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1조 원."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의 이 한 마디에 장내는 술렁였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1천조 원)의 약 6배에 달하는 이 막대한 금액은 바로 국가 부채 규모다. 공공과 민간 부문의 확정 부채 3691조 원에 국민연금 등 잠재 부채(최소 2210조 원)를 더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한다며 막대한 빚을 쏟아 부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김광수 소장이 "한국 경제는 빚 없이 유지가 안 되는 상태인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일갈한 이유다.
왜 이렇게 많은 빚이 쌓인 걸까? 왜 막대한 빚을 투입해도 경기회복은 더딜까? 김 소장은 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전문건설공제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1년 경제전망 공개세미나'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이어 선대인 부소장이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내놓은 이날 세미나는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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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부채 없이는 유지 안 되는 상태... 국가 부채 5901조 원"김광수 소장은 "금융위기 이후 2008년부터 3년간 평균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5% 수준"이라며 "금융 위기에 무슨 힘으로 이렇게 성장했느냐"고 반문했다. 김 소장은 바로 내놓은 답은 "정부의 빚 폭증 때문"이다.
김 소장에 따르면,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는 2007년 855조 원에서 2010년 1376조 원으로 늘었다.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521조 원 증가한 것이다. 그는 "산업은행 등이 빌린 70조 원을 제외하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3년간 451조 원을 쏟아 부었다"고 강조했다.
왜 그랬을까? 민간 부문의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기업과 가계 등 민간부문의 부채는 2003년 약 1500조 원에서 2008년 약 2500조 원으로 1000조 원가량 늘었다"며 "이는 부동산 투기 때문으로, 이후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진행되자 민간 부문의 성장은 멈춰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민간 부문이 지난 10년간 부동산에 '몰빵'하다보니까, 자력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다, 공공 부문이 돈을 쏟아가며 경제를 겨우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경제는 빚 없이 유지가 안 되는 상태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현재 한국의 확정 부채는 3691조 원"이라고 밝혔다. 정부(568조 원)와 공기업(603조 원) 등 공공 부문의 부채는 1171조 원이고, 기업(1001조 원)·금융기관(645조 원)·가계(874조 원) 등 민간 부문의 부채는 2520조 원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잠재 부채 2210조 원을 합하면 나랏빚이 5901조 원에 달한다.
재정위기에 봉착한 유럽에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소장은 "유럽 재정위기를 촉발한 그리스·아일랜드·스페인 등의 경우, 집값이 최근 10년 동안 2~2.45배 올랐다가 거품이 붕괴되고 있는 나라들"이라며 "이 나라들은 사실상 사망 상태"고 밝혔다.
빚 쏟아 부어도 효과 없고, 인구는 줄고... "경제 시스템 틀을 바꿔야"김 소장은 "통렬한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빚이 늘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막대한 빚을 쏟아 부어도 경제 성장 효과가 미비하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재정과 공기업 부채를 통해 3년간 451조 원을 쏟아 부었다. 국내총생산(1천조 원)의 45.1%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3년간 평균 2.5%에 불과했다.
현재 수출이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을 두고 김 소장은 "도망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70년대 484원이었던 원·달러환율이 1980~90년대 783원, 2000년대 1157원으로 올랐다"며 "한국은 스스로 성장의 힘을 잃을 때마다, 원화가치를 떨어뜨려 도망갔다"고 말했다. 그나마 그 혜택은 수출 기업에 돌아갔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야말로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가장 어두운 그림자라는 게 김 소장의 지적이다. 그는 "1940~50년대에는 한 해에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80년대 이후에는 1년에 태어나는 신생아수가 5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2019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줄어든다"며 "특히, 일을 할 수 있는 20~59세 인구는 2014년부터 감소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일본의 장기침체의 배경에는 부동산 거품 붕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같은 인구 감소 문제가 깔려있다"며 "2010년대 중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지고, 후반에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75조8천억 원을 쏟아 붓는다고 하는데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지원을 못 받아서 애를 안 낳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간 부문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 시스템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기존 정치권을 두고 '살리네 죽이네'하더라도, 소용없다"며 "젊은 사람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나라를 이끈다는 생각을 하고 국회의원도 돼야 한다, 미국 대통령도 영국 총리도 40대다, 왜 한국만 거꾸로 가느냐"고 지적했다.
"'반짝 국면' 끝나면, 주택시장은 구조적인 침체 양상으로"
이어진 강연에서 선대인 부소장은 "현재 2000년대 집값이 굉장히 높은 수준에서 지속되면서 가계의 주택구매력이 소진됐다"며 "일부 언론에서는 일시적인 호가 위주의 반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반짝 국면'이 끝나면 주택시장은 구조적인 침체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산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이 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수도권은 주택담보대출의 77% 이상, 전국 주택가격의 70~80%를 차지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 자체가 다르다"며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이 수도권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물량, 15년 만에 최고'라는 최근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미분양은 꾸준히 늘고 있고 악성인 준공후 미분양은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미분양이 해소되고 있으니 집값이 뛴다'는 선동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 부소장은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에 현재 이자만 갚는 비율은 79%다, 2012년 가계가 갚아야하는 주택담보대출은 2009년의 2배가 된다"라며 "연착륙 핑계대지 말고, 조금이라도 빨리 집값 거품을 빼는 것이 거품 붕괴의 충격을 줄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