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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되고 있는 화순군 이장의 임명에 관한 규칙
논란이 되고 있는 화순군 이장의 임명에 관한 규칙 ⓒ 박미경

전라남도 화순군이 마을이장 선거를 없애려고 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군사정권시절에도 이장선거를 했었다며 군사정권도 하지 않았던 일을 화순군이 하려고 한다며 혀를 차고 있다.

 

요즘 화순에서는 최근 개정 공포된 '화순군 이장의 임명에 관한 규칙'이 화두가 되면서 이장임명에 관한 읍면장의 권한강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화순읍이 최근 이장선거를 앞둔 마을에 '선거를 통한 추천서 제출은 반려하겠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화순군이 '이장의 임명에 관한 규칙'을 개정·공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때문이다.

 

공포된 규칙에는 '마을총회에서 다수의 후보가 경합시 후보자 전원을 읍면장에게 추천'하고 '읍면장이 적임자를 임명'토록 되어 있어 사실상 선거를 없앴다는 지적이다. 화순군은 지난 7월에도 규칙개정을 추진했지만 읍면장의 이장임명권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군의회와 이장단 등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화순군은 규칙개정에 대해 일부 지역에서 이장선출을 둘러싼 선거과열로 주민간의 분열과 줄서기, 편가르기 등으로 주민화합을 저해하는 문제점이 발생해 이장 선거를 둘러싼 주민들간의 갈등을 없애고 행정업무를 원활하게 수행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현재 이장 임명은 마을총회 등을 통해 마을주민들이 선출해 읍면에 추천하면 읍면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읍면장에게 임명권이 있지만 이는 형식적인 것이고 주민들이 스스로 선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마을들은 후보자들의 2명 이상일 경우 마을총회에서 선거를 하는 방식으로 이장을 선출한다. 후보자들의 경합이 있기에 경합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다수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선거를 택하는 것이다. 

 

물론 선출된 이장을 인정하는 주민들도 있고 부정하는 주민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장 선거로 인해 주민들간에 등을 돌리고 심한 경우 칼부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약간의 잡음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총회에서 주민 모두가 참여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장을 인정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화순군은 규칙개정을 통해 '총회에서 다수의 후보자가 경합을 벌일 경우 후보자 전원을 읍면장에게 추천' '읍면장이 임명'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선거자체를 할 수 없도록 막았다.

 

공포된 규칙은 언뜻 보면 선거를 하기보다는 사전에 충분한 협의 등을 통해 이장을 선출하도록 권고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읍면장이 중재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 같지만 읍면장의 이장임명에 대한 권한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마을에서의 이장추천이 1개월 이상 지연될 경우 읍면장 직권으로 임시 이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까지 신설하면서 지난 7월에 철회했던 규칙안보다 읍면장의 권한이 더 강화된데다 선거를 할 수 없도록 교묘하게 명문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행정이 개입하면서 이장직을 둘러싼 또다른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특정 사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결과를 도출하는 민주주의 절차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도 비쳐지고 있다.

 

화순군이 지난 7월에 추진했다가 철회했던 개정규칙안에는 '마을총회에서 선정된 2명의 후보자 중 읍면장이 적임자를 임명하되 1명만 추천됐을 경우 읍면장이 1명을 더 추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읍면장의 역할을 강화했었다.

 

종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총회 등을 통해 이장을 선출하고 읍면장에게 추천하면 읍면장은 임명만 하는 방식이었지만 개정규칙안은 마을주민들이 이장을 선출하고 임명을 요구하더라도, 읍면장이 이를 무시하고 또다른 인물을 이장으로 추천하고 임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어서 지역사회의 반발을 샀었다.

 

지난 10월 20일자로 개정공포된 규칙에는 이 조항은 빠졌지만 '마을총회에서 다수의 후보자가 경합시는 후보자 전원을 읍면장에게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읍면장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키고 '선거'를 치루지 못하도록 명문화시켜다는 지적이다.

 

규칙에 선거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아니지만 '총회에서 경합할 경우 후보자 전원을 읍면장에게 추천'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선거를 못하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후보들간의 경합으로 인해 다수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총회에서 이장선거를 치루는 것인데 후보들이 경합하면 후보전원을 읍면장에게 추천토록 한 것은 사실상 선거를 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읍면장이 나서서 적임자를 임명하겠다는 것은 다수 주민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소수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거나 읍면장의 입맛에 맞는 이장이 임명되면서 주민들간의 또다른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화순군이 이장선거로 인한 주민들간의 갈등과 분열을 막기 위해 규칙을 개정했다고 주장하지만 또다른 갈등과 분열의 불씨를 제공하는 셈인 것이다.

 

이는 벌써 일부마을에서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장선거를 치룬 화순읍의 모 마을에서는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자가 개정공포된 규칙에 의거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마을 내 분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 이장들의 임기가 마을총회가 열리는 연말에 끝나면서 이장선거를 앞둔 일부 마을들은 선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공포된 규칙에 읍면장이 이장 정원의 15%이상을 여성으로 임명토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도 마을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읍면장에 의해 이장이 임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읍면장이 여성이장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여성이장을 적임자로 임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화순읍은 최근 이장선거를 앞둔 마을에 이장임명과 관련된 공문을 발송하면서 '선거를 통한 추천서 제출시에는 반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순읍 관계자는 "규칙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선거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화순군관계자는 "공포된 규칙은 이장선거로 인한 문제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규칙에는 선거를 하지 말라는 조항은 없지 않느냐"며 "화순읍이 규칙을 확대해석해 잘못 적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조직인 읍사무소에서조차 '선거를 해서는 안된다'고 해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화순군이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위한 수단인 선거를 없애려고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화순군#이장 선거#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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