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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엔 '품앗이 봉사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이곳은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관내 거주하는 무의탁 노인 및 장애인들을 위해 집수리와 도배, 장판교체, 방수, 미장 등을 하는 단체로 지난 2002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2월 12일 일요일 오전 9시. 품앗이 봉사회가 김장을 담근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은 12월 초에 있었던 중학교 동창 송년회 모임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동기생 중에 주남식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가 품앗이 봉사회 회원입니다. 회원은 아니지만, 그 친구를 몇 차례 따라가 도배 봉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12일 오전 9시에 김장 하는데 시간 나면 온 나."

그날 동창 모임에서 만난 남식이가 그 말을 던지는데 얼마나 반갑던지요. 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지난달부터 딸이 저만 보면 말했습니다.

"아빠 봉사 모임 안 가? 있으면 나랑 같이 가자. 나 봉사활동 해야 해. 그래야 내신 성적이 오른다고 선생님이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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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요청에 여기저기 알아 보았지만 아이에게 맞는 봉사활동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김장 담그기 봉사 활동이 있다고 해서 딸에게 김장 봉사 같이 가겠냐고 물었더니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함께 가보게 되었습니다.

"이거 배추 200포기인데 저 해남에서 온 유기농 배추다. 어젯밤 12시 넘어서까지 절여 놓은 거다. 오늘은 버무려서 통에 담으면 된다."

딸과 함께 김장 담그는 장소에 가니 이미 절여진 배추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배춧속에 넣을 양념까지 모두 다 준비돼 있었습니다 . 모두 20여명이 모여서 김장을 담갔습니다. 여성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어린 딸을 데리고 온 분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 제 딸은 김장 배추 버무리는 것 대신 어린아이들과 놀아 주는 것으로 봉사 활동을 대신했습니다.

저도 태어나 처음으로 김장 배추를 버무려 보았습니다. 고추장 같은 양념을 절여진 배춧잎에 하나하나 묻혔습니다. 그리고 겉잎으로 버무린 배추를 감싸 놓으면 배추 김치 하나가 완성됐습니다. 여럿이 모여 하니 재미도 나고, 속도도 붙어 200포기 배추 버무림이 빨리 끝났습니다. 오전 9시 조금 넘어 시작된 배추 버무림은 오전 11시경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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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다 버무린 후 사각으로 된 스티로폼 통에 10포기씩 가득 담았습니다. 그렇게 담겨진 배추 김치는 한 달에 한 번 찾아가 도배나 집수리 봉사로 인연이 된 분들 집으로 배달 됩니다.

김장 김치를 다 담고 갖담은 김치와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함께 만든 김장 김치로 밥을 먹으니 더 맛있었습니다. 품앗이 봉사회는 그동안 집수리 봉사만 해오다가 4년 전부터 매 해 12월이 되면 날을 잡아서 김장 김치를 담아 집수리 봉사로 알게 된 이웃에 나누어 준다고 합니다. 얼마 전 동구의 어느 대기업에서 10만 포기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했습니다. 거기 비하면 비록 규모가 작을 테지만 정성 만큼은, 그리고 이웃을 생각하는 사랑 만큼은 10만포기 김장 행사보다 크지 않을까요?

이날 저는 오전에 배추 김치를 열심히 버무려 주었습니다. 딸은 아기를 돌보았고 3시간 봉사활동 증명서를 발급 받았습니다. 그렇게라도 딸 아이가 봉사활동에 대한 공부를 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딸 아이에게 그리고 저에게 봉사활동 기회를 준 주남식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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