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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후원이라 서명 안 할래요. 선생님은 참 좋은데. 서명 안 하고 도와주고 싶은데요."
"그런데요, 어머니. 2년 전에, 그것도 아직 재판도 안 끝났는데 징계한 거 있죠.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선생님이잖아요. 서명 좀 해주세요."
"알았어요. 할게요. 우리 아이들한테 좋은 선생님이니까요."

5일 오전 9시 30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1동 경남혜림학교 정문 앞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황인영 선생님을 지켜주세요"라고 쓴 노란 리본을 단 한 학부모가 서명용지를 들고, 막 교문에 들어서는 한 어머니를 만나 서명을 부탁하며 나눈 대화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황인영 교사가 학생들이 쓴 편지를 읽어보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황인영 교사가 학생들이 쓴 편지를 읽어보고 있다. ⓒ 윤성효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학부모들이 '부당징계 철회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학부모들이 '부당징계 철회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황인영 교사는 민주노동당 후원금을 냈다가 지난달 29일 경상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정신지체공립특수학교인  경남혜림학교에서는 5일 '학예발표회'를 열었는데, 학부모들은 황 교사의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정당 후원 교사, 부당징계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학부모들은 "징계 절차의 문제점과 징계 양정의 과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한 것에 입각하여 징계 의결을 전면 철회하고 재판 이후로 미룰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황인영 교사가 학교에서 자녀들을 계속 돌봐주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신재순(53)씨는 "교실마다 목욕탕이 있는데 황인영 선생님은 엄마처럼 진짜 잘한다"면서 "좋은 선생님 한 분 모시는 게 얼마나 힘드냐. 아이를 둔 부모로서 그런 선생님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섰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황인영 교사가 이홍철 전교조 경남지부 사무처장의 1인시위 현장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황인영 교사가 이홍철 전교조 경남지부 사무처장의 1인시위 현장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강향숙(45)씨는 "황 선생님은 아이들을 마음으로 대한다. 가족처럼 아이들을 대하는 게 느껴진다. 단순하게 교사 한 명이 직장을 떠나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박성출(63)씨는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다고 해서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해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징계에는 견책이나 감봉 등도 있다. 해임은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탄원서라도 받아야 하기에 나섰다"고 호소했다.

용지 10장을 받아 들고 다니며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힌 한 아버지는 "내용은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하고 법치국가 아니냐. 순리대로 해야 하는데 억지로 하면 안 된다. 잘못을 가리고 난 뒤에 징계를 해야 한다. 재판도 끝나지 않았는데 징계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학생들이 게시판에 그림판을 만들어 붙여 놓았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학생들이 게시판에 그림판을 만들어 붙여 놓았다. ⓒ 윤성효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학생들이 게시판에 그림판을 만들어 붙여 놓았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학생들이 게시판에 그림판을 만들어 붙여 놓았다. ⓒ 윤성효

아이들 편지 "교육감님, 우리 선생님을 데려가지 마세요"

아이들도 황인영 교사가 학교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사실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교육감한테 보내는 편지를 썼다. 황 교사는 지난달 29일 징계위원회가 열릴 때 학교에 나오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쓴 편지 몇 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황인영 선생님, 너무 좋아요. 너무 사랑해요. 떠나지 마세요. 선생님하고 계속 수업하고 싶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황인영 파이팅. 아자 힘내세요."
"선생님이 웃는 모습이 참 좋아요. 나에게 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며칠 동안 안 보여서 무척 보고 싶어요. 선생님 다시 보니 참 좋아요. 결석하지 말고 우리하고 공부 같이 해요."
"교육감님. 황인영 선생님 너무 슬픕니다."
"교육감님. 황인영 선생님을 데려가지 마세요.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의 한 학생이 교육감 앞으로 편지를 썼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의 한 학생이 교육감 앞으로 편지를 썼다. ⓒ 윤성효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학생들이 경남도교육감 앞으로 편지를 썼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경남혜림학교 학생들이 경남도교육감 앞으로 편지를 썼다. ⓒ 윤성효

황인영 교사 "학교에 있을 때가 행복하다"

 경남혜림학교 황인영 교사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징계를 받은 뒤,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노란색 리본을 달고 있다.
경남혜림학교 황인영 교사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징계를 받은 뒤,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노란색 리본을 달고 있다. ⓒ 윤성효
황인영 교사는 임신 9개월째다. 임신복을 입고 다닌다. 5일 오전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서명을 받았고, 전교조 경남지부 이홍철 사무처장은 1인시위를 벌였다. 아이들을 행사장 안으로 들여보내 놓은 뒤 황인영 교사가 교문에 나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힘들다"는 말부터 했다. 황 교사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울기도 했다. 아이와 교사들을 볼 수 없다고 하니 더 힘들다"면서 "학부모님들이 서명을 받고 리본을 달고 있는 걸 보니 힘이 난다. 죄송하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9명의 교사를 징계 대상으로 삼았다. 황 교사를 포함한 2명이 해임, 4명이 정직 처분 등을 받았다. 교사들은 징계위원회 회의장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시민단체 회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경남도교육청이 현관문을 닫는 바람에 출석하지 못했다. 교사들이 출석하지 못했고 소명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속에 징계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소청심사와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황인영 교사는 이날 "학교에 있을 때가 행복하다"고 말하며 아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경남혜림학교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이홍철 전교조 경남지부 사무처장이 5일 오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경남혜림학교 황인영 교사를 해임 처분한 가운데, 이홍철 전교조 경남지부 사무처장이 5일 오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윤성효


#전교조 경남지부#민주노동당 후원 교사#경남도교육청#경남혜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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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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