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사랑청년회
http://club.cyworld.com/aspower가 7년 째 해오는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이 제대로 사고쳤다. 그 신나는 현장 속으로 기자도 동행하여 함께 나누고 왔다.
"발대식이라기보다 축제네"발대식, 그 시작부터 달랐다. 종전엔 안성청년회 사무실에서 하던 발대식이었지만, 이젠 한경대 학생회관이다. 발대식에서 근엄함은 찾아 볼 수 없다. 역시 젊은이들이 기획하여 벌이니 경쾌하고 발랄하다. 내빈들의 인사말이 끝나고 나니 곧바로 축제 한바탕. 한경대학교 동아리의 발라드와 힙합이 울려퍼지자 순간 광란의 한통속이 연출된다. 18일, 한경대 학생회관 학생극장은 발대식을 넘어선 축제 한마당이다.
조는 10개조. 조별로 10명 남짓. 그렇다면 이번 산타대작전에 투입된 젊은 산타는 100여명. 중고생, 대학생, 청년, 장년 등이 한 조가 된다. 발대식이 끝나자 자신의 조를 챙기는 조장과 조원의 목소리, 선물을 일일이 챙기며 들리는 소리 등이 어우러져 순간 안성 장날이 온 듯.
이제 대상자의 집으로 떠나나 했다. 아니다. 짐은 차에 실어두고 시내를 향한다. 산타복을 입은 채로 시내를 향한다. 두 줄로 시가행진이다. 그들이 목청껏 부르는 캐럴 때문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도시에 더욱 무르익는다.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자랑스러운 양 젊은 산타들은 시종일관 조잘댄다. 한경대를 출발해 광신로터리를 돌아 금산로터리까지 "서로 나누고 삽시다"란 메시지를 담은 산타들의 시가행진이 이어진다. 금산로터리에 집결한 그들은 '사랑의 산타 파이팅'을 목 놓아 부른다.
이제 조별로 출동이다. 안성 통학버스 단체와 안성의료생협과 개인이 빌려 준 승합차와 소형버스가 그들의 발이다. 차량 도움이 있었기에 일일이 걸어 다니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행동반경이 훨씬 넓어지고, 좀 더 많은 대상자를 찾아보게 된다. 시내 곳곳, 공도, 죽산, 일죽까지. 기자는 5조와 함께 죽산으로 향한다.
안성맞춤 방문, 안성맞춤 행복.먼저 도착한 집. 죽산에 사시는 독거할머니 댁. 할머니는 손자 같은 이들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이제나 저제나 한 듯 보인다. 방청소와 정리가 말끔하다. 흘러간 가요를 부르려다가 깜찍한 캐럴을 손자들이 부르자 할머니의 박수가 이어진다. 자신이 평소 사는 일상사를 손자들이 눈과 귀를 기울여 잘 듣자 할머니는 살짝 신이난다. 17세에 결혼해서 지금 80세라는 할머니의 증언을 듣는 올해 17세 손녀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거기다가 산타로 분장한 젊은 총각이 손을 잡아주자 그저 흐뭇하다. 큰일을 하지 않아도 손자들이 집에 찾아와 준 것만도 고맙다는 말씀을 반복하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벌써 바깥은 어둡고 날씨는 차다.
다음은 9세 소녀의 집. 문을 열고 일행이 들어서자 그 소녀는 어리둥절하다. 산타가 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떤 모양새일지 소녀는 오만가지 상상을 했을 터. 먼저 소녀와 케이크를 놓고 캐럴을 신나게 부른다. 소녀에게 "우리 함께 산타 할아버지를 불러볼까"라고 주문하고는 "산타 할아버지! 산타 할아버지!"를 복창한다.
드디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등에 지고 나타난다. 혼자가 아니다. 산타 부인과 산타 아들까지 함께 나타난다. 그들은 소녀에게 선물도 주고,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글도 읽고 전해준다. 선물이 하나하나 개봉될 때마다 주위는 환호성으로 가득 찬다. 이게 끝이 아니다. 소녀와 함께 30분 이상을 예쁜 장식 거울을 만든다. 소녀에게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을 거울이다.
마지막 집은 9세 소년의 집.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이 소년은 보자마자 인사가 깍듯하다. 산타 청년들 앞에서 소년은 자신의 끼를 마음껏 드러낸다. 가수 장윤정의 '어머나' 부르기와 태권도 시범에 한참을 배꼽잡고 웃은 것은 방문한 산타들이다. 거기다가 가져간 풍선아트 칼은 소년에게 인기다.
당장 덩치 큰 청년산타와 풍선 칼로 대결 한 판이 벌어진다. 실전을 방불케 한다. 예정된(?) 각본대로 소년의 풍선 칼에 실컷 두들겨 맞은 청년산타가 쓰러지자 집안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된다. 로봇 강아지를 선물로 내놓자 소년은 날아갈듯이 소리친다. 로봇강아지의 재롱을 보느라 모두 눈이 즐겁다. 덩치 큰 청년산타가 소년을 어깨에 태우고 사진도 같이 찍자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나올 때 가지 말라며 투정부리는 소년을 겨우 떼놓고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안성 각 지에 흩어졌던 산타들이 안성시청 구내식당으로 집결이다. 해단식이다. 준비된 음식과 음료수 등으로 피로를 푼다. 갔다 왔던 소감들을 마이크를 통해 풀어낸다. 발대식 때 들떠있던 산타들은 다소 숙연하다. 자신들과 조금은 다르게 사는 이들의 삶과 잠시 함께 나누면서 느낀 바가 크다. 하루를 보람 있게 보냈다는 눈빛이 역력하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365일 나눔 시스템으로 계획하다. 사실 이날 하루보다 준비 과정과 스텝들의 노력이 더욱 빛나는 행사다. 행사 몇 달 전부터 모두 16명의 기획단이 꾸려졌다. 이들은 청년 직장인과 대학생으로 이루어졌다. 아이디어를 냈다. 섭외 담당은 섭외하고, 소품 담당은 소품을 준비했다. 선물 준비도 일괄적으로 하지 않았다. 대상자에 맞춰 개별적으로 준비했다. 선물하나 준비 하는 데에도 일하는 사람 중심이 아닌 대상자 중심으로 움직였다.
사전에 안성 명동거리에 나가 거리홍보도 했다. 노래와 춤을 통해 시선을 집중시킨 후 산타 참가 접수를 받았다. 지역신문에도 홍보를 부탁했다. 재정 후원자도 발굴했다. 2차에 걸쳐 산타학교를 치렀다. 일종의 사전 자원봉사자 교육이다. 조별 모임도 사전에 가졌다. 팀워크도 다지고, 팀에서의 역할도 분담했다. 안성사랑청년회장 김태풍 씨가 "기획단들이 너무 고생이 많았어요"라며 숙연해진 것은 지나간 고생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리라.
앞으로 단체와 개인이 어우러져 봉사단을 만들기로 해단식에서 결정했다. 봉사 네트워크를 이뤄 한 번 갔다 왔던 대상자의 집과 지속적인 나눔도 가지기로 했다. 내년 8월엔 '8월의 산타'를 기획하고 있다. 대상 아동 청소년들과 함께 수영장을 가기로 계획했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나눔, 바로 그것이다. 젊은 산타들의 나눔 정신, 이제 안성에서 제대로 야무지게 불을 지폈다.
덧붙이는 글 | 이날 행사는 한경대학교 동아리, 중앙대 예대, 동부무한돌봄네트워크팀, 안성맞춤지역자활센터, 안성시청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