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아침, 문 밖을 나섰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웬 개 한 마리가 길을 막고 절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사나운 개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왔죠. 하지만 괜히 눈싸움에 지기 싫어 같이 매서운 눈빛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한참의 대치가 이어졌죠.
그런데, 한참의 대치 끝에 하얀 털을 가진 큰 덩치의 개가 한발 한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죠. 이러다, 물리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를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마음 속으로 '내가 노려봤다고 생각한다면, 오해야! 해치지 않아!'라고 속삭이며,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다가온 녀석은 평화주의잔가 봅니다. 짖거나 으르렁 거리지 않고 절 살짝 경계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속으로 '휴, 다행이다'를 외치는 찰나, 옆에서 움직이고 있는 조그만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정체 불명의 그것을 살펴보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그만 강아지들었습니다.
'아, 저 개.. 자기 강아지들 때문에, 그렇게 긴장을 한 거구나....!'
큰 개가 그렇게 경계를 했던 것은 주위에 있던 강아지들 때문이었습니다. 이유를 알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미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길을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어난 지 며칠도 안 된 듯한 강아지들은 총총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도로를 이곳저곳 휘저어 정신이 다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까 절 노려봤던 어미 개는 새끼들이 행동이 여간 걱정돼나 봅니다. 급기야 사거리에 털썩 앉아 차와 사람들을 막아서기에 이릅니다.
아마도 사거리에서 회전하는 차가 강아지들을 그냥 치고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영리한 그 모습에 대견함과 놀라움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철 모르는 강아지는 어미 개의 마음을 모르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졸졸 따라다닙니다.
급기야 지나가던 한 학생을 보자, 강아지들은 꼬리를 흔들며 달려갑니다. 그런 새끼들을 염려한 어미 개도 발빠르게 그 학생 근처에 다가섰습니다. 순식간에 여학생은 개 세 마리에게 둘러 싸여버리는 상황이 연출됐죠.
그 학생은 '으악'이러면서 당황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침착한 어미개는 자기가 '사나운 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짖지도 않고, 조심스레 거리를 둡니다.
당황하던 그 학생도 덕분에 한시름 놓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안도의 순간도 잠시, 강아지들 주위로 자동차들이 왔다갔다 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결국 저는 가던 걸음을 멈췄습니다. 강아지들의 안전이 염려됐기 때문입니다. 어미 개가 사거리에 턱하니 버티고 앉아, 그쪽에서 오는 차는 막을 수 있었지만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은 철모르는 강아지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들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주변에서 차들에게 신호를 줘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사거리 쪽에서는 어미개가, 그리고 반대쪽에서는 제가 서서 강아지들을 지켜봤죠.
그런데, 절 발견한 새끼들이 제 근처로 달려옵니다. 도와주겠다는 마음이 통한 것일까요? 다행히 어미 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입니다. 가까이 다가온 강아지들은 너무 귀여워,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어미 개의 은근한 시선(?)에 결국 그만두기로 결정을 했죠. 그런데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났도 주인은 나타날 생각을 안합니다. 속으로 조금씩 걱정이 됐습니다. 얼른, 이 꼬마개들이 자기 주인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미 개의 헌신적인 보호 아래 원없이 바깥에서 놀았던 강아지들이 이제 힘이 든 모양입니다. 갑자기 한 마리가 주변의 집 문틈을 비집고 들어갑니다.
'앗, 뭐야? 니네 바로 저기가 너네들 집이었던 거니?'아마도 그곳이 자신들의 집인 모양이었습니다. 한 마리가 들어가자, 또다른 한 마리가 그 문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 몸이 너무 통통해 대문 사이에 몸이 끼어버렸습니다. 바둥바둥 거리는 그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웃는 저와 달리, 어미 개는 강아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어미개의 지극한 보디가드 덕문일까요? 결국 통통한 강아지는 한참의 고생(?) 끝에 무사히 집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고생을 경험 했기에 강아지들이 다시 밖으로 나올리는 없겠지요. 강아지들을 무사히 집으로 보낸 어미 개는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일어나 꼬리를 흔듭니다. 작은 미물에게도, 이런 사랑과 헌신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