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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이 정의에 관해 논쟁의 소지가 되는 사건들을 통해 논쟁을 유도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이 정의에 관해 논쟁의 소지가 되는 사건들을 통해 논쟁을 유도하고 있다. ⓒ 김영사

소위 책을 좀 읽는다는 이들의 입에서 유행처럼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회자될 때 난 애써 그 책을 외면했다. 읽기 녹록치 않을 것 같은 책을 겉멋으로 읽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이 사회에 진정한 '정의'가 존재할까 하는 회의감. 소위 정의라는 것을 앞세워 합법적으로 부정의를 저지르는 선두에 선 미국의 눈길로 바라보는 '정의'의 시각에도 동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더 그 책을 읽지 않고는  평범한 대화에조차 끼기 쉽지 않겠다는 조바심이 결국은 그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다. 하바드대 20년 최고의 명 강의라는 '정의(JUSTICE)'의 제목은 '정의란 무엇인가(What's the justice)'가 아닌 그냥 '정의(JUSTICE)'다. 한국어 번역을 보고 정의에 대한 명쾌한 답을 기대하고 책을 읽은 나 같은 독자라면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 것이다.

 

샌델은 책의 어느 곳에서도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저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에 입각해 사회 현상 중 논란과 이슈가 될 만한 사건들. 예를 들면 안락사. 대리출산, 생존을 위한 살인과 인육 먹기, 동성애, 줄기세포와 낙태, 징병과 용병제, 기여 입학제,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소수집단 우대 혹은 배제 정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도대체 '정의'가 뭐야 라며 사회정의를 생각해 볼만한 논제를 던져 치열한 토론과 논쟁의 장으로 독자를 몰아넣는다.

 

대리모 논쟁의 불씨를 지핀 '아기 M'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불임부부인 윌리엄스텀과 엘리자베스 스턴 부부는 자신들을 위해 대신 아기를 낳아 안겨줄 대상으로 가난한 환경미화원의 아내 메리 베스 화이트해드와 계약을 맺는다. 인공수정을 통해 읠리엄의 정자로 임신을 한 매리 베스는 딸을 출산하자 마음이 바뀌어 딸을 데리고 도망친다. 스턴 부부는 메리 베스가 아이를 넘겨주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얻어내 경찰의 도움으로 매리 베스를 찾아 아이는 스턴 부부에게 넘겨졌으며 양쪽에 양육권 다툼이 벌어진다. 대법원까지 상고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계약의 불평등 관계를 들어 매리 베스의 손을 들어준다.

 

사실 대리 출산의 경우 그들은 분명 스스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성인으로 사회적 계약에 위배됨이 없는 계약 조건을 통해 아이를 대신 임신해 낳아주고 그에 상당한 대가를 받는 행위다. 안락사나 낙태, 용병제도 역시 환자나 환자 가족, 용병에 지원하는 개인, 낙태를 원하는 여성 개인의 자기 결정권이 사회 전반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 다만 그와 같은 현상은 종교적, 도덕적 차원이나 사회 분배의 평등과 불평등의 차원에서 '정의(Justice)'로운 일인가 아닌가 라는 논쟁을 낳고 있을 뿐인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해 샌델은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환경과 조건에서 이루어진 계약이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회 불평등과 분배의 문제를 공리주의와 자본주의적인 시각으로 짚어주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을 한 가지 들라면  애써 외면하며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던 '사회 정의' 문제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며 돌이켜 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일 것이다. 결국 그는 궁극적인 선(Goodness)'나 절대적 '정의(Justice)'라는 접근이 아니라 사회에서 다수가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는 선에서의 '정의(Justice)'를 짚어 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저자는 책의 말미에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Justice)'란 도덕과 종교적 이상에 기초한 분배의 정의와 공동선을 위해 사회 현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탄압에 정규직이 연대해 노조의 새로운 역사를 쓰려하고 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연대해 사측과 합의를 이뤄낸 일은 영국 히드로 공항 기내식 납품업체에 근무하는 동남아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항공사 직원들의 연대 행동 등에서 이미 이상적 연대임을 입증한 바 있다.

 

과감하게 비정규직과 연대를 시작한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불평등에 기반한 사회 부정의에 대해 자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런 연대와 저자가 언급한 도덕에 기초한 분배의 정의와 공동선을 추구하는 일이야말로 평형의 날개로 사회 정의를 향해 날아오르기 위한 인간의 부림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라디오21에 송고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리커버 특별판)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의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와이즈베리(2014)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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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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