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는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 혼란으로 인해 빈부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인간성은 무참히 상실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인터넷 정보화로 인한 무차별한 사생활 침해의 피해는 증가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불교의 전통사상인 상생과 화합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시대로 변화해야합니다. 인천불교 60년 역사를 되살려 사부대중과 함께 지혜의 시대를 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일초스님 취임사 중에서
인천불교총연합회는 26대 회장 일초스님(부평 자원사 주지)의 취임식을 12월 8일 오후 4시 남동구 간석동 로얄호텔에서 봉행했다. 일초스님은 지난 11월 1일 각 종단 대의원들의 간접선거에서 26대 회장으로 당선됐으며 이날 취임식엔 30개 종단 사찰스님과 신도, 재가불자와 정관계 인사 400여 명이 참석했다.
취임식은 불교방송 정승순 차장의 사회로 삼귀의례, 찬불가, 반야심경 봉독, 봉행사, 취임사, 축사, 발원문 낭독, 합창단 음성 공양 등으로 진행됐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에는 각 종단에서 준비한 현금 공양과 현장에서 모금한 자선기금을 모아 연평도 주민 돕기 성금으로 인천시 측에 전달했다.
25대 회장 선일스님은 이임사를 통해 "반목과 불신, 그리고 갈등과 대립을 화합으로 승화해야 합니다"라며 "화합의 기본은 소통입니다, 또한 그 소통에는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권력을 가진 자는 힘없는 자에게 양보를, 재력이 있는 자는 배풂과 나눔을, 그리고 나이가 든 자는 어린 사람들에게 관용과 이해를 구하는 소통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제부터 불교계가 해야할 기본적인 소임일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그동안 많은 갈등 속에서 이렇게 하나 된 인천불교의 모습을 보며 엄청난 노력과 변화가 있었음을 느껴봅니다"라며 "불교계 스스로 잘못을 되돌아보고 주인의식을 갖고 자비와 평화의 메시지를 널리 알려야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수행승가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재가불자와 지속적인 교류와 연대를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불교의 진정한 가치를 함께 교감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일초스님과의 일문일답이다.
- 회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말한다면?
"인천불교 60여 년 역사의 전통을 되살리려 각 종단의 스님들께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최근 몇 년 전부터 발생한 내부 갈등 문제로 인해 많은 이견들이 존재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갈등 또한 하나로 화합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생각했으며, 이제 그 통합의 길을 새롭게 써 내려가려 한다.
아직 집행부 구성과 범 종단간의 갈등 조율이 필요하지만 천천히 체계를 잡고 맞추어간다면 인천불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미 지난 11월 1일과 22일 연합종단 선거를 모두 치르고 이번 12월 7일 날 취임식을 인정받은 거라 제도적인 결함은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본다. 이후 대승론적인 관점에서 많은 사찰스님들과 대화를 통해 향후 일정 논의를 해 나갈 것이다."
- 가장 시급해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무엇보다 재정 압박이 큰 문제다. 현재 회원으로 되어있는 사찰들의 회비 문제도 다시 재정립 해야 하고, 신도회나 재가불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도 이어져야 한다. 현재 인천불교 인구를 비례해서 따져보더라도 결속력이나 화합적인 측면에서 타종교보다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교는 종교이기 전에 오랜 문화유산으로 존중받아왔기에 이것 또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여기고 있다.
총 370여 개의 사찰 중에 큰 사찰 작은 사찰의 이분법을 따지지 말고 대승적인 견지에서 주지스님들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작은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자꾸 반복된다면 어렵게 하나로 승화시킨 지금의 위상을 다시 무력화 되기 때문에, 마음을 내어 함께 간다는 심정으로 양보의 미덕을 보여주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간 치러왔던 3번의 봉축행사만으로도 어려운 가운데서 보여준 스님들의 화합 의지라고 여기고 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 많이 관심 갖고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천불교총연합회의 법인화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제도와 형식의 뒷받침 없이는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불협화음이 나기 마련이다. 관계기관과의 원활한 업무협조로 하루속히 법인화 과정을 거쳐 대중문화의 교류와 나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체계를 꾸려 나갈 것이다."
- 대중들과의 교감은 어떻게 진행하실 건가요.
"이런 저런 문제로 많이 늦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부처님 말씀에 '무주상보시, 무재칠시'라는 말이 있다. 무주상보시는 '베푼 것을 기억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행동한다'는 뜻이고, 무재칠시는 '재물이 없더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나눔'이라는 말이다. 즉, 불교는 지금까지 티내지 않으면서 항상 대중들과 함께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찰의 이미지는 항상 마음속에만 담고 있는 존재로만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불교라는 종교도 보편적으로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그 가치와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 모종교 세력처럼 권력과 맞물려 세습체계를 만들고,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수양을 통해 정신을 다듬어 온 일반 사부대중들에게 활짝 문호를 개방해 그들과 함께 부처님이 전한 자비, 지혜, 평화, 평등의 가치를 교감하고자 하는 것이다. 돌고래 마냥 거친 파도 속에서 풍랑을 홀로 헤쳐(자유방임)가는 것이 아니라, 회귀본능을 가진 연어처럼 모진 세월을 겪고 다시 고향에 돌아와 세상과 조우(교감)하는 그런 포교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작이 반이라 했듯 다문화가정 시대를 맞아 세상에서 소외됨이 없도록 많은 소시민들과 지속적인 만남과 교류를 통해 그들 속으로, 그들의 입장이 되어 사회의 건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어린이나 청소년 정신문화 분야에도 다양한 각도로 눈을 맞추어 혼란기를 겪고 있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따뜻하게 포용해주는 정책들을 펼쳐나갈 것이다."
- 일부 권력층의 종교편향 논란과 종교평화와 관련해서 한 말씀 부탁합니다
"평소 아는 목사님과 만나서 대화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좋은 분들이 많이 존재한다. 다만 일부 신자들이 편협적인 교육을 받아 편향적인 행동을 일삼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또한 불교는 맞불 작전으로 똑같이 응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활동의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선을 향한 자비의 마음으로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소통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좁은 땅덩어리에 그것도 5천만 인구밖에 안 되는 데도 우리는 지역감정, 학연, 혈연, 그리고 이제는 종교까지 들먹이며 이간질과 중상모략을 일삼고 있는 형국이다. 방망이를 들고 싸움을 걸어온다고 해서 똑같이 방망이를 든다면 더 큰 싸움으로 번질 뿐이다. 특히 현재 겪고있는 남북간의 갈등보다도 종교로 인한 전쟁은 되돌릴 수 없는 참혹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5천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자랑스런 한국인으로서의 진정성을 다시 되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종교간에도 소통과 화합을 통해 교리로서의 이념이 아닌, 대중들 속에서의 교감을 통한 노력이 절실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인천불교총연합회는 타종교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평화의 가치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종교와 사상을 초월해서, 나라와 사회를 위해 좋은 정책을 펼치는 것. 그리고 나라가 잘못 되는 것을 과감히 지적하면서 어떻게 상생의 발전을 꾀할 것인가에 대한 발전적 논의를 해나가는 것이 지금 저의 역할이자 인천불교가 헤쳐 나가야 할 소중한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지역종교평화연대'에 관한 구성을 제안하는 바이다." - 사부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바람이나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불교가 참으로 많은 정신적·문화적 역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정세 속에서 제 것만 챙기려는 모습만 보여준 것 같아 솔직히 부끄럽다. 물론 그것 또한 집착을 불러일으키는 또 하나의 아상이겠지만, 이제부터는 나쁜 아상이 아닌 좋은 아상을 갖고 사회의 이익을 위해 나가야 할 시기라 여기고 있다.
나의 이익이 아닌 사회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아상을 떨치면 좋은 아상인 것이다. 아무런 논리도 없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하며 아무런 이익도 없는데 아상을 떨친다면 이처럼 나쁜 아상이 어디 있겠는가. 더 이상 제 이익의 테두리 안에서 잘난체하는 나쁜 아상을 버리고, 봄에 개나리 피듯이 화들짝 깨어나 모두의 선과 이익을 위해 미덕의 혜안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바람을 가져본다."
[일초스님 약력] 1999년 동덕여자대학교 무용과 작법무 지도 서울 범음대학 1ㆍ2학년 주임 교수 2001년 국립 강원대학교 무용과(작법무) 전과정 특강 인천시립무용단 작법무 지도 강의 서울종합예술학교 작법무 강의 인천시립극단 작법무 강의 현)인천시 무형문화재 10-나호 범패ㆍ작법무 보유자 제15호 인천수륙제 보유자 사단법인 인해전통문화예술원 이사장 사단법인 인천시 무형문화재 공연단체연합회 이사장 사단법인 대한불교 삼계종 총무원장 부평 자원사 주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