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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와 인하대학교(이하 인하대)는 지난 6월 5일부터 12월 중순까지 '다문화가정 자녀 학습 지원 대학생 멘토링'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다문화가정 자녀가 필요로 하는 인성교육과 한국어·문화 교육 등을 제공함으로써 학습부진을 해소하고 나아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의 한국사회에 대한 적응 능력을 함양하여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인하대 대학생 30명의 멘토와 다문화가정 자녀 만 5세부터 중학생까지 30명의 멘티로 이루어지는 멘토링 사업은 학습지원을 비롯하여 생활상담, 놀이, 야외활동 등 다양한 활동으로 진행되었다. 멘토와 멘티는 1:1 결연을 맺고, 주 1회 이상 가정방문을 통해 취학 전과 미취학 아동들에게는 한글, 숫자와 같은 기초학습 지도를, 초·중등학생들에게는 교과지도 위주로 이루어졌다.

 

멘토들은 지도위원과 월 1회씩 모임을 가짐으로써, 멘토링을 하면서 발생했던 여러 문제점과 고충을 상담하고 조언을 구해 월간 방향을 수정․보완하여 멘티와의 보다 활발한 의사소통과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나의 경우, 멘티는 한국 아버지와 몽골 어머니 사이의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였다. 멘티와는 발대식을 가졌던 6월에 처음 만났는데, 초등학교 5학년이면 너무 어리지도, 그렇다고 다 크지도 않은 나이이기 때문에 처음에 어떻게 다가가고 친해져야 하는지 막막하고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서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낯을 가리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무색할 만큼 굉장히 쾌활하고 밝은 아이여서 친해지는 것이 걱정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멘티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든 만큼, 멘티 부모님은 물론 멘티 역시 공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특히 고학년에 접어들면서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직접 가르칠 수 없는 부분들이 늘어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을 꽤 느끼시는 것 같았고, 이에 따라 멘토링 방향도 부족한 학습지원 위주로 이루어졌다.

 

특히 멘티는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 성적이 낮은 편이라, 학원 문제집 외에 따로 수학 문제집을 구입해서 한 시간은 부족한 수학을 보충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학교와 학원 숙제를 봐주는 식으로 멘토링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초등학생이라 그런지 멘티는 공부에 대한 흥미와 관심에 비해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초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의욕만 지나치게 앞서 멘티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매우 답답하고 힘들었다. 내 입장에서는 고학년인 만큼 공부에 보다 신경을 썼으면 하는 마음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었던 반면, 멘티는 걸그룹의 노래와 춤을 모두 따라할 정도로 연예인에 상당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서로의 요구에 대한 충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또한 학습지원을 희망하셨던 부모님의 요구 사항과 달리, 멘티는 공부하는 것보다는 연예인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하고 싶어 해서, 어떤 방향으로 멘토링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있어 초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학교수업처럼 딱딱한 방식으로는 멘토링 하는 데는 물론 멘티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이에 따라 멘티에게는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고 멘토 입장에서는 보람 있는 활동이 되도록 뭔가 색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멘티의 취약한 학습 부분을 보완함과 동시에 재미있고 활기찬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퀴즈처럼 문제를 내고 맞히면서 공부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퀴즈는 지루한 공부라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일종의 놀이형식처럼 느껴질 수 있고, 문제를 하나 둘씩 맞히다 보면 자신감도 붙기 때문에 공부를 즐거운 놀이처럼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수학은 원래대로 문제집을 푸는 식으로 공부하였고, 사회와 과학 교과의 경우 문제집을 보면서 문제를 냈고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듯했으나, 한두 문제씩 늘려가다 보니 멘티는 승부욕이 생기는 것 같았고, 하나 둘씩 문제를 맞혀가면서 자신감과 의욕이 높아지는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퀴즈를 내는 목적이 틀린 문제를 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학습의욕을 높이고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틀렸다고 해서 야단을 치고 꾸중을 할 것이 아니라 간지럼을 피우는 등 장난처럼 대하면서 멘티가 공부를 즐거운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에 있다. 지나치게 아이를 압박하거나 채찍질 하다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 공부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멘토링을 하면서 멘티와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져 의사소통도 원활해졌을 뿐만 아니라, 함께 공부하면서 시험 성적이 오른 부분도 있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보람찬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멘티의 고집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은 멘토링 하는 내내 통제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조금이라도 일단 공부를 하고 놀자고 달래 봐도, 무턱대고 놀자고 떼쓰는 상황에 처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상당히 난처했다. 늘 공부하는 것보다는 노는 것을 원해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쯤이면 간단한 게임이나 멘티가 원하는 놀이를 해야 했다.

 

어머니의 관심 또한 생각보다 매우 소극적이셨는데, 멘토링 날짜와 시간을 정하는 데만 관심이 있으시고 그 외 어떤 공부를 하고 있으며 멘티가 어느 정도 따라오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으신 듯했다. 학원에만 보내면 학교 수업내용을 완전히 이해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정에서는 별다른 제재사항이 없어 멘티가 컴퓨터를 지나치게 오래하는 측면이 있었다.

 

또한 방학 때는 교회 수련회, RCY 캠프 등 멘티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시간을 정하는 일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주말마다 다른 일정이 계획되어 있는 경우, 다음 달에 한꺼번에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월간 계획을 세울 때, 한 달에 한번 씩은 반드시 야외활동을 하려고 계획했으나, 서로 일정이 맞지 않거나 날씨 등으로 인해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멘티와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자 야구장에 가려고 했지만, 멘티가 야구에 관심이 없어 이것 역시 할 수 없는 등 상당한 제약이 따랐다.

 

이제 멘토링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멘티와 만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6개월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되돌아보면 보람도 있었지만 멘티를 좀 더 배려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더 많이 남는다. 멘토 입장에서 지나치게 기대 수준을 높게 설정해서 멘티를 너무 힘들게 대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으며, 연예인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면서도 너무 공부 위주로 멘토링을 진행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부모님은 가정에서도 학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멘티는 공부에 보다 흥미를 갖고 지금처럼 밝고 활발한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멘토의 입장이기는 했지만, 멘토링을 하면서 오히려 내가 배우는 면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주 1회 방문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매우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멘토와 멘티의 관계와 어떠한지, 멘티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만남이 즐겁고 기다려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고 인내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지만, 대학시절에 한 번쯤 해볼 만한, 그리고 추천할 만한 활동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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