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가 북한을 "버릇없는 아이(spoiled child)"로 표현하고, 6자회담 중단 상태가 계속될 경우 양자 내지 3자회담을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2009년 4월 30일자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에는 허 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미국 외교관과 점심을 함께하며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자리에서 허 야페이 부부장은 조만간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그때 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에 관해 논의하고 싶은 몇 가지 문제를 제시한 것으로 외교전문은 전하고 있다.
이 중 북한과 관련해 허 야페이 부부장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안정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6자회담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6자회담 중단 상태가 계속된다면 관련국들은 북한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야페이 부부장은 결국 "양자 혹은 3자회담"이 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6자회담은 2008년 8월 이후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허 야페이 부부장은 이를 위해 북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논의할 "비공식 회담"을 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 전문에 따르면 허 야페이 부부장은 북한이 미국과 직접 교섭하고 싶어 하며 그 때문에 "어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버릇없는 아이"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 야페이 부부장은 이어 "북한이 '나쁜 행동'을 더 하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야페이 부부장이 언급한 3자회담의 3자가 어디를 가리키는지는 전문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맥락상 미국, 중국, 북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 조치를 북한이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양자 내지 3자회담을 통해서라도 6자회담 중단 상태를 타개하자는 허 야페이 부부장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또 다른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에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30일 전격 단행한 화폐 개혁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화폐 개혁은 권력 승계 작업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김정은(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이 화폐 개혁을 원했으며, 따라서 화폐 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김정은이 권력을 넘겨받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전문에는 베트남식 개혁을 선호한 김정은과 달리 형인 김정남(김 위원장의 장남)은 중국식 개방을 원했고, 화폐 개혁에 반대했다는 내용도 있다.
지난해 북한이 실시한 화폐 개혁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