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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시크릿 할리우드 영화로 미국을 읽다
할리우드 시크릿할리우드 영화로 미국을 읽다 ⓒ 다빈치 프로젝트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을 흥미롭게 들여다보는 방법 중의 하나는 할리우드 영화를 통하는 것이다. '할리우드 시크릿' (장익준 지금, 다빈치 프로젝트 펴냄)은 이런 할리우드를 조명한 에세이다.

 

이 책은 첫 장에서 특허권을 무기로 뉴욕 일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발명왕 에디슨으로부터 도망친 영화 제작자들이 북미대륙의 서쪽 끝 캘리포니아에 자리잡게 된 연유를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1911년 네스티사가 당시는 깡촌이었던 할리우드에 첫 스튜디오를 지은 것을 시작으로 소문을 듣고 몰려온 영화사들이 자리를 잡아 나갔다.

 

처음에는 에디슨의 눈길을 피해서 서쪽으로 왔지만 막상 자리 잡고 보니 할리우드처럼 영화 찍기 좋은 곳도 없었다. 바다부터 시작해서 산도 있고 강도 있고 사막도 있어서 다양한 촬영 장소가 있었던 데다가 날씨마저 좋아서 우중충한 뉴욕에 비한다면 그림 때깔부터가 잘 나왔다. 할리우드 영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책이 할리우드 영화에 관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서 미국을 흥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주는 가이드북에 가깝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

 

일례로 저자는 영화 트랜스포머를 통해 미국인들의 가족애와 막강 군사력의 관계를 분석한다. 소설가 톰 클런시가 자신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잭 라이언을 '야구와 자기 가족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을 인물'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미국인들이 절대가치를 부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이다.

 

또 미국은 자기 존립을 위해서 세계를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나라다. 파나마나 그레나다처럼 작은 나라 정도라면 그냥 무너뜨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미국이 무력행사의 근거로 삼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미국이라는 국가나 그보다 성스러운 무언가를 강조하기보다는 어느 가족 하나를 보여주면서 무력의 정당성을 풀어나가는 것이 미국의 화법이다.

 

할리우드가 먼저였는지 국가 차원이 먼저였는지, 아마도 서로 주고받으며 키워왔겠지만 가족을 근거로 국가적 폭력을 정당화 시키는 것은 미국에선 황금률이다. 트랜스포머의 앞부분에 소년과 가족을 소개하고, 중반부에 외계에서 온 적이 침략하며, 후반에 미군이 개입해서 무력으로 적을 물리치는 것은 할리우드와 워싱턴이 모두 따르는 기본 정석이란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트랜스포머에 비치는 미국은 여전히 가족이라는 훈훈한 정서와 무력투사라는 살벌한 선택을 좌우 날개로 가지고 있다.

 

아이언맨, 배트맨... 영웅은 모두 부자

 

히어로물에 대한 재미있는 분석도 있다. 최근 히트한 히어로물의 주인공이 모두 부자란 것이다.

 

'아이언맨'의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무기업체 최고경영자(CEO)이고 '배트맨'의 주인공도 CEO다. 이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슈트를 입고 악의 무리와 싸운다. 아이언맨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능력을 얻는다. 물론 풍부한 재력이 뒷받침되지만 말이다. 자본과 기술을 통해 막강한 무기를 만들고 그것으로 질서를 회복한다는 아이언맨의 기본원리는 현대 미국을 움직이는 논리를 노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배트맨은 또 어떤가? 성공적으로 복귀한 배트맨 비긴스(2005)와 다크나이트(2008)도 아이언맨처럼 자본을 투입하여 개발해낸 기술로 능력을 얻는다는 기본 원리를 공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 기관과는 거리를 두었던 배트맨이 현대에서 히어로로 살아가기 위해 군수산업에 손을 댄 것도 지루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21세기 미국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독립영화 감독, 인디포럼 영화제 프로그래머 출신인 저자는 이 밖에도 흑인 대통령을 연착륙 시킨 할리우드, 9·11을 대하는 할리우드 감독들의 자세, 로보캅의 주적은 독점 기업 등의 70개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사회를 분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서술한 데다 스타들의 숨은 이야기까지 실어 흥미진진한 책을 읽다 보면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바라본 미국의 윤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10년 우수저작출판지원사업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할리우드 시크릿 - 미국을 읽는 70가지 방법

장익준 지음, 다빈치프로젝트(2010)


#할리우드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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