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의회와의 시정협의거부를 선언하기 사흘 전인 지난 11월 29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 준예산 운영관련 유권해석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 "오 시장이 준예산 사태까지 미리 계산하고 '파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의회 "한나라당 의장석 점거도, '파업' 선언도 정해진 '각본'"
<오마이뉴스>가 8일 입수한 서울시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 예산담당관은 지난달 29일 행안부에 "우리시 2011년도 예산안 의회심사와 관련하여 준예산 집행에 대비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등 관련 규정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이 공문에서 "지방의회가 집행부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을 증액할 경우 재의요구, 재의결, 대법원 제소과정에서 예산의 효력발생여부 등에 대해서도 관련법령에 명확하게 규정된 내용이 없어 해석상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유권해석을 요청하오니, 예산안 심의 일정과 회계연도 개시가 임박한 점을 감안하여 가급적 빠른 회신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용석 시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11월 29일에 공문을 보냈다면 서울시가 이미 그 이전부터 준예산에 대해 고려를 해온 것"이라며 "준예산으로 갈 생각을 하고 판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1일 의장석을 점거한 것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다음 날인 2일 오전 시정협의 전면 거부 선언을 할 것도 모두 사전에 조율된 '각본'에 따랐다는 것이 김 의원의 생각이다.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명수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민주당 시의회)는 한 번도 준예산으로 간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데, 서울시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시정협의를 거부하기 전부터 계속 준예산 이야기를 하기에 무슨 말인가 했다"며 "서울시는 이러한 상황(시정 파행)을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행안부에 준예산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준예산 집행하면 시민들에게 피해... 미리 내용 알고 있어야"
이에 대해 서울시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비가 오기 전에 미리 우산을 사두는 것처럼 준예산 사태에 미리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가 예산을 편성하면 시의회에서 심의·의결을 해야 집행이 되는데, 시의회에서 의결을 해주지 않을 경우 준예산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며 "준예산을 집행하게 되면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새로운 회계연도 시작 15일 이전까지 예산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이 경우, 법령이나 조례에 명시되어 있는 예산 이외에는 지출이 어려워 일자리, SOC 사업 등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에는 예산을 쓸 수 없어 시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 확정 법정시한은 오는 16일이지만,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으로 현재까지 예산심의조차 시작되지 못하고 있어 준예산 체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