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하고팠던 게 바로 공부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있어 안온(安穩)한 공부는 제게 있어 커다란 사치였지요.
어머니의 상실과 아버지의 득병, 쓰나미보다 지독한 가난의 붙박이 등....
그래서 고작 초등학교 졸업만으로 학업을 마감하곤
모진 삭풍이 휘몰아치는 사회로 떠밀려 나와야만 했던 것입니다.
세월은 휘적휘적 흘러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었고 저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되었지요.
비록 정규학력은 초졸 뿐이었으되
수십 년 간 벼려온 방대한 독서와 독학(獨學)이란 내공은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이버 대학에서의 주경야독(晝耕夜讀)공부를 시작한 게 재작년입니다.
출발이 있으면 끝내 종착역 또한 있듯
마침내 3년 과정의 공부는 오는 12월 29일 졸업식으로 귀결됩니다.
어제 졸업 준비금을 송금하자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매월 두 차례 정례적으로 가진 오프라인 수업 때
졸린 눈을 부비며 책에 정신을 집중했던 나날들이 더불어 오버랩 되었습니다.
또한 수업 뒤에는 1만 원씩을 추렴하여 뒤풀이를 하면서
수업 때 부족했던 토의를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난상토론으로
이어갔던 날들도 두둥실 보름달로 함께 떠올랐지요.
잘 하는 거라곤 그저 술이나 잘 먹고 어쩌다 이따금 2차로 가는
노래방에서 춤도 좀 출 줄 알고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금세 친화력을
발휘할 줄 아는 거 빼곤 딱히 잘 하는 거라곤
도통 없었던 것이 그동안 제 삶의 족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왕지사 시작한 공부는 술꾼의 전형적 답습이자 고질병인
작심삼일(作心三日)과는 달리, 또한 '나이는 고작 숫자에 불과할 따름'이란
묵직한 각오의 바탕 위에서 철저히 실천해 온 저만의 어떤 작은 승리였지요!
아울러 이는 또한 성장할수록 더욱 더 무서워지는 대상으로 각인되는
자식들에게도 '니들 아빠도 이런 다부진 모습은 있단다!'를 새삼 느끼게 하는
계기로의 반전까지를 도모할 수 있는 어떤 구체적 함의(含意)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이 52세 늦깎이 학생의 사이버 대학 졸업을 축하해 주지 않으시렵니까?
올해 마무리 잘 하시고 더 건강하시고 복된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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