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고... 보고 싶어도 아쉽지만... 언젠가는 볼 수 있어요. 사랑해요..."
"한 해 동안 뛰어놀게 해 주시고 책도 많이 읽어 주시고 어려운 문제도 쉽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선생님."
진보정당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해임처분을 받은 박성애 교사의 마지막 수업이 지난 20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동 옥산초등학교 1학년 3반 교실에서 있었다.
22명의 아이들이 선생님이 써 준 카드와 선물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사이 박성애(45) 교사는 아이들이 적어준 카드를 읽으며 잠시 눈물을 보였다. 철부지들이 벌써 1년이 지나 이렇게 편지도 쓰고 좋아라 하는데 더이상 볼 수 없다는 마음에 감정이 북받혀 오르는 것 같았다.
카드를 받아들고 읽으며 장난치던 중, 한 아이가 선생님이 운다고 소리차자 여러 아이들이 선생님 곁으로 모여들었다.
"아니... 선생님 안 우는데? 우리 카드 받은 거 서로 읽어주기 할까?"
아이들이 서로 손을 들어 선생님에게서 받은 카드를 읽었다.
상상의 책 만들기 공개수업
이날 수업은 전교조 대구지부의 교사들과 학부모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상의 책 만들기'와 만든 책 돌려 읽기 등의 내용으로 3교시와 4교시에 걸쳐 공개수업으로 진행됐다.
박성애 교사는 "아이들이 그림동화 <무지개 물고기(마르쿠스 피스터)>라는 책을 좋아해서 학년 초부터 읽고 준비했다. 어릴 때 많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습관을 가르쳤는데 오늘 상상의 책 만들기 수업은 그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며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오려 붙이고 풀칠하고 그림을 그려가며 저마다의 책을 만들었다.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 돌아다니며 책 만드는 걸 도와줬다. 아이들은 자기 책을 읽어달라고 졸라대기도 했다. 책 만들기가 끝나자 박 교사는 아이들이 만든 책을 돌려 읽도록 했다. 또 몇몇 아이들이 만든 동화책을 마치 동화구연을 하듯 읽어주기도 했다.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데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박 교사는 수업 말미에 아이들과 함께 율동을 하며 <바위처럼> 노래를 함께 불렀다.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 정치적인 일로 해임되었다는 말을 해도 잘 모를 테고... 또 아이들이 이런 일로 해임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자기검열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걱정돼 미국에 간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들도 선생님이 더이상 학교에 못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너희들이 서른 되던 해 1월 3일...만나자
"학년이 바뀌어도 1학년 3반에서처럼 너희들이 서로 돕는 반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걱정했던 거와는 달리 너희들이 있어 선생님은 무척 행복했단다. 2023년 1월 3일 오후 1시 3분 너희들이 뛰놀던 옥산초 놀이터에서 만나자. 안녕."
박성애 교사는 아이들에게 전한 카드에 이렇게 약속했다. 지금의 아이들이 서른이 되던 해에 1학년 3반이었던 기억을 잊지 말기 위해 1월 3일을 택했다고 한다.
수업을 지켜본 한 학부모는 "사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방학 때보다도 학교에 가는 걸 더 좋아할 만큼 선생님을 무척 따랐는데 아쉽다"며 "선생님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꼭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애 교사는 "해임이 결정되었을 때부터 아이들과의 이별을 준비했기에 평소와 같이 수업을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막상 마지막 수업이 되고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1월 1일자로 징계의결된 8명의 교사들에게 20일 징계의결처분서와 사유서를 전달, 오는 30일자로 징계가 집행될 것임을 통보했다.
대구에서는 2명의 해임교사 중 박성애 교사는 21일 종업식이 예정되어 있어 이날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고 또다른 해직 예정자인 김병하(강동중) 교사는 오는 24일 마지막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교사 시국선언과 진보정당 소액후원을 이유로 부당하게 징계받은 교사들의 복권을 위해,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위해 끝까지 국민과 함께 투쟁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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