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있었던 산행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직장 동료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로 진한 동료애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13일(토요일) 오전 직장 동료 80여 명과 등산을 통해 많은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노동조합 차량지부 한 지회(군자검수지회)에서 주최한 조촐한 행사였다.
조합원(직원)들과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지회 사측 파트너인 부장, 차장 등도 참여했다. 노사가 함께 산행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했던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특히 아차산 산행은 도시 직장 생활에서 모처럼 해방돼 자연을 벗 삼아, 직원들 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그런 자리가 됐다.
13일(토요일) 오전 10시 10분 미리 약속을 한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입구에서 모였다. 제법 약속을 잘 지킨 일행들은 곧바로 아차산 입구 만남의 광장으로 향했다. 휴일이라서 많은 등산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이 입고 있는 울긋불긋한 등산복 차림이 단풍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등산객들의 틈을 비집고, 80여 명의 동료들은 만남의 광장을 지나 아차산 정상을 향했다.
지회 조합간부들은 각각의 배낭에 경품과 막걸리 등을 넣어 산행을 했고, 귤이 든 박스를 정상까지 들고 옮기기도 했다. 산행을 하면서 버려진 휴지와 쓰레기를 줍는 동료들이 천사같이 느껴졌다. 이곳은 유난히 고적지가 많은 탓인지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역사체험수업을 하는 광경이 여기저기에서 목격됐다. 이곳은 아차산성, 삼국시대 군사요새인 보루군, 고구려정, 바위틈에 자란 소나무 등도 눈여겨 볼만하다.
아차산 일대(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봉화산)는 삼국시대 최대 격전지였던 한강유역을 조망할 수 있는 요충이었다. 중간 중간 설치된 전망대에서는 서울시가 한 눈에 들어 왔다. 이곳은 고구려 남침에 대비하고 왕성을 수비하기 위해 축조했다는 백제의 아차산성과 고구려 장수왕 때 본격적으로 조성한 보루군이 유명하다.
아차산성은 백제에 의해 세워진 후 고구려와 신라가 차례로 점령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차산성은 1973년 국가사적 234호로 지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고구려 보루군은 20여개 소가 확인되고 있다. 보루는 산성들과 함께 고구려 남하정책과 방어체계를 엿볼 수 있는 군사시설이다. 보류에서는 무기류, 생활유구, 유물들이 출토돼 고구려 문화상을 추정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2004년 국가사적 455호로 지정됐다.
특히 아차산 바위틈에 서 있는 소나무의 모습이 퍽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지방자치단체인 광진구에 의해 아차산 '명품소나무 1호'라고 붙여진 나무는 아차산 바위틈에서 서울(특히 광진구)과 한강을 바라보면서 오랜 세월 견디어 온 소나무였다. 사방을 향해 뻗는 가지는 굴곡이 자연스러우며 수피가 붉고 아름다워 우아하면서도 단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차산의 풋풋한 가을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차산 중턱에 푯말로 서 있는 박하린 시인의 '아차산의 전설'이란 시가 아차산의 모진풍파를 잘 대변한 듯했다.
아차산 전설 박하린 오랜 풍상 견뎌 온 아차산성 무너진 석축 돌무지 틈서리 마다 스며있을 무사들의 피, 함성 평강공주 바보 사랑이야기 전쟁과 살육 사랑 가슴앓이 예나 지금이나 변한 건 하나 없네 "인간사 부질없다" 세상 일 본 듯 못 본 듯 아리수 아차산 구비돌아 무심한 듯 흘러내리네
실제 서기 396년 고구려 광개토왕이 아차산성을 정복했고, 이후 고구려 온달 장군이 아차산성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에서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사랑 얘기가 이를 짐작케 한다.
어쨌든 80여 명의 일행은 서울메트로 녹색 봉사활동 조끼를 입고 버려진 쓰레기와 휴지를 주우면서 정상으로 향했다. 간간히 보인 붉은 단풍이 아름다움을 뽐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풍은 된서리를 맞아 낙엽이 돼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 광경을 보면서 자연의 이치를 조금 깨달은 듯 했다. 아차산성과 약수터를 지나 고구려 정자, 그리고 몇 개의 보루군을 지나자 정상(해발 285미터)에 이르렀다. 약 40여 분 만에 도착했다. 그리고 정상을 조금 지나 80여 명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잡았다.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사회를 본 남복근 군자검수지회 조직부장이 일일이 조합 간부들을 소개했고, 지회 노사 양측의 대표들이 나와 인사를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경품 추첨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 정상에서의 단연 최고의 이벤트는 경품권 추첨이었다. 미리 나눠준 경품권에 따라 겨울장갑과 쿨맥스 양말, 등산용 손수건 등 20개의 경품을 추첨했다. 물론 노사 대표, 노조 부서장 등이 나눠 추첨에 임했다. 경품에 당첨된 이들은(비싼 경품은 아니지만) 철없는 아이처럼 너무 좋아했다.
마지막 가장 큰 경품, 빅 이벤트가 있었는데 바로 '김익환 서울메트로사장 표창'이었다. 바로 뽑힌 조합원이 사장 표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도선 군자검수부장이 추첨에 임했다. 추천함에 손이 들어가자 모두가 숨을 죽였다. 곧바로 숫자를 부르자 한 조합원이 뛰어나왔다. 바로 전동차 검수(3검수 을반)를 담당한 '조영' 대리(반장)였다. 모두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축하했다. 산 정상에서의 사장 표창 추첨은 최고의 아이디어 이벤트였다.
이어 간단한 막걸리 파티로 정상에서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오던 길을 다시 돌아 미리 예약해 놓았던 광장동 한 식당으로 향했다. 낙지 전골이 펄펄 끓고 있었다. 점심식사가 시작됐다. 조합원 간에 서로 소주 한잔이 곁들어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연탄배달을 자원봉사를 하려가다 잠시 들린 정연수 노조위원장도 인사를 했다. 그는 노조 전반의 현안에 대해서도 설명을 곁들었다. 그리고 금일봉(후원금)을 내놓고 연탄 배달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렇게 해 거의 3~4년 만에 열린 노조지회 단합 행사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이날 일행들은 산행을 통해 역사 유적지도 살펴봤고 산에 버려진 휴지, 쓰레기 등을 줍는 봉사활동 등으로 시민의식도 발휘했다. 아차산 정상에서의 경품 추첨과 막걸리 회포는 조합원들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데 일조했다. 정말 직장 생활에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