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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과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가 16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추적60분> '4대강' 편 방송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과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가 16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추적60분> '4대강' 편 방송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민언련

KBS에 대량 징계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추적 60분> '4대강' 편 방송의 결방 사태와 청와대 개입설, 이에 대한 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위원장 엄경철)의 강한 저항이 진행되는 가운데 KBS 사측이 돌연 무려 60명에 이르는 새노조 조합원에게 징계 통보를 했다. (<추적60분> '4대강' 편은 결국 22일 밤 방송됐다.) 징계를 통보한 16일은 공교롭게도 새노조에서 <추적 60분>의 '4대강' 편 불방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설을 강력히 뒷받침해 주는 정보보고서를 공개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청와대 개입 뒷받침하는 문서 공개 바로 다음 날 대량 징계 통보

 KBS 새노조가 14일 공개한 KBS 정치외교부 12월3일자 정보보고 사본.
KBS 새노조가 14일 공개한 KBS 정치외교부 12월3일자 정보보고 사본. ⓒ KBS 새노조
KBS 사측은 징계이유로 넉 달 전인 지난 7월에 있었던 KBS 새노조의 '불법 파업' 참여, 이사회 방해, 노보에 의한 공사 명예훼손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KBS 새노조는 지난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량 징계 이유가 "<추적 60분> 불방사태로 궁지에 몰리자 조합과 조합원을 상대로 한 치졸한 보복 행위" 때문이며, 그래서 "추적 60분 '4대강'편 불방의 외압 정황 문건을 공개한 다음 날 곧 바로 징계의 칼날을 빼들었다"고 밝혔다.

엄경철 새 노조 위원장도 21일 낮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개최된 '4대강 편  방영 쟁취, 조합원 징계철회 촉구 언론노조 결의대회'에서 "<추적 60분>에 대한 청와대 외압을 보여주는 문건을 공개했더니 곧바로 징계를 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문건을 공개했으니 청와대에 뭔가 메시지를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BS에 격랑처럼 휘몰아 오고 있는 이번 징계의 특징은 규모가 엄청나다는 거다. 60명에 이르는 KBS 새 노조원에 대한 대량 징계뿐 아니라 비판적인 글(또는 짧은 댓글)을 쓴 사원들에 대한 징계도 이미 이뤄졌거나 지금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이미 이뤄진 지방 발령 등 인사상 불이익까지 합치면 참 많은 KBS 직원들이 비판의 소리와 행동 때문에 적지 않은 인사상 가혹행위를 당해 온 셈이다.

마치 정연주 사장 때는 물러 터져서 반대나 비판을 해도 아무런 징계조차 하지 않아 'KBS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는데, 이제 한번 본때를 보이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처럼 그렇게 강한 징계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다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까지 헤아려 어떤 메시지를 보내려고 엄청 과다한 징계 페이스로 가는 건 또 아닌지...

'물러 터졌던' 정연주

사실 나는 5년 4개월 재임 동안 반대자·비판자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았다. 회사 공금과 관련된 부정을 저지른 사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파면 또는 해임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나를 비판하거나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원에 대해, 그리고 한나라당과 조중동처럼 늘상 나의 퇴진을 주장하며 온갖 무리한 짓들을 한 수구적 KBS 노조에 대해서조차도 나는 좋게 말해서 '포용적'이었고,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물러 터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언론에는 두 가지 본질적인 기능, 존재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사실 보도'이고 다른 하나는 '비판 기능'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그래서 언론기관인 KBS에서 언론의 본질적 기능인 '비판 기능'을 억압하거나 무시하면 그건 언론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리고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설령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이라 하더라도 징벌을 가한다면 회사 내 언로가 막히고, 억압적 구조가 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보았다. 그리고 나도 젊은 기자 시절, 동아일보사 사주와 경영진을 호되게 비판하고 비방한 적이 있었던 것을...

그런데 나의 재임기간 중 반대자·비판자 가운데 유일하게 '징계'를 당한 경우가 있었다. 이른바 '녹취록 사건'에 연루된 윤명식(당시 심의위원)씨의 경우다. 그는 나의 강제 해임 뒤 이병순 사장 때 편성본부 외주제작국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리고 김인규 사장 취임 후 KBS JAPAN 사장에 취임하여 지금까지 재임 중이다.

그와 차갑진 전 KBS 시청자센터장은 노사 단체협약 상 KBS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1직급 간부들 수십 명을 모아 간부노조인 '공정방송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간부노조는 각종 성명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온갖 비방과 욕설을 해댔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나의 강제 해임 이후 간부노조의 존재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녹취록 사건'과 윤명식씨 징계... 유일한 반대자 징계 케이스

 윤명식 KBS 심의위원
윤명식 KBS 심의위원 ⓒ
그러다 '녹취록 사건'이 터졌다. 2006년 11월 9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강동순 당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전 KBS 감사), 윤명식 KBS 심의위원,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한 지역 방송사 사장, 제작사 대표 등 5인이 모여 온갖 이야기를 나눈 것이 그대로 녹취가 되어 이듬해 공개된 사건이다. 대화내용이 너무도 '친한나라당'적이었고, 노골적이어서 파장이 컸다.

"이제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된다"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도와야 한다" "도와준다는 거는 남의 일이라는 얘기" "우리는 한 배" "한 배가 아니라 우리 일이다"라는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윤명식 심의위원은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에게 "오늘 저 영광입니다. 근데 의원님 한 배입니다. 좌초되면 저희는 죽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런 대목도 있다. "정연주라는 사람은 참 사악한 사람이거든요"라고 윤명식씨가 말하자, 강동순 방송위원은 이를 받아 "사악한 놈이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들은 정말 나를 증오했던 모양이었다.

이런 발언이 공개되자 언론계와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그리고 KBS 내부도 시끄러웠다. KBS 피디협회는 윤명식 심의위원을 제명했다. 그리고 회사 인사위원회가 열려서 윤명식 심의위원에게 6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당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렇게 노골적으로 한나라당 편을 드는 심의위원을 왜 파면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윤명식씨는 그 뒤 KBS를 상대로 6개월 정직 처분 무효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윤명식씨 경우 징계 원인이 나에 대한 비판이나 비방이 아닌, '녹취록 사건'으로 인한 것이기는 하다. 어쨌든 5년 4개월 재임 기간 중 나에 대해 비판적인 인물이 부정과 관련된 일이 아닌 건으로 실제 징계를 당한 유일한 경우로 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랬기에 KBS 경영진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사원들에게 대규모 징계 통보를 하고, 이와는 별도로 비판적인 글(또는 짧은 댓글)을 썼던 사원들을 찍어내 징계를 하는 등 여러 인사상 가해행위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이 '기이한 불균형과 비대칭'

맨 먼저 드는 생각은 지금 KBS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그리고 그동안 있어온 일들이 이명박 정권이 해온 행태와 너무 닮았다는 점이다. 내 편이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가볍게, 관대하게 봐주고, 심지어는 감사를 새로 해서라도 혐의를 벗겨 주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김인규 체제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가혹한 처벌과 인사상 불이익을 서슴지 않아 왔던 것이다. 이번 대량 징계 통보가 이런 흐름의 정점을 가르키는 것처럼 보인다.

요즘 참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세상과 역사를 보는 눈, 가치관, 지향하는 방향 등이 이명박 정권, 한나라당, 조중동 등 수구 기득권 세력과 비슷하면 살아가는 방식과 행태, 사람 됨됨이 등 여러 면에서 참으로 비슷하다는 점이다. KBS 내의 지금 기득권 세력도 마찬가지다. 특히 제 편 감싸기와 봐주기, 그리고 반대편에 대한 혹독한 가해 행위의 측면에서 이들은 마치 일란성 쌍둥이인 것처럼 닮았다.

이번 60명 대량 징계 통보 대상자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대상은 파업참가 아나운서에 대한 높은 징계율이다. 모두 17명의 아나운서가 파업에 참가했는데, 징계 통보를 받은 대상자가 무려 14명이나 되어 비율로 치면 82%나 된다. 새 노조의 파업에 참가한 대부분이 기자, 피디였고, 그 숫자가 800명을 훨씬 넘었으니, 아나운서 징계율과 같은 82%를 적용하면 최소 600명 이상의 기자, 피디가 징계 대상자가 되어야 했다. 놀라운 불균형과 비대칭이다.

일반 국민에게 더 많이 알려진 아나운서의 파업 참여가 그만큼 더 '아팠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기자, 피디에 비해 숫자가 얼마 되지 않은 '약자'이니, '엄중한 징계'를 해도 괜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까, 파업 참가 아나운서에 대한 KBS 사측의 징계 의지는 '놀라운 불균형과 비대칭'이 말하듯 상식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나도 징계하라"- 대량징계 통보후 나타나는 KBS내 풍경

이 '기이하고도 무모한' 대량 징계 통보 후에 KBS의 젊은 기자, 피디 사이에는 "나도 징계하라"는 '자진 징계 요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디어 오늘>이 이들 가운데 몇 몇 기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저는 아직 연락이 없어서 섭섭합니다. 저는 21일 동안인가 무계결근이라고 근태 기록에 적혀 있어요. 저는 왜 명단에 없나요. 2차 명단이라도 준비하고 계신가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자랑스러운 명단에 들 수 있는지 좀 알려 주세요. 뭐 같은 시절에 뭐 같이 방송하는, 전두환이 시절에 버금가는 명비어천가 부르짖는 이런 시기에, 어디 가서 KBS라고 소속 밝히기 부끄러운 이런 시절에, 이 치졸한 짓거리들에 저항했다는 기록이 남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래야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기록을 내보일 수 있을 텐데. 잘 찾아보세요, 저도 걸면 걸 수 있는 게 있을 겁니다. (황상길 기자)

권력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아무리 처벌을 해도 조롱받는다. 촛불 시위 때의 '닭장 투어'를 기억하는가. 지금 KBS 노동자 사이에서는 '어쩌다 징계를 받았느냐'가 아니라 '왜 나는 뺐느냐'는 얘기가 오간다. 머리가 있다면 생각을 해보라. '노조를 인정하라'는, 단체협상에 성실히 응하라는 요구를 걸고 쟁의행위 찬반투표까지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했다. 회사는 이 파업을 불법이라 딱지 붙였고 참가자를 대량 징계했다. 1970년대 어느 공장이 아니라 물경 2010년 KBS에서 벌어진 일이다. (범기영 기자)

비징계자들이 나도 제발 좀 징계해주면 안 되는 거냐고 불퉁거리는 흐뭇한 정경...나도 나도 (징계하라). (김석 기자)

징계 대상자 아닌 사람들 모여서 성명 한 번 내면 어떨까요? ㅎㅎ 진지하게 드리는 말씀. (심인보 기자)

전원 징계 그날까지!! 새 노조, 새 역사 홧팅~!! (이수연 기자)

파업 관련 징계대상자가 통보된 뒤 KBS 젊은 기자 반응들 '썅 난 왜 빠졌어' '쟤가 뭘 했다고 징계야'. 근데 정말 난 왜 빠졌지? 전관 예우가 아니라 전과자 예우인가. (이철호 기자)

'진종철 폭행사건' 처리의 상징성-지금 KBS의 생얼굴

앞에서 언급한대로 KBS 새 노조는 이러한 대량 징계 통보가 전해지자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내가 KBS 새 노조의 성명서를 읽으면서 눈길이 간 곳은 결연한 의지를 밝힌 대목, 즉 "KBS 본부(새 노조)와 조합원은 징계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징계에 맞서 더욱 가열찬 투쟁을 전개할 것...그리고 끝내 징계를 무효화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과 함께 일반인이 읽었다면 그냥 스치고 지났을 다음과 같은 대목이다.

사내 폭력조차 성실과 품위유지 위반으로 문책하지 못하는 사측이 내놓은 이번 집단 징계회부 결정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스스로 반문해 보라.

 진종철 2005년 당시 KBS 노조위원장
진종철 2005년 당시 KBS 노조위원장 ⓒ 권우성
이 성명서에서 언급한 '사내 폭력' 사건은 바로 지난 '증언45'에서 이야기했던 '김인규 체제의 실세로 분류되는' 진종철 KBS 시청자권익보호국장(10대 노조 위원장)이 회식자리에서 부하 직원을 폭행한 사건이다.

KBS 공채 14기인 진종철 국장은 입사 선배(11기)이자 나이도 더 많은 조아무개 팀장에게 반말을 해 시비가 붙었고, 이후 식당 화장실에서 그를 폭행하여 눈 주변에 피까지 흘리게 한 사건이다. 그런데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진종철 국장에게 회사 측은 '경고'라는 극히 미미한 조치만 취했을 뿐이었다. 이 사건은 언론전문 인터넷 매체인 <미디어스> 보도로 일반에게 알려졌다.

그런데 KBS 직원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일반에게 알려지면 사건 관련자에게 '성실과 품위 유지 위반'이라는 사규 조항을 적용해 징계를 하는 게 보통이다. 진종철 국장의 경우 회사 선배를 주먹으로 때려 피까지 흘리게 된 큰 사건이었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까지 알려졌는데도 극히 미미한 '경고'밖에 받지 않았는데, 바로 이를 두고 KBS '새 노조'가 "사내 폭력조차 성실과 품위유지 위반으로 문책하지 못하는 사측"이라고 꼬집었던 것이다.

'진종철 폭행 사건'의 처리 과정이 보여준 상징성은 예사로운 게 아니다. 지금 김인규 체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KBS의 생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 편이면 일방적으로 감싸주고, 반대자·비판자에 대해서는 혹독한 인사 조치와 불이익을 서슴지 않고 있음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사건 가운데 하나다.

내 편 감싸기는 '진종철 폭행 사건'뿐 아니라 여럿이 있다. 그리고 반대자·비판자에 대한 가해 행위는 김용진 기자(전 탐사보도팀장. 현 KBS 울산방송국 기자)에 대한 일련의 징계 사건을 비롯하여 또한 여럿이 있다. 제 편 감싸기와 반대자·비판자에 대한 가혹행위 사이의 엄중한 이중성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금 KBS와 이명박 정권의 이중성이 기이할 정도로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정연주#김인규#진종철#KBS#엄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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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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