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섰다. 매일 같이 오고 가던 길, 익숙한 일들과 자주 만나던 사람들에게서 떠났다. 길은 끝없이 어이졌으니 가다보면 처음 시작한 곳으로 돌아오겠지. 그런 길 떠남은 아니다. 낮선 도시의 풍물을 보기 위해 커다란 무리를 이루어 우루루 몰려가는 단체여행이다.
강릉에서 출발하는 오후 9시 기차. 묵호 동해 도계 통리 태백역을 거쳐 여행객들을 태우고 밤새 남으로 달리는 특별 여행 열차다. 밤중을 달리다가 정기 열차에 자리를 내어 주고 빈 선로를 달리기를 거듭해 오전 7시 남도의 땅 여수에 도착한다.
이런 기차 여행의 재미는 밤새 달리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춤판이다. 친한 이들끼리 무리를 이루었지만 흥겨운 음악이 나오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춤 솜씨를 뽐낸다. 재미난 복장과 특수 분장을 준비하는 이들, 술 권하는 재미(?)에 기차를 타는 이도 있다.
소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로 밤을 새우는 이들, 대박을 꿈꾸며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는 이들도 있다. 오로지 목적지가 목표인 이들은 숙면칸에서 잠을 청하고, 열차는 이들 모두 약속된 목적지에 내려 놓는다.
빨간 등대 이름이 '하멜'이라고?
철제 울타리에 안에선 크레인, 몸집을 불려가는 건물. 이곳에서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을 주제로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열린다.
여수역 내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준비된 버스를 타고 오동도에 내려서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갑작스레 몰려든 수백 명의 사람들은 이리저리 맛난 집을 찾아다니고 식당 주인들도 허둥지둥. 운 좋은 이들은 맛난 식사를 했고, 어떤 이들은 객지에서까지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아침바다를 가르는 유람선에서 맞이하는 남도의 섬. 하멜등대 돌산대교, 제2돌산대교, 용굴.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과자에 길들여진 갈매기들은 무리를 지어 배를 따르고 나는 카메라만 들이댔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배는 반환점을 돌아 출발한 자리로 돌아간다.
빨간 등대 이름이 하멜이란다. '하멜표류기'의 주인공 네덜란드인 하멜. 우리나라에 표류해 고생을 하면서 보낸 13년간의 일을 기록한 글이라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인은 한번 우리나라에 오면 다신 나갈 수 없다'라는 법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멜은 돈을 모아서 무사히 탈출해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바다는 없고 갈대만 있는 이곳은...
버스에 다시 올라 순천만 갈대밭에 도착했다. '바다는 없고 갈대만 있다'. 이것이 정확한 표현일것이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가 중도에 멈춰서서 사진찍기에 열중했다.
유람선이 출발 하고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탄복했다. 인간이 인공의 구조물을 건설하지 않아도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간섭으로 수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즐거움을 주고 있다.
산과 들, 강, 갯벌 염습지, 갈대밭이 어우러진 생명 공동체속에 두루미와 짱뚱어, 농게인 왕발이가 살아 숨 쉬는 곳. 습지위를 기어다니는 짱뚱어는 지금 동면중이란다.
저녁햇살을 받아 눈부신 갈대밭을 뒤로하고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 순천역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여행객에게 그 지역의 먹을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시장 상인들에게 물어 물어서 찾아간 곳. 손님 가득한 식당에서 기다리는 지루함은 향토 소주가 달래준다. 남도의 음식은 역시 풍성하다.
열차는 오던 길을 더듬어 속도를 내고, 하루의 동행에 친해진 이들은 웃음소리가 더욱 크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먹을거리가 준비되고 낮익은 음악소리가 높아진다. 또 판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