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청원경찰친목회(이하 청목회) 로비 의혹 사건 수사에 대해 8일 야당 법사위원들은 '대포폰 정국'을 뒤집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집중 추궁했다.
여야는 당초 법안 심사로 예정됐던 이날 법사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을 긴급 현안 질문으로 바꿨고, 여당은 '과잉수사'에, 야당은 '국면전환용 수사'에 초점을 맞춰 이귀남 장관을 향해 송곳질문을 날렸다.
박영선 "청목회 수사 맡은 북부지검장, 박영준과 동향에 고등학교 1년 선후배"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과거 검찰의 압수수색은 국면전환용이거나 국민들을 겁주기 위한 연극적 요소가 많았다"며 "이번에도 '대포폰 정국'을 덮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대포폰 정국'과 관련해 이영호 비서관의 윗선으로 보이는 박모 차관, 흔히들 '왕차관'이라고 얘기하는 박모 차관이 몸통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총리실 국무차장을 지내며 민간인 사찰의 배후라는 의심을 샀던 박영준 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번 청목회 로비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창세 서울북부지검장이 지연·학연으로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모 서울북부지검장의 이력서를 뽑아보니, 공교롭게도 '왕차관'과 경북 칠곡 동향이다. 또 한 분(박영준)이 대구 오성고등학교 13회, 다른 한 분(이창세)이 14회 졸업생이다"라며 "이런 사실을 볼 때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 장관은 "국면전환용이라는 취지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 상황에서 검찰이 국면전환용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최근 일어난 다른 사건들과 달리 청목회 로비 의혹 사건 처리에서 검찰이 보여준 적극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박 의원은 "민간인 사찰 사건과 청목회 사건을 비교해 보면 하나는 일부러 압수수색을 뒤늦게 가고, 하나는 압수수색을 앞당겨 가고, 이게 수사 공정성과 관련해 일리가 있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나 이 장관은 '청목회 사건 처리도 늦은 것'이라는 논리로 반박했다. 이 장관은 "2개 사건을 비교해서 똑같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 사건도 수사의뢰 4일 후에 갔지만 그 사이에 증거 인멸이 일어났고, 청목회 사건도 진즉에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춘석 "'내 얘기 잘 듣는 북부지검으로 보내라'고 한 것 아니냐"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은 검찰이 청목회 로비 사건을 처리하는 배후에 "청와대의 높으신 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 의원은 "통상 남부지검에 가야 할 사건이 왜 북부지검으로 갔느냐"고 물었다.
이 장관은 "(수사대상인) 주요한 의원님들의 지역구가 그쪽에 있어서"라고 대답했다. 이 의원이 "그렇다면 (압수수색이 많았던) 광주지검으로 보내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그것은 검찰총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의 '저 높으신 분'이 '이 사건은 누구와 관련 있으니까 북부로 보내라, 이건 서부로 보내라, 이 사건은 내 얘기를 잘 듣는 어디로 보내라'는 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며, 박영준 차관과 서울북부지검장이 동향에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그것은 박영선 의원이 지적해서 방금 알았다"고 해명했다.
주성영 "박영준 꺼벙해"... 이귀남 "장관직 걸겠다"
한나라당에서도 이정현 의원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의 절차적 문제를 짚고, 김무성 원내대표가 '모든 자료가 공개된 후원회 계좌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나서는 것은 과잉수사'라는 지적을 하는 등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렇지만, 일부 검사 출신 의원들은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주말 동안 청취한 자신의 지역구 민심을 "청원경찰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월급으로) 돈 100(만원) 정도 받는데, 국회의원들이 뜯어먹을 게 없어서 10만원, 20만원씩 내서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로비자금 만든 걸 후원금을 받느냐"며 "국민들이 이런 점에 대해 많이 분노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주 의원은 "여야 막론하고 국민의 지탄을 받는 정치인은 잡아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영준 차관이 모 검사장과 동문관계라고 하는데 그런 얘기 듣고 우리 장관님 자존심 상하지 않느냐"고 말한 주 의원은 "(내가) 박영준이 잘 알아요, 꺼벙해요"라며 "사실을 그대로 적시하는데 뭐가 명예훼손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박 차관이 야당 의원들 주장대로 국면 전환을 꾀할 만큼 주도면밀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 의원은 이어 "그런 문제가 나오면 장관이 세게 얘길 하라, 차관이, 청와대가 검찰을 갖고 노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에는 장관이 단호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 의원은 "이 사건을 적법 절차에 따라 깔끔하게 마무리하려면 장관직을 걸어야 할 것"이라며 "장관직을 걸겠느냐"고 물었다. '판만 벌여놓고 흐지부지하면 안 된다'는 주문에 이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박준선 의원도 "이 문제가 민주당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한나라당도 당·정·청 회의를 할 정도로 요란할 문제냐"며 "상황은 파악해야겠지만 검찰의 수사나 소추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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