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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집을 돌아다니면서 가끔 만나는 이름에 '션'이라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는 사람인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방송 <아침마당>에 나왔습니다. 돈을 열심히 버는 가수이고 그의 부인이 정혜영이라고 합니다. 반가웠습니다. 가수라는 사실이나 부인이 그 유명한 탤런트라서가 아니고, 열심히 벌어서 더 열심히 기부하면서 살고 있는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사실이 그랬습니다.

 

나이도 알고 보니 나와 같은 쥐띠라고 하니 그것까지도 반가웠습니다. 그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아름다운 행실에서 띠가 같다는 것까지도 반가운 것입니다. 그래서 예쁜 사람은 다 예쁘게 보이고, 미운 사람은 다 미워 보이는 것이겠지요.

 

그는 이런 취지의 말을 하더군요.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의 10%가 하루에 100원씩 기부를 하면, 하루에 5억 원, 일 년이면 1,825억 원이 됩니다. 이 돈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용하면 그 만큼 우리나라가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일을 하다가 얼떨결에 들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을 것입니다. 기부를 열심히 실천해 온 유명한 가수의 이런 제안은, 그 무게감이나 진솔한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하루에 100원! 사실 하루에 100원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어찌 10%밖에 안 되겠습니까? 마음먹고 한번 해 보기로 들면 어찌 10%뿐이겠느냐고요. 20%, 아니 30%도 할 수 있지요. 마음먹고 실천하기로 들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10%의 인구가 100원씩 기부를 해도 1,825억 원인데, 20%면 3,650억 원이 되고, 30%면 5,475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됩니다.

 

이 돈으로 굶는 사람에게는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돈이 없어서 수술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치료비로, 학비가 없어서 재능을 계발하지 못하고 학습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루에 100원씩 기부! 하루에 100원씩 한 달에 3,000원씩 기부하는 것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어렵게 살아가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동전을 따로 모아 10만 원, 15만 원을 내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하루에 100원씩 일 년에 36,500원을 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내가 부산에서 그런 주장을 하면서 나눔운동을 전개해 보았고, 나눔재단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절실하게 느꼈던 것은, 좋은 일에 왜 나서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쉽게 참여하고 함께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지금도 부산 문현동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좋은 이웃'이라는 자선모임이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의 어려운 사람들은, 우리 동네 사람들 스스로 나누고 도우며 서로 사랑하여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자"는 취지로 창립하였습니다.

 

그 무렵에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연이어 보도됐습니다. 홀몸노인이 세상을 뜬 지 몇 달 지나서 발견 됐다든지, 오랫동안 굶어서 돌아가셨다든지 하는 비참한 소식들이 나올 때 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만든 게 '좋은 이웃'이라는 모임이었습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의 불행은 우리 동네 사람들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자."

 

우리 동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하루에 100원 이상씩을 나누자는 것입니다. 한 달에 3,000원 이상을 기부해 주든지, 최소한 한 달에 1,000원을 내기로 하되 회비는 반드시 자동이체로 납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래야 회비 수납이 간편하고 정확한 회계 질서를 잡을 수 있으며, 통장을 100% 공개하는 데도 좋습니다.

 

운영위원들이 매달 모여서 사용방안을 의논하고, 저소득층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방법으로 나눴습니다. 회비 입금 내역과 지출 내용은 100% 공개하여 투명하게 운영하였지요.

 

쌀을 구입하여 나눠 주거나 겨울에는 홀몸노인들에게 내의나 이불을 사서 전달하는 등, 서로 돕고 나누며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2002년 3월 19일 창립한 '좋은 이웃'모임은, 2002년 한 해에만 633만 원, 2003년에는 1,078만 원, 2004년에는 926만 원의 돈을 모았습니다. 많은 돈이 들어오거나 성과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대도시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자기 동네의 저소득 소외계층 주민이나, 홀몸노인들을 위해서 사용한 것은 작지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눔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어

 

'좋은 이웃'모임의 실천 사례는, 누구라도 나 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하루에 100원이나 한 달에 3,000원, 10,000원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라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나보다 더 어렵고 불행한 사람, 더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찾아서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측은지심을 발휘하는 것은 분명히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웃 사랑이고 정 나눔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매달 한 끼를 굶고 그 식사대금 5,000원씩을 낸다면 더 의미 있고 생활에 변화를 가져 올 수도 있습니다.

 

"나보다 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한 달에 한 끼 식사를 마음먹고 굶는 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과 한 형제자매로 호흡하는 일과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한 형제자매로 보이면 세상이 아름다워집니다. 외롭지 않고 따뜻해집니다. 배고픈 사람과 고통을 함께 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거나 바로 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100원! 그렇습니다. 하루에 100원은 누구나 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하게 되면 곧 중단하거나 지속적으로 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족 단위나 이웃 사람들 3-4가구가 함께 하면 더 좋습니다.

 

나보다 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하루에 100원씩을 내 보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한 달에 단 한 번, 한 끼를 굶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내가 달라지고 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수 션은 그래서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홈페이지 www.happy.or.kr에도 게재합니다.


#100원 기부#나눔 실천#식사 한 끼 굶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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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시민 사회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2007년 봄에 밀양의 종남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귀촌하였습니다. 지금은 신앙생활, 글쓰기, 강연, 학습활동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고 있는 1948년생입니다. www.happ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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