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상황차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이지만, 차별사유로서 '가족상황'을 연구하고 논의하는 모임이 있다. 지난 7일 진보신당 중앙당 회의실에서 열린 6차 가족정책포럼에서는 '가족상황차별의 정의와 범주'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포럼의 발제를 맡은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선의 활동가는 현재 우리 사회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모범적인 삶'이 갖는 이미지를 동원하여 결혼 및 출산과 양육의 시기와 방법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생애과정을 따를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근대 서구사회에서 형성된 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현행 가족제도를 법률혼 중심의 가족으로만 규정하고 있으며, '친밀성'으로서의 측면이나 성과 사랑의 욕구 추구라는 면에서 매우 억압적인 제도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정 집단에게만 부여되는 가족에 대한 인정이 개인의 삶의 영역에서 다양한 선택을 억압하고, 다양한 가족들의 삶의 현실을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여러 가족상황차별 중에서도 특히 미혼모의 사례가 주로 논의되었는데, 관련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권희정 사무국장은 미혼모의 경우 ▲출산 및 양육권에 대한 차별 ▲교육권 및 노동권에 대한 차별 ▲주거권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초혼 연령은 28.3세, 출산 연령은 30.97세
위 도표는 OECD 국가별 혼외 자녀의 출생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가장 왼쪽의 낮은 막대가 한국으로 1.5%이며, 미국이 38.5%, 프랑스/노르웨이/스웨덴 등이 50% 이상의 범주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그동안의 정부 가족 정책에 따른 결과이며, 1.5%라는 혼외 출생률의 뒤에는 태어나지도 못하고 사라져간 많은 생명과 태어났으나 친모의 품을 떠나 국내외로 추방된 많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실제로 입양아 중 미혼모 자녀의 비율은 국내가 80.9%, 국외가 89.1%이며 미혼임신의 낙태율이 무려 95.7%에 달한다는 수치로도 확인된다고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09)
우려되는 또 하나의 추세는 출산의 고령화로, 지난 8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초혼 연령은 28.3세, 출산 연령은 30.97세였다고 한다.
권 사무국장은 이 연령 수치 간의 의미는 출산은 결혼에 뒤따르는 것이라는 사회적 등식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며, 결혼에 따르는 개인적 부담 비용이 점점 커지는 현 추세에 혼인 외 출생을 인정하지 않는 기조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20대 엄마를 보기 힘든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교육권이나 노동권 침해의 사례로는 중고등학생은 자퇴 또는 대안학교나 검정고시로 내몰리는 상황과 대학생은 휴학이나 시설입소, 입양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일례로 어느 대학생 미혼모는 방학 중에 아이를 낳고 공부를 하기 위해 미혼모 시설 운영 관계자에게 방법이 없겠냐고 문의를 했더니 "아니, 입양을 안 보내고 어떻게 학교를 다니려 하죠?" 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직장인의 경우 권고 사직이나 왕따로 인한 자진 사직, 폐업 등 경제적 활동의 끈이 끊어지게 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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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에 대한 차별 역시 심각하다. 교육권이나 노동권 침해의 결과로 주거를 확보할 수 있는 경제력에서 심각한 열세에 놓이게 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현행 법규 역시 내부 알맹이가 허술한 현실을 토로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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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고민과 심도 있는 조율이 필요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이숙진 젠더사회연구소장은 이 같은 차별상황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두 가지 방향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현재 가족정책포럼의 추진 방향대로 가족상황차별로 분류하여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는 방향과 ▲외국의 여타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인의 권리 차원에서 비롯되는 복지서비스의 형태로 생존권과 주거권을 제공하여 다른 가족 형태로 인해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없도록 진행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차별금지법에 가족상황차별을 포함하도록 발의하는 방안으로 진행할 경우, '차별'이라는 용어는 필연적으로 기준이 되는 비교 집단을 수반하게 되며 그럴 경우 법률혼 관계의 부모와 혈연자녀로 이어지는 이른바 '정상가족'(인구센서스 조사 자료 기준, 전체 가구수 대비 43~45% 의 비율)에 대한 비교의 방식이 다시금 작동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발의된 차별금지법에 따라 구제받는다고 하여도 그것은 그 같은 가족상황에 처한 모든 이들에게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해당 개인의 구제에 그치게 되는 한계 역시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두 번째 방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복지 서비스 확충과 현재 진보 진영 일선에서 진행되는 '가족'에 대한 고민과의 심도 있는 조율이 필요한 이유라고도 꼽았다.
한편, 차별금지법 발의 쪽으로 방향을 잡을 때는 가족상황의 문제에서 발생되는 차별 피해의 가장 핵심이 무엇이냐라는 구체적인 중점 논의안을 정하고 그것을 주된 고리로 하여 여타의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미혼모가족협회(cafe.naver.com/missmammamia.cafe)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아이들과 미혼엄마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연락처 : 02-734-5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