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변호사가 법정에서 울먹였다.

지난 12일 오후 1시 부산지방법원 306호 법정. 정남순 변호사는 미리 준비해 온 '구두변론'을 읽어내려 가다 눈물을 보이며 다 읽지 못했다. 옆에 있던 이정일 변호사가 나머지를 읽어 내려갔다.

정남순, 이정일, 박서진, 전종원 변호사는 '4대강사업위헌·위법심판을위한국민소송단'(김정옥씨 등 시민 1819명)이 국토해양부장관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상대로 냈던 낙동강소송(하천공사시행계획취소소송, 본안․가처분 포함)의 원고 측 변론을 맡아왔다.

 '낙동강 소송' 현장검증에 나선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4월 19일 오전 함안보 전망대에서 현황 설명을 들은 뒤 환경단체에서 설치해 놓은 판넬 앞을 걸어나오고 있다.
 '낙동강 소송' 현장검증에 나선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4월 19일 오전 함안보 전망대에서 현황 설명을 들은 뒤 환경단체에서 설치해 놓은 판넬 앞을 걸어나오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낙동강소송 심리를 맡은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일 첫 변론공판을 시작으로 7개월만에 이날 결심공판을 열었다. 지난 4월 19일 현장검증을 비롯해 여덟 차례 공판을 벌여왔다.

'구두변론'을 하던 정남순 변호사는 이날 "강의 생명들이 죽고 신음해도, 물이 썩어도, 홍수피해가 나도, 법적 절차를 무시해서라도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용인할 수 있다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큰 의문 하나를 던진 것은 분명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이 과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말한 정 변호사는 목소리를 점점 낮추더니 더듬거렸고, 끝내 울먹였다. 정 변호사가 눈물을 보인 대목은 바로 다음 대목이다.

"한 인디언은 말합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이 더렵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들은 깨닫게 되리라.
인간이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다음은 이정일 변호사가 이었다.

"우리에겐 기회가 있었습니다. 고통하고 성찰하고 고민하고 논의할 기회가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과정에서 4대강사업이 과연 필요한지 논의가 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

이날 방청석에는 부산경남지역 환경단체 회원과 환경․법 관련 교수들이 있었다. 정남순 변호사가 울먹이자 방청석에서도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교보생명환경문화상' 환경운동부문 대상을 수상(2010년)한 '낙동강공동체' 김상화 대표는 "변호사가 법정에서 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변호사가 얼마나 간절했으면 울었겠느냐"고 말했다.

정남순 변호사 "법적 양심에 따라 판결할 것이라 본다"

 낙동강 하류 삼락지구 둔치가 파괴되는 장면.
 낙동강 하류 삼락지구 둔치가 파괴되는 장면.
ⓒ 낙동강부산본부

관련사진보기

이날 결심공판 뒤 만난 정남순 변호사는 재판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었다. 그는 "재판부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다고 본다. 재판부는 법적 양심에 따라 판결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낙동강소송 재판은 문형배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문 판사는 보수진영에서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이라 부르는 '우리법연구회' 회장(2009년도)을 지내기도 했다. 보수단체와 언론들이 우리법연구회를 거론할 때, 문 판사는 '블로그'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펼쳤다.

국민소송단은 지난해 11월 부산(낙동강)뿐만 아니라 서울행정법원(한강)과 대전(금강)·전주(영산강)지법에도 각각 '하천공사시행계획취소소송'과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12일 '한강소송'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기각했고, 전주지법은 5월, 서울고법은 6월, 광주고법은 7월 각각 기각했다.

한편 '4대강소송'과 관련해 기피신청을 당하는 재판부도 있었다. 정당과 시민단체 등이 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홍부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데, 재판부는 10월 29일 변론종결하고 12월 3일로 선고기일을 정했다. 이에 원고 측 대리인은 "재판부가 자료를 검토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는 등 재판 진행이 불공정했다"며 기피시청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서태환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기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재판부 '기피신청' 논란이 벌어졌는데, '낙동강소송'에서 원고 측 대리인은 '신뢰'를 보내고 있어 대조적이다. 정남순 변호사는 "낙동강소송 재판부는 다른 소송 재판부와 다르다. 처음부터 어떤 예단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본다. 원고와 피고 측에 대해 충분한 입증 기회를 주려고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형배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변론공판을 진행하면서 시간과 증인수 등을 원고와 피고 측에 거의 균등하게 했다. 변론공판은 4~6시간 정도씩 걸렸다. 변론할 때, 재판부는 양측에 같은 시간을 주고, 그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다. 소송의 쟁점인 '수질'이나 '침수' 등의 문제로 나눠, 양측 모두 증인 숫자를 같이 하도록 했던 것. 

정남순 변호사는 "대개 민사소송은 원고측에 더 많은 시간을 주는데, 이번 소송의 경우 양측에 주어진 시간이 거의 비슷했다. 정부의 피고 측도 재판 진행에 불만은 없을 것이라 본다. 또 재판부는 양측이 합의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며 "재판부가 편파적으로 진행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고 측에서는 김좌관(부산가톨릭대·환경공학), 박창근(관동대·토목공학), 박재현(인재대·토목공학) 교수와 안병옥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이 증인으로 나왔고, 피고 측에서는 박재광(미국 위스콘신대·환경공학), 신현섭(부산대) 교수와 홍동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수생태보전팀장, 정동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부장, 정남정 한국수자원공사 4대강건설사업처장이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낙동강소송'을 맡은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19일 함안보 상류 침사지에서 공사 관계자한테 질문하고 있다.
 '낙동강소송'을 맡은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19일 함안보 상류 침사지에서 공사 관계자한테 질문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낙동강의 준설 장면.
 낙동강의 준설 장면.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문형배 판사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 ... 12월 10일 선고

결심공판 때 피고측 서규영 변호사는 "원고의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4대강살리기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해 모든 사업 절차가 관계법령에 따라 충실히 이행됐다"며 "환경영향평가에 다소 부실한 점이 있더라도 당연히 위법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낙동강사업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형배 부장판사는 "변호인단은 열정과 성실로 임해 왔다고 본다. 증인으로 나선 전문가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형배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6일 열린 공판 때 "자료를 보니 너무 어렵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지금까지 문 부장판사는 '낙동강소송'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함안보 공사장에서 벌어진 현장검증 때 한 기자가 소감을 묻자 문 부장판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착한사람들을 위한 법 이야기)에도 어떤 표현을 해놓지 않았다.

오는 12월 10일 오전 10시 부산지법 306호 법정에서는 '낙동강소송'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다. 변호사의 법정에서 울먹임이 어떤 결과로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낙동강소송#4대강정비사업#낙동강사업#부산지방법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