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오토바이를 타는가? 나는 왜 오토바이를 타지 않으면 안 되는가? 왜 나의 아내는 다른 집 부인들이 꺼려하는 오토바이를 알바까지 다니면서 사주려 했을까? 지금부터 이 두 가지 의문점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구라 좀 쳐보겠다는 말씀이죠.
나는 왜 오토바이를 타지 않으면 안 되는가여러분들은 나 홀로 여행을 다녀보신 적이 있습니까? 오토바이를 타고 여유롭게 여행하다가 불타는 저녁노을을 보며 눈물을 흘려 보신 적 있습니까? 나는 혼자서 다니기를 참으로 즐겨합니다. 혼자서 다니다 보면 이것저것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많아서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125스쿠터타고 한계령을 다섯 번이나 넘었습니다. 침낭 하나에 군대 모포 돗자리하나 가지고 다니면서 졸리면 강원도길 아무데서나 소주 한잔 마시고, 어떤 때는 이러는 내가 서글퍼 술김에 울다가 잠든 적도 있고, 글쎄요? 나는 오토바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자신을 너무 합리화시키는 걸까요?
대형 오토바이를 타시는 분들 중에는 기인들이 많습니다. 나이 50이 넘어서 찢어진 가죽 잠바에 히피 같은 모습은 일반인들이 보는 시각에서는 기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자유가 있습니다. 낭만이 있습니다. 로맨스가 있습니다.
70~80년대에 250cc 오토바이에 제일다방 미스진이나 태우고 다니던 그런 로맨스가 아닙니다. 오토바이에는 흥분과 스릴과 인간사는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인생이 있습니다. 새벽녁 물안개가 흐르는 팔당댐을 거슬러 달리면서 우리는 꿈을 찾아 희망을 찾아 떠납니다. 나는 여기에서 내가 오토바이를 타야만 하는 타당성을 찾곤 합니다.
여러분들은 아내와 밤새워 이야기 해본 적이 있습니까? 아내의 과거사를 성장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내에게 나의 모든 것을 얘기해 본적이 있습니까? 나는 해 봤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아내와의 관계가 힘들 때마다 스쿠터를 타고서 둘이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침낭 속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풀어나갑니다. 아니 오토바이를 탈 때부터 뒤에서 아내가 저의 허리를 끌어않는 순간부터 문제의 반은 해결됩니다. 오토바이를 타는 순간 둘이 아닌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오후 10시가 됐는데, 아내가 어디 아무데라도 한 바퀴 돌고 오자고 합니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나 봅니다. 계돈을 떼먹혔나? 그러면 군말 없이 헬멧을 집어듭니다. 주머니 여유가 있다면 러브호텔도 미친 척하고 들어가 봅니다. 나는 어려움(특히 아내와의 관계)에 처한 친구에게는 오토바이를 사라고 권합니다. 뭔 강아지 풀 뜯어 먹는 소리냐 하시겠지만 오토바이를 사서 뒤에다 아내를 태우고 새벽녁 물안개 피는 양수리를 지나 여행을 떠나라고 권합니다. 돗자리와 따끈한 커피는 필수겠지요. 그리고 대화를 하라고 합니다. 가끔 쭈쭈도 만져가면서 대화를 하면 더욱 좋습니다.
한 달 전 스쿠터에서 미들급 750CC 오토바이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사실 무리했습니다. 그러나 흥분과 스릴은 3배가 됐습니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더욱 더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대둔산 소풍에서 저의 경험입니다. 저의 아내도 흥분 속에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언제 또 투당탕하고 나가려나 합니다.
오늘 저의 아내가 저에게 한마디 합니다. 자기도 마스크 사달라고 합니다. 그것도 해골 그려진 것으로 사 달라고 합니다. 땡 빛을 내서라도 사줄 겁니다. 나는 동대문에서 만 원짜리 청바지 샀는데 자기는 오토바이 탈 때 입을 거라면서 12만 원짜리 청바지를 사왔습니다. 예뻐 죽겠습니다.
오토바이 탈 때 이제는 우리끼리 신호도 생겼습니다. 조금 쉬어가자. 뒤에서 헬멧을 톡톡 칩니다. 과속하지 말아라. 뒤에서 헬멧을 냅다 갈깁니다. 머리에 충격이 상당합니다. 배고프니 밥 먹고 가자. 역시 뒤에서 옆구리를 쿡쿡 찌릅니다.
나는 지금도 아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여행을 떠날라치면 마치 초야를 치르는 신부의 심정이 됩니다. 원초적인 아주 어린 소년의 순수한 시절로 돌아갑니다. 지금 이 나이에 뭔가에 미쳐서 가슴 설레이는 두근거림을 가질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합니다. 아내와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는 소박한 저의 일상을 풀어내려니 참으로 쑥스럽습니다. 모쪼록 예쁘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사람으로서 아내와 함께하는 오토바이 소풍의 자기합리화라고나 할까요. 다른 집하고는 다르게 아내가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하라고 부추겨서 면허를 취득했고 오토바이 역시 아내가 사라고 부추겨서 샀습니다. 둘이서 떠나는 소박한 여행을 참으로 좋아하는 까닭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