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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바위에 새겼다는 불가사의한 전설 마애여래입상이다.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바위에 새겼다는 불가사의한 전설 마애여래입상이다. ⓒ 조찬현

사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절경이다. 전남 구례 남쪽 죽마리에 있는 오산(해발 530m)이다. 이곳 절벽꼭대기에 사성암이 있다. 전라남도문화재자료 제33호로 지정된 이곳의 옛 이름은 오산암이다. 544년(성왕 22)에 연기조사가 처음 건립하였다고 전해진다. 원효, 도선국사, 진각, 의상 등 4명의 고승이 이곳에서 수도하였다고 해서 사성암이라 불리운다.

마을버스(요금 왕복3000원)에 올랐다.

"안녕하십니까? 해발 530m 사성암까지 15분 동안 모시고 가겠습니다."

곡예 하듯 물결치며 기우뚱대는 마을버스

 비포장 길을 달리는 마을버스 안이다.
비포장 길을 달리는 마을버스 안이다. ⓒ 조찬현

굽이치는 산길을 삐걱거리며 힘겹게 오른다. 마을버스는 비포장 길에서 곡예 하듯 물결을 치는가 하면 이리저리 기우뚱댄다. 낑낑대며 안간힘을 쓰는 버스와는 달리 차창에 스치는 갈바람은 싱그럽다. 여기저기서 승객들이 수군대는 소리, 무섭다는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강원도 골짜기는 쩌리 가라네!"
"오늘 하루 추억거리는 이길밖에 기억 안 나겠어."

소달구지를 타고 가던 옛 추억의 길,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던 시골버스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산길이다. 간간이 단풍에 물든 나뭇잎이 스쳐간다. 조금 전 까지 무서워하던 승객들은 내려갈 때는 더 재미나겠다며 신이 났다. 잠시도 쉴 새 없이 조잘 된다. 오랜만에 만난 비포장 길에서의 버스여행이 마냥 좋은가 보다.

김포친목회에서 왔다는 아주머니 일행이다. 경운기를 타고 다녔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며 활짝 웃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주머니는 낭만이 있어 좋다고 했다.

길을 걷는다. 하늘에는 흰 구름 두둥실 떠있고 산에는 붉은 단풍나무와 푸른 소나무가 반긴다. 산기슭에는 구절초가 아름답게 피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무리가 수풀 속에서 지저귄다.

"와~ 나무냄새가 너무 좋다, 나무 익어가는 냄새!"

누구랄 것도 없이 저마다 탄성 내지르는 사성암 풍경

 사성암이 보인다. 누구랄 것도 없이 저마다 멋있다며 탄성이다.
사성암이 보인다. 누구랄 것도 없이 저마다 멋있다며 탄성이다. ⓒ 조찬현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 조찬현

무르익어가는 가을향기가 코끝에 스친다. 사람들은 이렇듯 자연을 대하면 누구나 시인이 되는가 보다. 무심코 내뱉는 한마디의 말이 이리도 아름다우니. 오르막길에서는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사성암이 보인다. 누구랄 것도 없이 저마다 멋있다며 탄성이다. 단풍잎이 흩날린다. 한 관광객은 절집(약사전)을 묘하게 잘도 지었다며 넋을 빼앗긴 듯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득 품은 소원기와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득 품은 소원기와다 ⓒ 조찬현
길 가장자리 담장에는 수많은 기와가 쌓여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득 품은 소원기와다. 소원은 가족에 대한 건강과 안녕을, 사업에 대한 번창을 담은 글들이 대부분이다.

"소원성취, 모두 건강하소서"
"행복했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파!"
"가족건강 사업번창 기원 드립니다."

거대한 바위벽을 타고 오르던 담쟁이덩굴도 단풍으로 물들었다. 귀목나무(수령800년)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른다. 멀리 섬진강이 유유히 흐른다. 너른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령 800년 된 귀목나무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른다. 멀리 섬진강이 유유히 흐른다.
수령 800년 된 귀목나무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른다. 멀리 섬진강이 유유히 흐른다. ⓒ 조찬현

 아주머니는 아들 딸 다 잘되고 급한 일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며 동전을 소원바위에 붙인다.
아주머니는 아들 딸 다 잘되고 급한 일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며 동전을 소원바위에 붙인다. ⓒ 조찬현

지장전이다. 지장전 앞 소원바위에서 한 아낙이 소원을 빈다. "우리 식구들 건강하게 해주세요." 아주머니(전정재)는 아들 딸 다 잘되고 급한 일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며 동전을 소원바위에 붙인다. 이 소원바위에는 경남 하동으로 땔감을 팔러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아내와 남편의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저 멀리 너른 들판 사이로 섬진강이 말없이 흐른다

사성암의 암자는 가파른 바위 벼랑에 걸려 있다. 그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입을 다물지 못한다. 산옥전을 지나자 도선굴이다. 도선굴 안에는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굴을 통과하자 구례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가는 곳마다 탄성이다.

 도선굴 안에는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도선굴 안에는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 조찬현

 구례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구례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조찬현

산길로 이어진다. 참나무와 소나무 숲이다. 오솔길로 스님 한 분이 내려온다. 전망대로 오르는 산길이다. 전망대에 올라 구례군의 너른 들녘과 섬진강 물줄기를 가슴에 품고 산을 내려온다.

 멀리 발아래 너른 들판사이로 섬진강이 말없이 흐른다.
멀리 발아래 너른 들판사이로 섬진강이 말없이 흐른다. ⓒ 조찬현

약사전에 들렸다. 이곳 약사전에는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바위에 새겼다는 불가사의한 전설 마애여래입상이 법당 한가운데 있다. 마애여래입상의 왼손에는 중생을 위한다는 약사발이 들려 있다. 1500년 전 당시에 원효대사가 도력으로 마애여래입상을 바위에 새기지 않았겠느냐고 법당보살(58.무량심)이 말한다.

내려오는 길이다. 목탁소리, 스님의 청아한 독경소리가 귓전에 아련히 들려온다. 바람 따라 울리는 풍경소리에 낙엽이 진다. 저 멀리 발아래 너른 들판 사이로 섬진강이 말없이 흐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성암#원효대사#섬진강#단풍#마애여래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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