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없었습니다. 친구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더불어 졸업여행'에서는 그랬습니다. 올해로 세 번째입니다. '나홀로 6학년'인 학생들을 위한 여행입니다. 아니, 영화 <선생 김봉두>의 실제 주인공이라고 하는 편이 오히려 이해가 쉽겠습니다. 그들이 24일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덕수궁을 구경했습니다. 놀이공원에서도 맘껏 놀았습니다. 그동안 그들은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나 혼자만 6학년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서로 더 쉽게 마음을 엽니다. '더불어'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그 모습이 참 예쁩니다.
깨기 싫었습니다. 수첩을 꺼내 이름을 받아 적고 소감을 묻고 그러기 싫었습니다. 그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대신 각 조를 이끄는 '쌤(선생님)'들을 통해 한 가지 부탁을 전했습니다. 몇 줄이나마 간단하게라도 소감을 적어달라고요.
역시 사파리나 바이킹 이야기가 많습니다.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어버렸었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친구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호소하거나 다리가 아팠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조금 더 '어른들'이 신경 써야 하겠구나 생각하며 읽어 내려가다, 다음 문장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일 혼자 6학년, 매일 심심했는데…."
서종원 학생이었습니다. 김예진 학생도 이렇게 적었습니다. "늘 혼자였는데"라고요. "친구를 만나 재미있었다", "많은 친구들과 만나서 좋았다", "새로운 친구", "친구들과 같이 한 방에 자는 것도 매우" … '친구와 좋았다'가 자꾸 눈에 밟힙니다.
도시 학생들에게는 낯선 이야기들일 겁니다. 도시 어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할 겁니다. 동시에 농어촌 공동체가 깨지고 있다는 파열음,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그 무엇이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음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해줘서요. 어쩌면 누구보다도 외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그들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나 혼자만 6학년'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더욱 고마웠습니다. 그들의 추억 한 페이지를 먼저, 있는 그대로 전합니다.
[1조] "솔직히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퐈이야!"
- 경북 칠곡 북삼초등학교 오평분교 김민석
"오늘 에버랜드에서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많이 타서 재미있었고, 같이 다니던 선생님이 너무 친근했다. 하지만 길을 잘 몰라 힘들었다."
- 강원 횡성 둔내초등학교 덕성분교 안이슬"즐거웠다. 또 바이킹을 타고 싶었다. 약간 재미있는 것 같았다. 즐거운 ㅋㅋ"
- 경남 사천 삼천포초등학교 신도분교 정주빈"나는 오늘 서울 덕수궁에서 1조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았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장난치고 놀고 하니까 친해졌다. 우리 여동원 선생님은 활기차고 재미있어서 즐거웠었다. 오늘 신기한 건 이슬이 사촌누나가 채식주의자라는 게 신기했다. 나는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이었다. 나는 솔직히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친해져서 좋았다. 1조~퐈이야!
[2조] "내 옆에 친구가 있어서 안심"
- 전남 목포 서산초등학교 충무분교 김민성
"친구를 만나 재미있었고, 놀이기구도 타서 아주 재미있었다. 옆 친구와 오늘 길을 2번이나 잃어버림… 다행히 혼자가 아니었기 망정이지… '쌤' 찾으러 같이 갔는데 이미 가 있단다. 그래도 즐거웠다. 동원참치 쌤이랑 아주 얘기도 하고 즐거웠던 것 같다."
- 경북 칠곡 북삼초등학교 오평분교 김혜미"덕수궁에서 만날 때에는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데 지루하고 다리가 아팠다. 에버랜드에 갔을 때는 사파리월드에서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리고 같은 조 오빠들 고집 때문에 바이킹을 선생님과 함께 탔는데, 가운데 탔는데도 무서웠다. 감기로 목이 부어 소리도 지를 수 없고 힘들었다.
타는 데에도 안전바에 이름표가 끼어 힘들게 이름표를 뺐다.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돌아와 보니 오빠들이 없어져 있었다. 그것 때문에 시간을 날렸다. 마지막으로 회전목마를 타고 퍼레이드를 보았다. 그리고 로즈가든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쉬다 영화를 보았다. 힘들고 피곤했지만 재미있는 날이었던 것 같다."
- 전북 군산 어청도초등학교 안호찬"오늘 많은 친구들과 만나서 좋았고 놀이기구도 아주 재미있었다. 오늘 길을 두 번이나 잃어버렸지만 내 옆에 친구가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3조]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사파리 투어"
- 강원 인제 기린초등학교 진동분교 권보선
"덕수궁 대한문에서 도착했을 때 있는 친구들도 별로 없고 같은 조 친구도 많이 서먹서먹했다. 에버랜드에서 티익스프레스, 아마존익스프레스, 범퍼카, 후룸라이더, 자이로스윙을 탔는데 진짜 어지럽고 무섭기도 했다. 오랜만에 에버랜드에 왔는데 신나게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다. 그리고 조장 선생님이 잘 대해주셔서 더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오늘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다."
- 경북 칠곡 북상초등학교 오평분교 김예진"늘 혼자였는데 여기 와서 여러 아이들과 낙엽 던지며 사진 찍고 에버랜드에서 같이 놀이기구 타고 얘기도 하고 너무 즐거웠다. 불꽃 쇼를 보며 애들과 조금 친해 졌다. 남은 시간동안 더 친해지고 싶다."
- 강원 정선 임계초등학교 군대분교 손영주"오늘은 아주 좋은 날이었다. 올 때는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하고 나니 좋았다. 내일이 기대된다."
- 경북 안동 길안초등학교 길송분교 임치성"오늘 덕수궁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버스를 타고 에버랜드를 갔다.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사파리 투어였다. 사파리 투어에서는 백호와 기린, 곰 등을 만난 게 즐거웠다. 그 중에서는 곰이 제일 멋있었다. 일어서라고 하면 일어섰기 때문이다. 나중에도 더 와보고 싶다."
[4조] "매일 혼자 6학년... 매일 심심했는데"
- 경남 의령 칠곡초등학교 김성수
"오늘은 의령에서 부산에서 기차 타고 서울로 왔다. 정∼말 불편했다. 도착하고 덕수궁에 갔다. 한자가 정말 뭔지 몰랐다. 그 다음에 용인 에버랜드에 갔다. 미니 바이킹이랑 구름라이더, 아마존 익스프레스 등 많이 탔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불꽃놀이를 봤다. 정말 예뻤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 충남 서산 대산초등학교 웅도분교 김소영"부모님이랑 놀이기구도 타고 친구도 사귀어서 좋았다."
- 경북 봉화 물야초등학교 개단분교 서종원"(1) 매일 혼자 6학년 … 매일 심심했는데 여기 와서 여러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 좋았다. (2) 신나는 게임(놀이기구)와 맛있는 저녁, 평소 일상에서 벗어난 일상 탈출! (3) 평소 엄마와 여행 기회가 없었는데 가게 되어 좋았음^^ (4) 화려한 퍼레이드의 즐거움."
- 경남 합천 덕곡초등학교 차하얀"오늘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좋았다. 놀이기구 타서 좋았지만 조금 춥고 다리가 아파서 기분이 안 좋았다. 그리고 불꽃놀이에서 보기는 좋았지만, 소리가 너무 커서 싫었고, 불꽃놀이를 보고 놀이기구를 타려고 하는데, 놀이기구가 하는 시간이 오후 8시 밖에 안 해서 못타고 선물가게 들린 게 정말 아쉽다."
[5조] "다리가 아팠어요 … 다음에 다시 오고 싶어요(^^)"
- 전남 보성 벌교초등학교 장도분교 강영식
"에버랜드에 와서 바이킹, 로데오, 만화, 물보트, 유령에 집 등등 탔는데 다리가 너무 아팠어요. 움직이는 게 힘들었고 통나무집에 오니까 편했다. 다음에 이 기회가 되면 다시 오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 충남 보령 청파초등학교 호도분교 김민혁"오늘은 참 즐거운 날이다. 오늘 에버랜드와 덕수궁을 가서 놀았기 때문이다. 구경하고 노는 건 참 즐거웠다. 다만 서울에 오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리고 견학장소와 숙소도 매우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 좋지만, 계단이 많아서 오르내릴 때 불편하다.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 한 방에 자는 것도 매우 좋은 것 같다. 내일도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 전남 목포 유달초등학교 달리분교 백슬기"오늘은 오후 1시에 덕수궁을 가서 여러 가지를 보고, 에버랜드에서 바이킹, 만화보고 유령의 집 등등을 보고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넘넘'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맛있는 음식, 간식도 먹고, 즐거운 하루였다. ㅇㅅㅇ"
- 경남 의령 정곡초등학교 서한영 "레이저쇼가 제일 좋았다. 바이킹이 좀 무서웠다. 유령의 집이 재미있고 통나무 모양 미로 재미있었다. 영화도 재미있고 다음에 또 했으면 좋겠다."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과 '더불어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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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졸업여행'은 나홀로 졸업식을 맞을 농어촌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오마이뉴스>가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전국 각지에서 모두 18명(5학년 2명) 학생이 참가했으며, 이들과 함께 선생님과 학부모 16명도 함께 2박 3일을 보내게 된다.
여행 첫날인 24일 덕수궁과 에버랜드를 돌아본 참가자들은 25일에는 뮤지컬 <점프>와 IT체험 전시관인 디지털 파빌리온을 관람한다. 이어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견학하고, 강화도 '오마이스쿨'로 이동하여 캠프파이어 등을 통해 추억을 '다질' 예정이다.
여행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참가 감상문 작성과 함께 앞으로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운영할 블로그 교육을 받게 된다. 소중한 인연을 행사뿐만이 아니라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제까지 두 번의 여행을 통해 모두 34명의 '친구들'이 우정을 나누고 있다.
한편 '더불어 졸업여행'은 농어촌에서 외롭게 지내는 학생들이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사귐으로써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새로운 꿈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같은 취지로 전국의 '나홀로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더불어 입학식'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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