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남한강에서 도하 훈련 중 군용보트 전복 사고로 순직한 장병 4명에 대한 합동영결식이 21일 오전 10시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거행됐습니다. 사고로 전복된 보트는 22일부터 실시되는 호국훈련에 대비해 강의 수심을 조사한 후 하류에 있는 예행연습 훈련장으로 가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고 합니다.
군은 이번 도하 훈련이 늘 한강에서 행하던 훈련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4명의 젊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소식을 전하는 텔레비전의 방송을 보니, 보트 전복 사고가 발생한 장소가 눈에 익숙했습니다. 지난 여름 환경운동가들이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하라며 40여 일 동안 올라가 있던 바로 이포댐 공사 현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름답던 은빛 모래와 여울은 어디 가고보트 전복으로 4명의 젊은 장병들을 숨지게 한 장소가 원래 그토록 급류가 심하고 위험한 곳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를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마구 파헤치기 전에는 은빛 모래가 펼쳐져 있던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마치 붓으로 한 점 그려 놓은 듯, 강물 속에 은빛 모래섬이 자리하고 있었고, 찰랑거리는 여울 물살이 한강의 물을 맑게 해주던 생명이 꿈틀거리던 곳이었습니다. 얕은 한강물에 발을 담그고 견지하는 낚시꾼들의 모습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여울 물빛과 어울려 한 폭의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내던 곳이었습니다.
지난해 여름까지도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답던 한강이 젊은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물길로 변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변종 운하 소신 덕에 은빛 모래와 여울은 사라지고 흉측한 이포댐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 이포댐 공사로 강의 물길이 좁아져 물살이 거세졌고 이곳을 지나던 군인 보트가 뒤집히고 만 것입니다. 물길에 빠진 군인들은 구명조끼를 입었음에도 4대강 사업을 한답시고 세워놓은 구조물들에 부딪히며 의식을 잃었고 결국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너럭바위 사라진 끔찍한 암반 발파 현장이 대통령이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한강을 파괴하기 전에는 이포대교 우측 강변에는 은빛 모래가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좌측은 너럭바위들이 멋진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평평한 너럭바위는 백로를 비롯한 수많은 철새들의 식당이요, 쉼터였습니다.
강변에 너럭바위가 넓게 포진하고 있다는 것은 주변 지역이 암반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지요. 4대강 사업으로 철새들이 쉬고 있던 이 너럭바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포댐 공사로 은빛 모래가 사라진 것과 같이, 이곳 너럭바위 역시 암반 발파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너럭바위가 사라지는 현장 모습을 한 번 살펴보시지요. 철새들이 오가야 할 강변엔 대형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가득했습니다. 평화롭던 너럭바위는 사라지고 발파작업에 의해 처절하게 파괴된 흉측한 암반 덩어리들만 뒹굴고 있습니다.
연례행사로 이뤄지던 도하 훈련 장소가 왜 사람을 잡아?군 당국은 한강 도하 훈련이 연례적으로 행하던 훈련 중 하나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망자 명단을 보니 이제 갓 들어 온 신참병이 아니라, 병장과 상병입니다. 심지어 중대장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해마다 훈련하던 한강 도하 훈련 장소에서 왜 중대장까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일까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 하에 굴착기로 마구 파헤쳐진 한강은 예전의 한강이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안에 변종 운하를 완성하기 위해 밤낮없이 마구 파헤치는 한강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무서운 물길이 됐습니다.
아래 사진은 보트 전복 사고를 당한 이포댐 바로 주변에서 한강을 준설하는 모습입니다. 예전의 은빛 물살 반짝이던 여울과 초록 습지의 평화로운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무자비한 굴착기와 덤프트럭들이 강변의 모래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굴착기으로 강변만 파헤친 것이 아닙니다. 흡입식 준설선으로 강 물속 모래도 끊임없이 퍼올리고 있습니다.
MB가 주장하는 '수영하기 좋은 물'... 그런데 군인은 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어떤 공사이기에 4대강 사업이 강 살리기라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4대강 사업 후에 우리의 강이 어떻게 살아나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을 살려 놓은 현장을 돌아보았습니다. 4명의 군인이 사망한 이포댐 바로 아래 좌측 강변입니다. 어디선가 산을 파괴하여 가져온 돌들로 강변을 쌓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83년 현대건설 사장일 때 한강종합개발을 하면서 강변을 콘크리트로 쳐발랐습니다. 이번 4대강에는 콘크리트를 적게 쓴다고 큰소리쳤습니다. 그런데 콘크리트 대신 이런 끔찍한 석축을 쓰셨더군요.
4대강 사업으로 수영하기 좋은 물을 만든다더니, 뾰족한 돌들로 가득한 4대강 살리기 현장은 감히 강가에 다가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무서운 강변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여기 어디에 사람들 발이나 담글 수 있을까요? 이게 22조 원의 국민 혈세로 만든 싱싱한 강 살리기 현장이라니···. 참혹하기 그지없습니다.
남한강 사망 사고, 4대강 죽이기 재앙의 당연한 결과4대강 공사 현장을 돌아보니 이번 군 사고도 너무 당연한 듯보입니다. 이곳이 늘 도하훈련이 이뤄지던 한강이 맞긴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강이지요. 강을 안과 밖으로 마구 파헤쳐 변종 운하를 만들었으니 깊은 물길 속 물줄기를 전혀 예상할 수 없습니다. 군 당국이 도하 훈련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전혀 낯선 한강 물길을 새롭게 조사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번 사고는 분명 '인재'입니다. 낯설게 변한 4대강 이포댐 공사 현장에 안일하게 대처한 군 당국도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은빛 모래와 여울이 흐르던 아름다운 강을 파괴한 이명박 정부의 무모한 강 죽이기로 인해 발생한 인재입니다.
지난 19일자 <경향신문>은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공개한 국방부의 '육군 군용 단정 전복 사고 중간조사 결과' 자료를 통해, 군 당국도 4대강 이포댐 공사로 주변 물살이 급격히 빨라져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고지역은 (4대강 관련) 이포대교 일대 공사를 위해 급류 지점을 제외하고는 막혀 있어 유속이 초속 13~15m로 빠르고 3m의 낙차가 있는 지점으로, 사고 단정은 낙차 지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복된 것으로 판단된다." 사람도 죽이고 강도 죽이는 4대강 재앙 여기서 멈춰야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강 살리기'가 아니라 '강도 죽이고 사람도 죽이는' 끔찍한 재앙임이 증명됐습니다. 4대강 사업은 이제 강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도 위협하는 살인 무기가 된 것입니다. 이번 남한강 사고는 재앙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4대강 죽이기 재앙 사업은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4대강 찬성론자들은 대안이 뭐냐고 주장합니다. 대안 없이 반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도 합니다. 또 지금까지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는데, 여기서 중단하면 예산낭비가 되기 때문에 계속 강행해야 한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좋은 대안이 무엇일까요? 정답은 당장 전쟁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중단 외에는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4대강 생명 파괴 사업의 가장 좋은 대안은 당장 삽질을 멈추는 것입니다.
설사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완성한다 할지라도, 물은 썩을 것이고 생태계 파괴로 인해 바로 다음 정권에서 복원 이야기가 나올 것입니다. 어차피 복원할 것이라면, 지금 당장 중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입니다.
400조 원이 넘는 국가 재정적자를 예상하는 나라에서 서민 예산 등을 삭감하여 22조 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4대강 사업은 강도 죽이고, 사람도 죽이고, 나라 경제도 죽이는 재앙에 불과합니다. 건설업자들 주머니만 불려주는 4대강 죽이기 재앙은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