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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따끈한 잔치국수 한그릇 취재를 하면서 아름답고 따끈한 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취재 나왔다고 곱빼기로 주셨다. 그냥 얻어먹고 갈까 했는데, 좋은 곳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돈을 냈다. 당연히 거절하셨지만, 억지로 냈다. 아름다운 국수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었다.
▲ 아름답고 따끈한 잔치국수 한그릇 취재를 하면서 아름답고 따끈한 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취재 나왔다고 곱빼기로 주셨다. 그냥 얻어먹고 갈까 했는데, 좋은 곳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돈을 냈다. 당연히 거절하셨지만, 억지로 냈다. 아름다운 국수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었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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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다. 주머니에 두 손을 집어넣고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진한 잔치국수 냄새. 따끈한 국물이 있는 잔치국수를 떠올리는 순간 마주한 '국수나눔봉사회' 플래카드 띠~옹!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다가가 물었다.

취재도 하면서 맛도 좀 볼까 했는데 안타깝게도 정리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신다. 하지만 근처 수유3동 에서 '아름다운 국수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니 시간되면 그쪽으로 찾아오라고 하셨다. '국수나눔봉사회', '아름다운국수가게'(http://cafe.daum.net/googsu)를 운영하는 김혁씨와의 첫 만남이었다.

며칠이 지나 가게를 찾아갔다. 따듯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국수가게'라는 간판이 여느 가게와 다르게 눈에 띈다. 이 가게는 2010년 2월에 수유3동에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사연이 길었다.

아름다운국수가게 대표 김혁 씨 김 씨는 만두피 공장에서 버리는 잔 피가 아까워 이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다보니 이런 저런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 아름다운국수가게 대표 김혁 씨 김 씨는 만두피 공장에서 버리는 잔 피가 아까워 이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다보니 이런 저런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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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를 맡고 있는 김씨는 밀가루 대리점 사장님이었다. 김씨가 봉사활동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부천 송내동에서 무료급식단체 '향기네'란 곳이다. 설거지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도와주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직접 무엇인가를 기획해서 해나갈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8년 전 어느 날, 밀가루를 납품하던 만두피 공장에서 동그랗게 찍고 남은 잔 피를 그냥 버리는 것을 발견하고, "아! 너무 아깝다. 이걸 잘만 활용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주위에 자원 봉사하는 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결책을 찾았다. 잔 피를 모아다가 다시 반죽하고, 칼국수 면발로 뽑아주는 기계를 사서, 직접 이웃 분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당연히 대박이 났다. 하루에 나오는 양이 무려 200~300인분 정도였다. 대리점에서 직접 나누어 주었는데, 주위 분들이 매일 줄을 서서 받아가셨다고 한다. 사람들 형편에 상관없이 나누어 주니 당연히 눈치 보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5년 정도 꾸준히 나누어 주는 일을 해왔다. 명절도 없이 말이다. 어느덧 줄서서 받아가시던 분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진짜 이웃이 되었다. 받기만 하던 대상자에서 이제는 함께 좋은 일을 같이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참여자로 바뀐 것이다.

이런 저런 제안이 들어왔고, "칼국수 면을 나누어 드리는 것도 좋은데 그걸 끓여먹기도 힘든 분들을 위해 국수를 직접 만들어 대접해 드리는 것은 어떻겠느냐"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한다. 이름하여 '사랑의 국수 나눔 잔치'를 기획하게 된 것.

지역의 여기저기 어려우신 분들을 찾아가서 국수를 나누어 주는 행사이다. 강북구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어느 곳이든 불러만 주면 어려운 곳을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 봉사가 놀랍게도 지금은 2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거의 복지관 규모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행사를 한 지도 어느새 3년째 접어든다. 매번 행사를 나갈 때 십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함께 한다. 임대아파트, 복지관, 때로는 수해복구 지역 등 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여기저기 찾아간다. 여기에는 원칙이 있다. 절대로 '국수나눔봉사회'가 전적인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든 봉사단체든 교회든 절이든 같이 행사를 주최하는 쪽과 분담해서 일을 진행한다. '국수나눔봉사회'에서 국수를 제공하면, 함께 하는 단체에서는 양념이나 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함께 하는 단체가 그저 장소나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함께 자원봉사에 참여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행사는 정기/비정기적으로 두 달에 15번 정도 있다. 쉬는 날을 감안하면, 거의 하루 걸러 하루 나가는 것이다.

현재는 활동이 어느 정도 알려지면서, 구에서 일정 정도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자발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보통 행사 때마다 봉사자들이 1만원 씩 회비를 내는데, 여기에 보조금을 더해 밀가루를 구매한다. 한번 행사에 나가면, 적게는 100인분에서 많게는 1200인분 정도 대접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좋은 일을 하다 보니, 좋은 생각이 계속 떠오르고, 계속 좋은 것을 만들어 간다. 김씨는 얼마 전 '사회적 기업'에 대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사회적 기업의 좋은 취지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주위사람들과 실현해 내는 사람은 드물다. 김씨는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주위 사람들과 '아름다운 국수가게'를 만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공헌도 해나간다는 목적이다. 말을 이으면서 "솔직히 이것도 자원봉사자들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하며 자원봉사자들을 치켜세웠다.

초기에 장소를 마련하려면 목돈이 들기 마련인데, 10명 정도가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을 마음만 받고, 의사결정과 소통에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최소화 하는 의미에서 3명이 돈을 출자해 장소를 임대했다고 한다. 식당에는 25개 단체에서 3-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한 달에 한두 번씩 로테이션으로 찾아와 일을 한다. 봉사자들이 운영하는 국수가게라 저녁 늦게까지는 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국수가게'는 10시부터 6시까지 문을 연다.

아름다운국수가게를 찾는 손님들 매일 봉사자들이 바뀌기 때문에 봉사자에 따라 매번 손님이 번갈아 찾아온다. 또 매번 올 때마다 봉사자들의 손맛에 맞게 국수 맛이 바뀐다. 이것도 이 국수가게의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아는 손님이 왔다고 떡하나(?) 더 주신다.
▲ 아름다운국수가게를 찾는 손님들 매일 봉사자들이 바뀌기 때문에 봉사자에 따라 매번 손님이 번갈아 찾아온다. 또 매번 올 때마다 봉사자들의 손맛에 맞게 국수 맛이 바뀐다. 이것도 이 국수가게의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아는 손님이 왔다고 떡하나(?) 더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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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금으로 국수가게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국수나눔봉사회' 기금으로 활용할 생각이지만. 아직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적자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맛을 알고 찾아오기 보다는 봉사자들의 친구, 지인 분들이 찾아온다. 매일 봉사자들이 바뀌기 때문에 봉사자에 따라 매번 손님이 번갈아 찾아온다. 또 매번 올 때마다 봉사자들의 손맛에 맞게 국수 맛이 바뀐다. 이것도 이 국수가게의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김씨는 본격적으로 '아름다운 국수가게'를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현재 법인을 만들고 내년도 사회적 기업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철학도 들을 수 있었다.

"봉사정신 없이 사회적 기업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좋아서 자원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야 사업이 길게 가고 생명력이 있어요. 많은 사회적 기업이 돈을 벌려고 덤벼들다 보니 넘어지는 것 같아요. 사회적 기업은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지난 8년을 돌아보며, 국수를 나누면서 '좋은 사람'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 자부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제일 값지다. 꾸준히 자원봉사해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다른 사람 욕할 줄 모르고 정말 착하다. 일단,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을 만나서 좋고, 둘째로, 소외된 이웃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이웃이 되니 좋다.

사실, 우리 사회에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친구들이 많은데, 이들과 유대관계를 맺어가는 것 자체가 귀한 일이고, 그 일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재밌고 좋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요즘 특별히 관심이 가는 곳은 새터민이다(강북구에 새터민이 200~3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고향도 없고, 기댈 친구들이 필요한데, 이들과 수시로 만난다고 한다. 근처에서 국수나눔 행사가 있으면 언제나 문자를 보내서 국수 먹으러 오라고 부른다.

취재를 하면서 아름답고 따끈한 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취재 나왔다고 곱빼기로 주셨다. 그냥 얻어먹고 갈까 했는데, 좋은 곳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돈을 냈다. 당연히 거절하셨지만, 억지로 냈다. 아름다운 국수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었다.

봉사자들과 함께  아름다운 국수가게를 사랑하는 봉사자들과 함께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 봉사자들과 함께 아름다운 국수가게를 사랑하는 봉사자들과 함께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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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수동 마을신문 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아름다운국수가게#국수나눔봉사회#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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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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