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 산 잇기'는 "대전의 산천을 알아야 대전의 문화가 보인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대전의 둘레 산을 12구간에 나누어 산행하며 대전의 문화를 알아보자'는 취지다.
멀리 있는 산을 가기보다 "대전 주변의 산부터 산행하자"며 일요일 '번개산행'을 하고 있는 동심산악회(cafe.daum.net/mtdongsim)의 지난 주 산행코스는 바로 '대전둘레 산 잇기'의 10구간이다.
유성구 수통골부터 시작 빈계산-성북동산성-방동저수지까지 약 8Km구간을 거꾸로 산행하기로 했다. 약속한 12일 오전 10시에 중앙로지하철역 6번 출구에서 202번 버스를 타고 방동저수지에서 하차했다.
전날 "영하의 날씨에 추울지도 모르니 단단히 준비하라"는 '버스'님의 걱정스런 당부에 다들 옷을 껴 입고 왔다. 충남가스공사 옆길로 들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님은 "땀이 난다"며 점퍼를 벗는다.
그러나 기자는 땀 나는 것도 모르고 주위의 '명과'에 반해 이러 저리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만큼 이날 산행에 '명과'가 확 띄었다. '명과'는 '명과나무'에 열리는 열매를 의미한다. '명과'는 모두가 시들어 가는 초겨울 산에서 유독 빨갛게 보인다. 어찌 저리 빨간 게 있는가 싶어 가까이 가 보면 '명과'다. '명과나무'는 다른 말로 하면 '청미래 덩굴나무'다.
'청미래 덩굴나무(명과나무)'는 우리나라 산야에 흔히 자라는 덩굴성 떨기나무다. 대전 중구 대사동에 위치하는 보문산 기슭에서 태어나 보문산을 놀이터 삼아 뛰놀았던 기자는 빨갛게 변하기 전 새파란 열매를 신맛에 따먹기도 했다.
잎은 넓은 달걀꼴로 윤이 반짝반짝 나고 줄기에는 가시와 덩굴손이 있다. 검색해 보니 '청미래 덩굴나무'의 뿌리는 "매독, 창독, 만성 피부병, 수은중독성 피부염, 풍습성 관절염, 콩팥염, 방광염, 소화가 안 되고 설사할 때에 뿌리를 물에 달여서 하루 3번 나누어 먹으면 좋다"고 돼 있다.
특히 "감기나 신경통에 뿌리를 잘게 썰어 약한 불로 달여서 밥 먹기 전에 마시고 땀을 흠뻑 내면 거뜬하게 낫는다"고 한다. 이날 '명과'가 유독 눈에 많이 띈 것이 이런 공부를 하게 했다.
산행은 오르기에 가파르지도 않고 동네 뒷산 정도의 걷기에 편한 길이다. 우리가 올라온 방동저수지가 훤하게 보이는 곳에서 방동저수지의 경관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님이 가져온 '용궁' 막걸리와 오징어무침, 김밥으로 한잔했다.
이날 '명과'의 아름다움에만 취한 것이 아니다. 빈계산 정상에 가까울수록 대전이 무궁무한하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아니 아직도 대전은 도시화될 여지가 많은 도시임을 알게 했다.
빈계산을 오르면서 바라 본 대전은 아직 개발이 안 된 황무지였다. 엄청나게 큰 옛 충남방적자리와 그 뒤에 보이는 대전교도소, 그리고 개발이 한창인 관저, 학하, 노은지구 등은 앞으로 대전이 엄청나게 큰 도시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전을 둘러 싼 산과 '사면팔달요지'라는 특성을 살린다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 중인 세종신도시의 옆에 위치한 대전은 '제2의 수도'가 될 규모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인구유입으로 보였다.
"무엇으로 대전으로 새로운 인구유입을 하게 할까?"가 대전 단체장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암탉을 닮은 모양이라 '암탉산'이라고도 불린다"는 빈계산(415m)정상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대한국인'이 가져온 이름 없는 '독주'와 계란, 사과 등으로 '정상주'를 마시며, 산에 오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후 하산 길은 내려가기만 하면 돼 수월했다. 수통골(빈계산) 주차장인 버스정류장에 닿으니 "아름다운 수통골을 지키겠습니다"란 현수막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 대전시당(시당위원장 윤석만)이 "수통골 주차장 예산 확보에 진력하겠다"고 다짐했던 현수막이다. 그러나 수통골 주차장관련예산은 확보 못했다.
요즘 문제된 '새해 예산안 파동'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했다. 이후 유성장터에 나가 순대국에 소주로 '안산'을 자축했다.
덧붙이는 글 | 뉴스타운과 제이비에스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