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체구의 가녀린 여성이 볼링공을 들고 서있다. 한 눈에 봐도 어딘가 불편한 몸. 볼링핀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이 매섭다. 힘차게 공이 던져지고, 곡선을 그리던 공은 어느새 핀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10개의 볼링핀 모두를 쓰러트린다. 스트라이크~!!!
장애인 볼링선수 오경미(38·군산 나운동)씨를 만난 건 지난 8일. 당진장애인볼링대회 출전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었다. 대회출전 연습이 아니더라도 매주 2~3일은 이렇게 볼링장을 찾는다.
볼링을 시작한지도 언 1년. 그 사이 그녀는 장애인전국체전 전북 대표로 출전했으며, 지난 10월 치러진 장애인전북도민체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예를 안았다. 메달 수확만 봐도 볼링 실력은 수준급. 하지만 '장애인전국체전 1등'을 목표로 하는 그녀에게 아직 갈 길은 멀다.
"군산지체장애인협회 활동을 하며 볼링을 알게 됐어요. 매주 금요일 볼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볼링에 대한 색다른 재미와 매력을 느끼게 됐죠. 덕분에 체중도 감량되고 건강해지는 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렇게 열심히 참여하다 보니 대회 출전 제의도 받고,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볼링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격한 갈증을 느낍니다. 코치없이 독학으로 볼링을 치다 보니 한계에 부딪치는 것 같아요."매주 연습은 하지만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다는 경미씨. 중학생인 딸아이를 혼자 키우며 기초생활수급자 형편에 코치비는 엄두도 못 낸다. 일정량 지원을 받지만 매달 볼링장 이용료 지불하는 것도 빠듯하다. 그런 경미씨에게 소원이 있다면 볼링을 잘 치는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볼링기술을 배우는 것. 코치 또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좋다. 단지 프로실력을 갖춘 누군가가 볼링을 가르쳐주길 소망하고 있다. 또 같이 볼링을 치며 실력을 견줄 수 있는 볼링파트너도 찾고 있다. 그녀의 볼링 갈증을 해소시켜 줄 볼링천사가 하루 빨리 나타나길 바랄 뿐이다.
지체장애 3급인 경미씨는 4살 때 장애판정을 받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는 말로 밖에 지금의 장애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가 가슴 아파하며 살까봐서다. 어머니의 이런 걱정과는 달리 경미씨는 밝고 긍정적으로 자랐다. 초등학교는 제대로 졸업했으나 중학교 때 심하게 아파 학업을 중단했다. 19살, 어린 나이에 대수술을 받고 나서 그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은 다시 살아났다. 밝은 성격으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장기 근속자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경기침체의 불똥이 경미씨에게 떨어졌고, 회사를 그만 둘 수밖에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결혼 실패라는 고난을 겪으며 딸아이를 혼자 키워야 했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가족의 힘은 컸다. 친정엄마와 형제자매의 격려로 마음을 다잡은 경미씨는 그녀 삶의 이유이자 희망인 딸을 위해 열심히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제 기도 제목 중 하나가 바쁘게 살게 해달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볼링을 시작했는지 모르겠어요. 볼링을 치고 있으면 지난날의 아픔, 시련, 고통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지난날의 아픔을 잊기 위해 볼링을 시작했다 할 수 있죠.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볼링을 쳐요. 저보다 먼저 장애를 극복하고 볼링선수가 된 동료들을 보면 자극도 되고, 용기도 얻거든요. 세상 사람들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을 얻는 것 같아요."어머니로서 딸을 바르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일, 사회인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는 일, 운동선수로서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는 일 등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은 경미씨. '하면 할 수 있다'라는 그녀의 좌우명이 반드시 이 모든 일들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경미씨 앞날이 '볼링의 스트라이크'처럼 순탄하고 통쾌하게 펼쳐지길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