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두꺼운 옷을 껴입고 종종 걸음 치는 사람이 많아졌네요. 이런 환절기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감기지요. 감기 하면 한약 감기약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요즘은 간편하게 레토르트 포장지에 담겨진 한약 감기약을 약국에서도 쉽게 사서 복용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이죠.
하지만 한약이란 자고로 약을 짓는 사람의 정성, 약을 달이는 사람의 정성, 약을 먹는 사람의 정성이 합쳐져야 그 효험이 드러난다는 옛 이야기가 있습니다. 의원님께 진맥을 받아서 처방한 약을 약탕기에 달여서, 얼굴 찡그리면서도 열심히 먹는 그 모습이 '한약'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아닐까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대구의 약전 골목에 있는 약령시 한의약 문화관은 생활 속에서 친근한 한약의 이미지를 전파하는 곳이기에 '감기의 계절'을 앞두고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약령시 한의약 문화관은 대구 약전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요. 대구의 약전골목은 대구시내 중심에 있는 오랜 역사를 가진 한약재 시장인데요,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유명한 약재 시장이었다고 해요. 한약 달이는 냄새가 골목마다 진동을 하기 때문에 그 길로 걸어가다 보면 어지간한 병은 다 낫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답니다.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들이 돋보기를 밀어올리며 두꺼운 한의학 책을 보거나 작두로 감초며 작약을 썰고 있는 모습을 이곳에선 흔히 볼 수 있죠. 이제는 양방 병원처럼 진료실도 갖추고 간호사도 근무하는 신식 여건이 되었지만 골목 마다 쌓인 한약재는 첨단이 가져올 수 없는 멋진 풍경을 연출합니다.
이러한 약전 골목의 전통을 잇고 한약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기 위해서 최근에 조성한 약령시 한의약 문화관은 대구 한의약의 역사와 각종 한약재에 대한 정보들로 가득한 교육의 장입니다. 그래서 학교 견학이나 체험 학습 공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람 실물 크기로 만든 옛 한의원의 모습, 약 제조 과정 등을 알기 쉽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한약이 더욱 친근하게 여겨지게 되고 우리가 몰랐던 한약 지식을 더불어서 알 수가 있답니다.
약령시 한의약 문화관의 특징은 풍부한 자료와 체험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체질이 어디에 속하는지, 그 체질에 따라서 어떤 음식을 잘 먹어야 건강해 지는지 등의 궁금점을 직접 체크해 볼 수 있는 과학적 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희귀한 약재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표본과 압화가 많아서 자연 공부에도 도움이 됩니다. 한의약에만 국한하지 않고 약전골목과 함께한 지역의 예술인, 역사적 인물 등에 대한 자료도 함께 구비하여 한국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됩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자잘한 병을 호소할 때나 스스로 보약을 지어먹고 싶을 때가 있죠? 이곳에는 그 처방전까지 맞춤식으로 제공해 주는 기계가 있어서 한방의 과학화를 새삼 깨닫게 합니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약과 한의학의 메카가 대구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새삼 자랑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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