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제 16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가 열립니다. 지난해 제 15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의 실패는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합의안을 기대했었던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서 또다시 한 걸음 내딛으려합니다. 녹색연합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12월 3일부터 멕시코 칸쿤에서 벌어지는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기후변화 협상장의 쟁점과 이슈, 국제 NGO들의 활동, 전 세계 민중들의 연대와 희망을 연재기사로 작성하여 보도합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기자주
회의가 막바지에 다다른 9일(현지시각), 현지 분위기는 이번 회의의 결과가 '코펜하겐 협정문 수준으로 종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펜하겐 협정문은 2009년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15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의 결과물로, 지구 온도 2도 상승 억제라는 애매하고 낮은 목표치로 '실패한 협정'이라고 평가받았다.
환경단체 소식지 1면이 백지로 나간 이유
예상은 했지만, 막바지로 갈수록 중장기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부분에서의 새로운 진전은 어려워 보인다. 또한 교토의정서 2차 감축 기간 연장 여부, 기술 및 재정 지원 역시 회의가 거듭될수록 퇴보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전 세계 공유비전(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이야기는 회의장 안팎에서 전혀 나오지 않는다. 전 세계 500여 개 환경단체네트워크인 CAN(Climate Action Network)은 회의 막바지에 "각국의 협상가들의 생각을 도통 모르겠다"며, 매일 협상 회의를 분석해왔던 환경 소식지인 <eco>지의 1면을 아예 비워놓고 이렇게 써놨다.
'장관님들께, 당신들의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정치적 의지가 긴급하게 이곳에 필요했습니다.(있었으면 기사로 썼을 텐데 없어서 못 썼습니다)'
시민사회가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수렴을 300ppm 혹은 350ppm 수준까지 맞춰야 한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혹은 1도로 낮춰야 한다' 등에 대한 진보된 전진은 이번 회의에서 없을 것으로 낙담하고 있다. 과학은 협상의 영역이 아님에도 외교적 수사와 허울뿐인 약속들로 안타까운 시간만 계속 흘러가고 있다.
특히 실패한 협정이라 평가받는 코펜하겐 협정문을 이끌었던 주역인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도 역시 코펜하겐 협정문을 강조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협정문에 대한 각국의 지지를 언급하는 마지막 공식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년간 코펜하겐 협정문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 미국이 갖은 회유와 협박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코펜하겐 협정문'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강화된다면, 코펜하겐 협정문이 향후 기후변화 총회의 '새로운 감축 체계'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 아무런 제재 장치도 없고, 감축 의무도 지지 않아도 되는 한낱 종이에 불과한 '코펜하겐 협정문'이 미국의 로비에 의해 정치적 힘을 받고 있다. 이 상황을 보니 참으로 허탈하고 우습다.
코펜하겐에서 명시된 글로벌 기후펀드, 칸쿤에서 확정되나
회의 막바지, 각국이 최종 문안 작성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착수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펀드에 대한 문제가 마지막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는 코펜하겐 협정문에 명시된 개도국 기후변화 재정지원금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내용을 어떻게 협상문의 '문구'로 표현할지에 대한 논란이다.
작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기후변화총회에서는 기후변화 취약국가들의 재정지원을 위해 코펜하겐 펀드에 대해서 약속한 바 있다. 이는 2010년~2012년까지 3년간 300억 달러를 마련하기로 한 '긴급재정지원금'과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한 '장기지원금'으로 구분된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사회와 회의장 외곽의 운동 진영에서는 기후 펀드 운영를 공정하게 책정할 것과 정의롭게 집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의하면, 긴급재정지원금의 경우 2010년 11월 기준으로 선진국으로 명시된 나라들이 약속한 300억 달러 중 약정된 금액은 293억 달러 정도이다. 그러나 이는 각 나라들이 집행하기로 약정한 금액일 뿐, 실제로 2010년까지 행정적으로 예산이 전달된 것은 겨우 45억 달러 정도이며, 2011년 예산안도 겨우 23억 달러에 불과하다. 모두 합쳐도 26%에 불과한 79억 달러에 그친다.
또 코펜하겐 협정문 이후로 새롭게 추가된 금액은 겨우 17%에 지나지 않아 기존의 기금을 중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코펜하겐 협정을 통해서 약속은 했지만 각국은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개도국, 기후 지원금 사용내역에 대해서 보고시스템 거칠 것인가
선진국의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선진국은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라는 장기지원금에 대해 개도국이 과연 잘쓰고 있는지에 대한 '보고 및 검증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러한 보고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용어가 최종 협상문 안에 문구로 도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도국들은 선진국에 의한 '보고 및 검증'을 거부하고 있어서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진국들이 돈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모을 것인지, 모인 금액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여전히 아직 변수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통에도 일각에서는 코펜하겐 협정문에서 구체적인 재정지원금에 대한 액수를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재정운영에 관한 최종적인 합의문 도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 6일, 주요 환경단체로 구성된 약 200개 NGO 그룹은 글로벌 기후펀드 운영에 관한 최소한의 입장을 밝혔다. 이를 요약하면, "새로운 기후변화 펀드는 기후변화 취약국가들의 기후변화 영향을 대비하고, 산림을 보호하며 기후변화 취약국가의 국민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탄소 감축 사업인 완화 분야와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최빈국가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 적응 분야가 적절한 비율로 구성되어야 하며, 사적영역에서 재정지원금을 도출하기보다 공공영역에서 재정을 확보할 것"등으로 요약된다. 현재 완화 분야가 전체 재정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적응 분야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시민사회가 제안한 분명하고 공평한 기후 펀드 구성을 위한 기본적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 UNFCCC 체제 내에서 설립되어야 함.
- 지원수혜국가에게 펀드 운영에 적절한 대표성을 주어야 함.
- 펀드 구성에 있어서 해당국가의 지역 공동체와 시민사회와 협력해야 함. 협력공동체는 해당국 공동체의 구성원(농민, 여성, 지역공동체 등)을 고려해야 함.
- 완화와 적응기금의 비율을 50대 50으로 평등하게 조성할 것.
- 사적영역보다는 공적영역의 출자금으로 운영할 것.
코펜하겐 협정대로 유지될 것, 그러나 재정지원금 여전히 작다
반면, 올해 4월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열린 '어머니 지구를 위한 기후변화 세계민중총회(이하 세계민중총회)'가 제안한 재정운영의 대한 입장이 향후 공식 회의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주목된다.
세계 민중총회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서 코펜하겐 협정문에서 약속된 2010~2012년 사이에 지불하기로 한 300억 달러는 선진국의 GDP의 약 0.005%, 2020년까지 약속한 1000억 달러 역시 GDP의 약 0.05%에 그치기 때문에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정지원을 매년 선진국 GDP의 6%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은행 역시 기후변화 완화에만 향후 20년간 매년 1400억~175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기후변화 적응에는 매년 90억~860억 달러가 별도로 지출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어 기후펀드 재정규모가 여전히 작다는 주장은 계속 나올 것이다. 그러나 재정지원금 확보에 대한 향후 추가적인 금액 논의가 협상장에서 잘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회의가 하루 남은 현재, 마지막 협상문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