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여행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 혹시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크루즈 갑판에서 바다를 보며 바람을 맞는 장면이 떠오르진 않나?
영화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슴 설레며 부러워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나는 어린 마음에 그 장면을 몇 번씩 되새겨보며 머릿속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다. 언젠가 사용할 날이 있지 않을까 해서. 그날을 위해 준비 하라는 신의 계시였을까.
우연한 기회에 11월 3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DBS크루즈를 타고 가게 되었다. 일행과 함께 묵호항여객터미널(동해여객터미널)에 도착해 다른 일행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내내 머릿속에는 해외여행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정신을 어지럽힌다. 까다로운 출국절차와 여권심사 등의 내용에 대한 것이 대다수였기 때문. 첫 해외여행이고 더군다나 러시아어는 물론 영어도 수준미달인 탓에 초조한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하나 둘 일행들이 모이고 출국절차를 받기위해 줄을 섰다. 한사람 한사람이 검사를 받고 나갈 때마다 시선은 그 사람들에게 고정되어 있다. 어떤 식으로 가는 지 심사원들이 어떤 것을 물어보는지 초조하게 하나씩 머릿속으로 기억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여권과 표를 주고 기다린 후 가방을 검사하고 몸에 소지하고 있는 물품을 제거한 채, 검사대를 통과하는 등의 절차로출국심사는 끝이 났다. 원래 이렇게 쉬운 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너무 간단하게 모든 일들이 해결되자 허탈감이 더 심했다.
dbs크루즈가 눈앞에 보이자 생각보다 큰 배의 크기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분명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했었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크루즈에 승선, 계단마다 장식되어있는 벽화와 세세하게 꾸며진 인테리어는 절로 감탄사만이흘러나오게 했다. '이 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가는 건가?'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하나하나가 신기한 크루즈 여행
배정된 방에 짐을 재빨리 푼 뒤, 카메라를 들고 크루즈의 구석구석을 구경한다. 1층, 2층, 3층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것들을 재빨리 훓어보고 갑판에 나간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갑판, 혹시 누군가가 사랑을 속삭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눈을 굴린다.
하지만 갑판에선 대경대학교 모델학과 학생들의 특별무대인 한.러 20주년 기념 패션쇼 준비가 한창이다. '아 이래서 젊은 사람들이 많았던거구나?' 생각하며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패션쇼를 지켜본다. 선남선녀들이 선상위에서 그려내는 패션쇼는 눈깜짝 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셔터를 누르다보니 어느새 막이 내렸고 크루즈갑판 위의 사람들은 한명씩 한명씩 실내로 들어갔다. 그 후 차가운 바람 때문에 갑판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간간이 푸른 물감을 푼 것 같은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어떤 추억을 회상하고 있을까? 그 기억의 저편 속에 들어가 엿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우리나라의 시차는 한시간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우리나라 기준으로 한시간 더 늦게 살아가는 것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밥 방송이 나오자 일행 모두 혼란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한국시간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섯시에 뷔페가 열린다는 방송에도 시계를 보곤 '한시간 뒤에 먹으면 되겠네?'라고 생각하며 누워 있을 때 였다. 갑자기 일행 한분이 문을 열고 들어와, 러시아 시간으로는 여섯시가 넘었다면서 밥시간이라고 말했다. 반신반의하던 우리는 방송으로 밥시간이 끝나간다는 말이 나오자 우르르 입구로 몰려들었다.
크루즈 음식은 한마디로 깔끔했다. 뷔페식으로 차려져 원하는 음식을 담고 먹기를 반복했다. 잔잔한 음악소리를 들으며 테이블에 오순도순 모여앉아 먹는 음식은 크루즈여행에 대한 환상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식후 포만감으로 인해 몸이 나른해 질 때쯤 크루즈의 나이트에서 승무원들의 축하무대가 있을 예정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승무원들이 탑승객들을 환영하고 순조로운 크루즈여행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열리는 이 무대는 댄스, 노래, 현대무용, 전통무용, 뮤지컬, 색소폰공연
등으로 장식된다. 공연을 보는 내내 입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순하고 때 묻지 않은 풋풋한 승무원들의 공연은 비록 서툰 모습을 보이며 실수도 했지만, 탑승객들의 재미를 위해 몸을 내던지는 모습에 훈훈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 것이다. 항해가 순조롭길 기도하는 무대를 끝으로 DBS 측에서 준비한 무대는 끝이 났다. 목욕탕으로 들어가 히노끼탕에 앉아 멍하니 검은바다를 바라보다 몸을 말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내일은 꿈에도 그리던 첫 해외여행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첫 발걸음이 닿게 된다. 과연 내일은 또 어떤 여행이 나를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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