제조정위원으로 세계 각국을 돌며 국제연대 활동을 펼치는 인물이다. G20민중행동은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 측이 '국내의 국제회의 관련 안전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사증 발급이 거부됐다'는 회신을 보냈다"라고 밝혔다.
G20민중행동 측이 공개한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의 이메일 회신에는 "테러 연관 가능성 국가에는 사증을 강화된 기준으로 심사하며, 특히 파키스탄인에 대해서는 더 강화되고 엄격한 심사로 사증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칼리크 부슈라씨의 개인 이력과 상관없이 탈레반, 알카에다 등 국제테러·무장단체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파키스탄에서 온 사람이란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녀는 불과 두 달 전 발급이 까다로운 미국 비자를 발급받아 현지 여행을 다녀왔고, G20 정상회의 직후 아펙회의가 열리는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은 상태다. 다른 외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정부가 G20을 이유로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파키스탄인에 대해선 사증 발급 제한"... G20 준비위 "대사관에서 결정한 사항"
이에 G20민중행동은 2일 오전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칼리크 부슈라씨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정부를 규탄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국제회의를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는데 그는 파키스탄 여성운동가로 테러 전력이 전혀 없는 분"이라며 "그에 대한 입국 거부는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G20민중행동을 탄압하고 민중의 목소리를 외면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영구 G20민중행동 운영위원장은 "활동가들의 왕래의 자유를 막으면서 정상들끼리 밀실에서 환율 문제니, 경제 문제니 논의하는 것이 웃기는 일"이라며 "정상들이 시민들을 대표한다면 NGO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G20민중행동 관계자는 "민중행동이 초청한 인사 뿐 아니라 노동, 시민단체 인사들의 입국거부도 예상된다"며 "인사들은 G20 정상회의를 막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방문하는 것인데, 이들을 막는다면 그만큼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G20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지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데, (우리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대사관 측으로부터 어떠한 협조 사항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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