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오늘은 약속 없나? 없으면 자연보호협의회에서 성인봉 정화작업 간다는데 같이 가자..단풍 구경도 하고..""그래.. 단풍도 막바지라는데 한번 가보지 뭐.."오전 10시, 회원들과 버스에 올라타고 나리분지로 향한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니 산불이 났다고 농담 삼아 던지는 말들이 실감이 난다. 형형색색 붉은 단풍으로 온 산들이 잔칫날 같이 보인다. 울릉도 특유의 화강암을 배경으로 마치 잘 다듬어온 콘크리트 쟁반위의 부석을 연상케 한다.
단풍에 취해 멍하니 한참을 달렸을까. 벌써 나리분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저마다 엄청 분주하다. 식사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하긴, 벌써 12시가 넘은 걸 보니, 배꼽시계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주섬주섬 각자 가지고 온 밥과 반찬들을 내놓는다.
오징어회, 방어회, 문어에 돼지수육 등.. 지금 울릉도는 방어 철이라 반찬거리로 방어를 빼면 식단이 안 짜여질 정도로 방어는 빠질 수 없는 먹을거리다.
한쪽에선 정화활동 하기 전에, 몸 풀기 국민체조를 한답시고 형수님이 탁자위에 올라가 한껏 분위기를 잡고, 그것을 지켜보는 회원들은 온통 웃고 난리가 났다. 자신들도 따라하면서 말이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 봉사의 기쁨은 경험을 해 본 사람만이 안다고 회원들의 표정은 그저 밝기만 하다. 혼자만이 살아갈 수 없는 사회가 아닌가?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치우는 사람도 있듯, 아무런 불평없이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말할 수 없는 훈훈함이 묻어난다.
매사에 이런 긍정적인 생각으로만 살아간다면, 행복이라는 게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하고 사랑을 베푸는 것이 자신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비타민 같은 행복의 요소인 것은 봉사의 기쁨을 느껴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권한인 것 같다.
단풍구경에, 방어회 맛에, 형수님들의 위문공연에 한바탕 실컷 웃고, 소주도 한잔 걸치고 기분 좋게 봉사활동도 하고 왔습니다. 이게 세상 살아가는 맛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울릉도닷컴> 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