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는 컴퓨터를 사용할 때 가장 필수적인 도구다. 지금 당장 마우스가 없다면 PC를 어떻게 이용할지 상상도 하기 어렵다. 1963년에 마우스를 발명한 더글러스 엘겔바(Douglas Engelbart)의 공헌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PC가 널리 보급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도 고마운 이기의 산물인 쥐 모양의 마우스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다.
컴퓨터의 마우스 때문에 생긴 오른쪽 손목 아래의 굳은살, 그리고 피로와 신체리듬 불균형으로 붉어진 손바닥. 바로 2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한 내 손목의 현주소다.
보통 손부위에 굳은살을 얻는 이들은 프로게이머와 프로그래머, 만화가, 애니메이터, 기자 등 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부분. 그래서 손목 아래의 굳은살 부위와 정도만으로도 직업에 대한 판별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럼 나는 뭔가?
프레젠테이션 작성, 화상회의, 보고서 작성, 온라인 계약 등 컴퓨터를 통해 온종일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생긴 굳은 살. 마우스 패드가 있어도 마우스를 움직이는 동안 고정 축처럼 손목이 고정되다 보니 2~3년 전부터 그만 손목 아래에 굳은살이 생기고 만 것이다. 이후 굳은살 부분에 하중이 더 실리게 되어 갈수록 불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찮은 굳은살로 직업병까지 운운한다고 치부하지 말라. 특정 조건의 직업에 종사하는 동안 불가피하게 발생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질병을 직업병이라고 말하는 사전적 정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분명 내 손목의 굳은살은 감히 직업병의 범주라고 확신한다.
적어도 컴퓨터 작업을 통한 굳은살이 직업병의 경지에 오를 정도라면 손목아래에 굳은살이 박히다 못해 껍질이 일어나고 누렇게 탈색되어야 한다. 또 그 부위를 칼이나 손톱깎이 등으로 떼어내기를 대여섯 번 정도를 반복한 후부터는 살짝 물렁물렁 거리는 수준이여야 한다.
이 표현이 정확히 맞으려나 모르겠다. 굳은살이란 것이 피부와는 달리 꼬집거나 잡혀도 아프지 않고 덩어리가 지며, 힘을 주고 누르는 순간 눌려서 몇초간은 부위가 조금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정말 그렇다.(굳은살이 있는 독자는 한번 시도해 보시라)
또 손톱깎이로 아슬아슬하게 자르다 그만 깊은 곳(?)까지 침범했을 때의 고통이란…. 피가 흐르고 반창고를 붙인 손목은 정말 쪽팔리고 난감하다. 생각보다 상처도 오래간다.
하지만, 손목아래에 생생한 흔적을 남겨준 내 굳은살 붙은 손으로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있으니 참 고마울 따름이다. 이 손이 아니었다면 어디 가서 입에 풀칠이나 했겠는가? 오히려 더 험한 일로 손이 온통 딱딱하게 굳은살이 박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호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내 오른쪽 굳은살에게 더욱 잘 부탁한다고 전하고 싶다. 내 손의 굳은살 주인은 바로 나고, 내 머리고 내 가슴이고 내 인생이다. 20여 년간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지만 바로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멋진 내 손이다. 굳은살, 너 고맙다.
덧붙이는 글 | 기사공모 '직업병을 말하다' 응모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