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통촉하시옵소서. 우리가 이제 프랑스 본토에 발을 디뎠고 앞으로 함락시켜야 할 수많은 도시와 성들이 있는데 항복을 청해온 칼레시민들을 몰살했다는 소문이 나면 나머지 성들은 죽을 각오로 저항 할 것입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야 합니다.""그렇다면 칼레의 지체 높은 시민 6명이 맨발에 속옷만 걸치고 목에 밧줄을 감은 채 성 밖으로 걸어 나와 성문 열쇠를 바쳐라. 6명을 교수형 시키는 대신 칼레의 시민들은 모두 살려 주겠다."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의 상징인 노블리스 오블리주. 이 신성한 역사를 일궈낸 칼레의 시민을 탄생케 한 잉글랜드 국왕 에드워드 3세,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손에 환생하여 기록된 그가 40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땅을 찾았다.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 오는 7일(3일~7일)까지 연극 <에드워드 3세>가 올려진다. 셰익스피어 작품만을 고집하며 그의 작품 39편 모두를 무대에 올리겠다고 선언한 극단 ESTC(유로피안 셰익스피어 극단)의 11번째 작품이다.
연극 <에드워드 3세> 전반부는 영국 최고의 훈장인 카터(The Most Noble Order of the Garter)를 탄생케 한 역사적인 로맨스, 솔즈베리 백작부인과 에드워드 3세의 사랑이야기를 격정적으로 담고 있다. 극 후반부에는 그의 장남 블랙 프린스가 주축이 된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역사가 펼쳐진다. 특히 오만한 통치자의 그릇된 판단에 의해 전쟁의 악몽속에서 몸부림쳐야만 하는 시민들의 절규를 전달 받을 수 있다.
극단 ESTC 남육현 대표는 "오랜 앙숙관계였던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에서 한반도와 이웃나라 일본 사이에 수차례 벌어진 전쟁 역사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며 "우리 동시대 사회 현실에도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고 성찰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2010년 가을, 붉게 물든 아름다운 남산의 단풍놀이도 겸해서 이번 주말 셰익스피어의 혼이 담긴 연극 <에드워드 3세>를 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김이구 기자는 현재 지역환경단체인 '건강한도림천을만드는주민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