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발표한 천안함사건 대국민담화에서 "앞으로 (북한이) 우리의 영해·영공·영토를 무력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북한이 연평도 해병기지와 민가에 포격을 가해 '국지적 전쟁상태'가 발생했지만, '적극적 억제'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K-9자주포로 응수했을 뿐, 현장에 급파된 F15와 F16은 북한의 해안포대를 폭격하지 않았다.
한국 학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국제정치 이론과 국방안보의 현장 활동을 겸비한 전문가로 꼽히는 문정인(59)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K-9자주포로는 실질적 피해를 주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한적 자위권'을 행사한 것"이라면서 "F15와 F16으로 폭격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지만, 정부가 이야기해왔던 '적극적 자위권' 행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계산된 실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한 응징을 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전체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 시켜야 한다는 대승적 책무가 있는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누가 대통령이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제타격론'까지 내비쳐왔던 이명박 정부지만 확전을 막기 위해 '제한적 자위권'만을 행사했고,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누가 대통령이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인식이다.
"대북정책 수립 관여자들 거의 전부 '미국' 전문가"
문정인 교수는 이어 "문제는 계속 이런 식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라며 "확전될까 봐 강력한 응징도 못한다면 정부가 정책을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늦기 전에, 레임덕이 오기 전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해서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우라늄농축시설을 공개하기 전에, 또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기 전 남한에서는 북한의 능력과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국제적인 제재속에서 북한이 의미있는 우라늄농축시설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새로운 '핵카드'를 내놓기도 어렵고, 재래식 전력에서 크게 뒤지는 북한이 해봐야 어느 정도나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문 교수는 이에 대해 "억지력이나 국력을 평가할 때 실질적인 군사력, 지도자(정책결정자)의 의도와 의지가 중요한데 한국과 미국은 이 세 가지 전부를 아전인수적 시각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북한을) 부정적으로 보고 얕잡아 보고 왜곡되게 보고 있는데 (우라늄농축이나 연평도 포격은) 이런 것들이 가져온 결과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대북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다 미국전문가들로, 북한 전문가들은 내재적 접근을 하니까 일이 안된다면서 북한 전문가들 다 제쳐버렸다"면서 "한미동맹전문가들이 모든 걸 하다 보니 되는 것이 없어 보이는데, 무지와 오만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24일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만난 문 교수는 "어제오늘 외국계 컨설팅 회사 3곳에서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물어왔는데 천안함 때도 그런 일이 없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해외에서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전해주기도 했다.
"사전 통보 했음에도 상황 발생했다면, 이해 어렵다"
다음은 문정인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 이번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민간인 사상자가 났고, 바다위에서가 아니라 연평도라는 우리 영토에 대해 포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국지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번 사태를 분석하는 세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히 하고 군부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계획적으로 공격했을 수 있다. 둘째는 최근에 남북한 관계가 악화돼 있는 상황에서 남측의 과도한 군사훈련에 대해 북측이 도를 넘어서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남측에 대한 심리전적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셋째는 우발적 상황일 수 있는데, 북한이 22일부터 '호국훈련'에 대해 경고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렇게 보기는 어렵다.
국가안보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안보 현안에 대한 냉철하고도 객관적인 분석과 그에 따른 단호한 행동이다. 북한을 잔악한 악의 축이라 백번 비판해봐야 소용없다. 실제적으로 응징을 가하고 재발을 방지 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군의 태도가 솔직해야 한다. 처음에는 호국훈련이라고 이야기했다가 뒤에는 호국훈련은 태안반도에서 하는 것이었고 연평도에서는 일상적인 포격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북에서는 우리의 일상적인 훈련에 대해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보였는가.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과 '우리 민족끼리'(조평통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호국훈련은 (북한) 영해에 대한 침해라고 했고, 23일 오전에는 훈련자제를 요구하는 전통문을 보내기도 했다."
- 정부는 사전에 북한에 알려줬다고 말하는데.
"사전 통보해주었는데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이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이 독수리 훈련이라든지 포커스레티나훈련(호국훈련의 효시격인 훈련으로 1969년 시작)에 대해서는 그런 식의 반응을 안 보이지 않았나. 이번에 이 점이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우라늄시설 공개나, 연평 문제나 공통적 패턴 있다"
- 이번에는 민간인 부상자들(*24일 민간인 사망자 2명 추가 확인함.)까지 발생했다. 북한도 (연평도 내륙) 민가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을 텐데.
"북으로서는 남쪽 민심을 사려고 할 테니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목표로 공격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연평도에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해병기지와 붙어 있어서 손상을 입은 게 아닌가 싶다. 의도적으로 민간을 공격해서 북한이 얻을 게 뭐가 있겠나. 심리전적 효과를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연평도는 작은 섬이고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민가와 군부대 구분이 잘 안 된 상태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
-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지 10여일 뒤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닌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만약 남쪽에 전혀 사전 경고 없이 포격을 했다면, 우리에게 심리전적인 효과를 주고 북 체제를 확립하는 가운데 북의 자존심을 높이려는 의도일 것인데 북측은 22일부터 계속 훈련 반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우라늄농축시설 공개나 이 문제나 하나의 공통적 패턴이 있다. 관련 현안에 대해서 미리 공개적인 입장을 통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라늄 농축을 공개한 것은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미국에게 보내는 것이고, 동시에 협상을 하지 않으면 계속 핵 무장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걸 암시하는 거다. 이번 연평도 사건은 사전에 응징하겠다고 밝히고, 그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북한 도발 더 있을 것...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 아직 전체 상황이 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왜 이렇게 나온다고 보나.
"호국훈련이 적대적이고 호전적으로 보였을 수 있다. 이에 대한 공격을 자위권이라는 이름하에 정당화 시키고, 동시에 강한 군의 모습을 보여 김정일과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또 군의 위상을 올려줘서 후계체제에도 효과가 있을 거고, 남측에도 심리전적인 효과를 가져 올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쟁이냐, 평화냐를 우리 측에 통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이 계속 그런 식으로 목을 조르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하겠다, 우리는 빈말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 전쟁이냐, 평화냐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그렇게 볼 수 있다. 2007년 10·4 선언에서 남북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합의했다. 당시 북한 군부가 상당히 반대했음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를 했는데, 이게 무시되고 군사적 충돌이 촉발되는 상황까지 왔다. 북한의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북의 도발이 더 있을 것이다. 에스컬레이션(확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에 재발하면 3배, 4배로 피해를 주고 미사일 기지에 대해서도 보복공격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 북은 가만히 있겠나.
이번에 드러났지만 북한의 해안포는 전시용이 아니다. 북의 전방에 쫙 깔려있는 장사정포들은 가공할 만하다. 이쪽에서 타격하면 저쪽에서 타격할 것이고, 인천공항, 서울과 근교에 있는 주한미군기지 등이 타깃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면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이렇게 미봉책으로 가다가 긴장이 고조되면 결국에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평화냐 전쟁이냐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 정부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명박 대통령은 5·24조치 때 '적극적 억제'라는 개념을 썼고, 그 이전에 김태영 국방장관은 합참의장 때 선제타격을 거론했었다. 이 연장선상에서 보면 확전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위권을 행사했어야 하는데, K-9자주포로는 실질적 피해를 주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한적 자위권'을 행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F15와 F16이라는 전투기가 나섰음에도 응징하지 않았다.
평소 우리 정부가 이야기했던 적극적 자위권 행사가 아니다. 그건 계산된 실기라 볼 수 있다. 국민과 나라 경제를 생각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천안함 사건 때도 재발방지에 초점을 두고, 추가 도발할 경우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제사회 여론 환기시키고, 유엔 안보리에 가져가서 북에 대한 제재를 촉구한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K-9으로 대응하는 건 북도 다 예측한 것이고, 정부가 말해온 것과는 달리 결국 북한의 행태를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할 수 있다."
- 결국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말들과는 달리 강력응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대통령으로서는 나라 전체를 생각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강한 응징을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리 국민 전체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 시켜야 된다고 하는 대승적 책무가 있는 거다. 현실적으로 누가 대통령이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계속 이런 식으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 모두 전쟁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확전될까봐 강력한 응징도 못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대화와 협상을 해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정부가 외교안보정책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믿고 맡긴 것 아닌가. 믿고 맡긴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계속 불안해지고 있다.
레임덕 오기 전에 북한과 반전의 대타협을 해야 한다. 남북관계 안정시키고 핵문제 반전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지금 당장은 북한 욕하겠지만 나중에는 '왜 이정부에서는 왜 이렇게 불안하고, 살기 어렵냐'고 할 것이다."
"학생 100명 중 2명만 강력 응징해야 한다고 답했다"
- 어느 대통령도 북한과 전쟁을 결심할 수 없다는 건데.
"현 정부에서는 전쟁을 무릅쓰고서라도 '비겁한 평화'를 하지 않겠다는 건데, 현실은 그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누가 전쟁을 원하겠나. 어제(23일) 학부생 100명 정도 듣는 수업에서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물어봤다. 강력한 응징해야 한다는 대답은 100명 중에 2명뿐이었고, 80명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적인 분들은 젊은이들이 국가의식이 없고 비겁한 평화를 선호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현실이고, 이들이 유권자 아닌가.
그렇다면 대안은 군사적 행동보다는 외교적 노력일 수밖에 없다. 말로는 선제타격, 적극적 억지, 사즉생 생즉사 해놓고는 실제로는 못한다. 그 냉정한 태도가 좋긴 하지만 국민이 어떻게 계속 참느냐 이거다.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 이번 사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과는 다른 것 같다.
"그렇게 본다.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 긴장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그 건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터졌다.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럴수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어제 오늘 외국계 컨설팅 회사 3곳에서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물어오더라. 천안함 때도 그런 전화가 오지 않았었다."
- 지금 이 상황을 호전시킬 동력이 한반도 내부에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지금 이걸 반전시킬 힘은 이명박 대통령한테 있다. 더 악화되기 전에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리비아 핵문제 푸는데 토니 블레어가 했던 역할을 이명박 대통령이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오바마 대통령과 가깝기 때문이다. 이명박-김정일 정상회담하고, 한두 달 뒤에 김정일-오바마 정상회담 주선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상황을 수세적이고 반사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지금이 역사의 큰 소용돌이, 전환적 시점에 있다고 보고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김정일 만나서 해결하는 게, 스타일 구기고 체면 깎이는 게 아니지 않는가."
- 이 대통령이나 보수쪽에서는 굴복으로 생각할 텐데.
"남북관계와 한중관계가 꼬이고 북중이 가까워진 상당한 책임이 우리 정부에게 있다. 정부가 결자해지 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 등에 관계없이 조건 없이 우선 만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가장 큰 공헌을 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다. 이건 정말 대통령의 '유산의 정치'가 될 수 있다."
- 북한의 우라늄농축까지 합쳐보면 미국의 '전략적 인내'도, 이명박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도 실패한 것 아닌가.
"<뉴욕타임즈> 기자와 내가 인터뷰한 내용이 어제 자에 꽤 크게 나왔다. 북한이 경수로를 짓기 시작했다는 것은 대북 제재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은 거기에 모든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그것만 생각한다. 한국이나 미국은 사안이 발생할 때만 생각한다. 비대칭 구조다. 우리가 북한을 다루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 제재도 안 되고,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도 하지 않겠다'면 카드가 뭔가? 군사적 행동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 깊게 자문하는 학자 한 분이 지난 10월 한 국제회의에서 군사적 행동을 통해서라도 북한 핵시설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을 보았다. 이건 서해안에서 확전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정책적 선택이 될 텐데…. 그걸 할 수 있을까."
"제일 우수한 친구들이 대북 정보수집 하는데 왜 계속 틀릴까"
- 남쪽 보수는 물론이고 진보쪽도 북한의 의지와 능력을 너무 얕보고 있는 것 아닌가.
"내가 계속 주장하는 게 그 부분이다. 억지력이나 국력 평가할 때 실질적인 군사력, 지도자(정책결정자)의 의도와 의지가 중요한데 이 세 가지 전부에 대해 한미 모두 아전인수적 시각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 부정적으로 보고 얕잡아 보고 왜곡되게 보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가져온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제일 우수한 친구들이 정보기관에 가서 대북 정보수집 하는데 왜 이런 실수를 계속하고 있나. 필요하다면 내재적으로도 봐야하는데, 결국 자기네들이 갖는 선입견, 편견, 관료적 타성으로 북한을 계속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 판단은 더 큰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정말 북한의 능력, 의도, 의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현 정부에서 대북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다 미국전문가들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내재적 접근을 하니까 일이 안 된다면서 북한 전문가들 다 제쳐버렸다. 한미동맹전문가들이 모든 걸 하다 보니 되는 것이 없어 보인다. 무지와 오만에서 깨어나야 한다.
지난 주 한 정책연구포럼에서 이런 지적을 하면서 왜 북한 전문가들을 활용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현 정부 가까운 사람이 '어디 가서 그런 말씀 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 사람들은 미국하고만 하면 모든 게 다 풀린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강대국 결정론, 특히 미국 결정론이라고 하는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
- 남이 북을 자극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섬 포격은 예상하기 어려운 것인데.
"농축 우라늄 시설만 하더라도 작년 4월 15일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설마 할까, 그렇게 했다가 이번에 펑 터졌다. 이번 것도 북측이 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너희들이 하면 뭐 얼마나 할 수 있겠냐'고 했는데, 포격을 가해 왔다. 이 다음에는 북한이 뭔들 못하겠나.
그러면 우리는 이 단계에서 뭘 해야 하겠나. 한 번 더 기다렸다가 자위권 행사해서 친다? 확전가능성 더 커지는데? 우리는 잃을 게 너무 많은 나라다. 지난 10월 10일 북한의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에서 북이 공개한 신병기를 봐라. 만만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야말로 정치력 발휘할 때다. G20 잘하는 데만 정치적, 외교력 발휘하지 말고 우리 국민 모두의 생존과 안전이 걸린 남북관계에서도 G20에서 보여줬던 정치력, 외교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기회는 위기에서 오는 법이다. 이번이 그러한 기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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