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한옥마을 돌담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내가... 가끔 영화에서 본 장면처럼 "꿈만 같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사실 나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조금 있으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갈 나이인데도... 그래서 가족끼리 자전거를 탈 일이 있으면 나는 아빠 뒷자리에 타거나 언니 뒷자리에 타서 페달을 굴렸다.
지금까지는 불편한지 몰랐다. 아빠와 언니랑 2인용 자전거를 타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자전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가끔 아빠와 엄마, 언니가 자전거를 배워보라고 했지만, 그냥 그랬다.
그랬던 내가 자전거를 혼자 타는 법을 배웠다. 지난 일요일, 슬로시티 창평에서다. 면사무소 옆에 있는 옛날 우물에서 두레박 체험을 하다가 우연히 자전거를 보았다. 갑자기 자전거가 타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빠께 "우리 자전거 타요!"라고 했고, 아빠도 엄마도 언니도 다 찬성을 했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혼자서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혼자 한번 타보겠다"고 했더니 아빠께서 좋아하셨다.
처음엔 아빠가 자전거를 잡아 주셨다. 역시 예상대로 두 발을 올리기 힘들었다. 그에 비해 언니랑 엄마는 내 앞을 '쓩~ 쓩~' 잘도 지나갔다. 나는 몇 번 하다가 안되니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 자전거는 내 체질에 맞지 않나봐~~ㅠㅠ'라고 생각했다.
5분 동안 '그만 둘까?'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때 눈치 없는 언니는 계속 해보라며 옆에서 보챘다. 그래서 더 타기 싫어졌다. 나는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갔다. 마치 보란 듯이...
이번에는 아빠께서 오셔서 "엎어져 다쳐도 괜찮다. 아빠가 옆에 있을 테니 걱정 말고 타보라"고 하셨다. 어쩔 수 없이 또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빠가 손을 놓으면 금방 옆으로 넘어졌다. 그래도 또 탔다.
계속 타고 멈추고... 또 타고 멈추고 하다 보니 조금씩 혼자서 갈 수 있었다. 뒤에서 내 자전거를 잡아주던 아빠께서 손을 놓고 내 옆에서 뛰기도 하셨다. 흥분됐다. 나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돌담길을 벗어나서 차가 다니지 않는 넓은 도로로 가서 탔다. 길이 넓어서 그런지 타는 게 더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반듯하게 잘 가지는 못해도 중심은 조금씩 잡을 수 있었다.
비틀비틀 핸들을 돌리면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아빠께서 갑자기 내 옆으로 오시더니 팔을 들고 뛰고 있었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나는 속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중심을 잡았다. 한 10m 가던 것이 나중에는 20m, 30m를 갔다.
겨울바람도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점퍼 속에서는 땀이 났다. 역시 조금 다치고 엎어지고 난리 친 보람이 있었다. 계속해서 나는 오르막 길도, 내리막 길도 타고 다녔다.
자신감이 붙었다. 이번에는 혼자서 출발을 하고 싶었다. 이것도 몇 번 노력을 하자 혼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출발할 때는 비틀비틀 거렸지만 발을 내리지 않고도 쭈욱~~ 갈 수 있었다. 아빠 없이 혼자서도 왔다갔다 했다.
내가 자전거 페달을 혼자 굴리면서 중심을 잡고 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그 주인공이 말하는 "꿈만 같아~~"라는 대사가 절로 나왔다.
실컷 자전거를 타고 신바람이 나서 면사무소로 돌아가는데 돌담길을 사람들이 막고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사람들한테 부딪칠 것만 같았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나는 벽에다 '꽝!' 박고 말았다. 이런...
그 소리를 듣고 나를 바라본 사람들은 비웃질 않았다. 오히려 격려해 주고 걱정해 주셨다. 자전거를 배울 때는 그렇게 하면서 배우는 거라고... 나는 자전거를 반드시 세워 면사무소까지 타고 가서 내가 반납을 했다.
자전거에서 내리니 온몸이 쑤셨다. 하체는 계속해서 자전거 페달을 굴리는 것 같고 상체는 그냥 허공을 날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몸 위아래가 완전히 분리된 느낌이었다. 그래도 즐겁기만 했다.
그러면서 오늘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또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는 말도... 다음부터 혼자서 자전거를 탈 생각을 해본다. 다음 일요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 이예슬 기자는 광주우산초등학교 6학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