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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물은 날로 여물어 갔다.
소년은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가 보았다.
갈밭머리에서 바라보는 서당골 마을은 쪽빛 하늘 아래 한결 가까워 보였다.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간다는 것이었다. - 황순원의 <소나기> 중

작가 황순원과 소설 <소나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의무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한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서정적인 소설 <소나기>를 수도 없이 읽었을 것이다. 그와 그의 작품을 기리고 추억하기 위한 공간이 경기도 양평에 자리잡고 있다. 양평군 서종면에 자리한 '소나기 마을'이다.

그렇다면 황순원은 양평 출신일까? 아니다. 그는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태어난 이북출신 작가이다. 소나기 마을이 양평에 만들어진 것은 소설 속에 양평읍이 등장한다는 단순한 이유때문이다.

양평군과 경희대학교가 자매결연한 뒤 그 기념사업으로 소나기 마을을 건립하기로 한 후,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공사에 들어갔고 2009년 4월 완공되었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심을 추억하는 마음의 쉼터로써 발전하고 있는 소나기 마을을 둘러보자.

 황순원 문학관의 모습
 황순원 문학관의 모습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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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아래쪽에 차를 세우고 5분여를 올라가 정문에 들어서면 소나기 광장이 펼쳐지고 한쪽 어귀에 황순원문학관이 있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중앙홀에 눈에 띄는 구조물이 있다. 천장을 뚫어 빛을 들어오게 하여 광량이 많은 날은 지하층까지 빛이 닿는다고 하니 그 모습이 상상만 해도 멋질 것 같다. 구조물의 뒤쪽으로 둘러진 가벽에는 황순원 작가의 삶과 작품활동 등이 연대별로 기록되어 있다.

 황순원 문학관 제 3전시실 남폿불영상실에서 김기택 시인이 작가 황순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황순원 문학관 제 3전시실 남폿불영상실에서 김기택 시인이 작가 황순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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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문학관은 총 3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처음으로 이동한 곳은 제 3전시실인 남폿불 영상실이다. 어릴 적 다녔던 시골학교 교실 모습을 재현해놓은 모습에 어린시절 향수가 절로 꿈틀댄다.

현대 교실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 책상과 걸상이 반가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김기택 시인이 작가 황순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수영 문학상을 비롯해서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시인의 차분한 말투가 듣는 이를 더욱 편안하게 한다.

설명이 끝나고 나면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소설 <소나기>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오늘 상영된 것은 소나기 그 후의 이야기다. 허무하게 끝나버린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영혼으로나마 달래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이 담긴 애니메이션이다.

개인적으로는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에 <소나기>라는 소설이 더 아름답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이 영상물의 내용이 조금은 쌩뚱맞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미 동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 후의 이야기를 어색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아이의 손을 잡고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영상 속에서 비가 오면 실제로 천장에서 비가 떨어지고, 바람이 불면 실제로도 그 바람을 느낄 수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황순원 문학관 내의 문학카페 '마타리꽃 사랑방'
 황순원 문학관 내의 문학카페 '마타리꽃 사랑방'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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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실을 나와 향한 곳은 마타리꽃 사랑방이라는 문학카페다. 문학카페는 정성을 다한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받으며 황순원의 문학에 빠져들 만한 공간들로 잘 꾸며져 있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소리로 듣는 책이나 e-book등을 이용할 수도 있고, 게임으로 이야기를 즐길 수도 있다.

 황순원 문학관 제2전시실 작품속으로의 내부 모습 일부
 황순원 문학관 제2전시실 작품속으로의 내부 모습 일부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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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전시실은 '작품속으로'라는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의 작품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을 읽지 않고서도 느낌에 맞는 영상이나 구조물들을 통해 어떤 내용이나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황순원의 소설은 <소나기>만 알고 있었는데 이 공간을 통해 <카인의 후예> <독 짓는 늙은이> <목넘이 마을의 개> <학> <나무들 비탈에 서다> <일월> 등의 다양한 작품들을 조금이나마 만날 수 있었다.

 작가 황순원의 서재를 재연해놓은 모습, 단아하고 소박한 모습이 그의 성품과 닮아있다.
 작가 황순원의 서재를 재연해놓은 모습, 단아하고 소박한 모습이 그의 성품과 닮아있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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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전시실은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작가 황순원의 생애와 그의 유품, 생전 그의 모습들을 만날 수가 있다. 또 그의 고집스러운 작품활동만큼이나 단아하고 소박한 서재의 모습을 엿볼 수도 있다.

문학관을 나와 오른쪽으로 난 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황순원 묘역을 지나 수숫단 오솔길로 이어진다. 수숫단 오솔길은 소설 속 소년과 소녀가 함께 거닐던 길을 재현해 놓은 길로 그들이 함께 비를 피하던 수숫단들이 세워져 있다. 이곳을 지나가면 누구든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수숫단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비가 오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소나기마을의 소나기광장 전경
 소나기마을의 소나기광장 전경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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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고향의 숲, 해와 달의 숲, 각종 행사가 이뤄지는 사랑의 무대를 지나 소나기 광장에 이른다. 소나기 광장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요 장면을 담아 놓은 정원으로 매일 3회 인공 소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광장에 설치된 수숫단에 들어가 소나기를 피하는 주인공이 되어보는 느낌은 어떨까? 시기가 겨울이라 체험을 할 수 없음이 아쉽다.

이 밖에도 작가의 어린 시절 외가가 있던 목넘이 마을 고개를 재현한 목넘이고개, 소년이 소녀를 업고 건너던 분위기를 살린 너와 나만의 길, 소녀가 건넨 대추와 소년이 따던 호두를 소재로 한 고백의 길과 같은 다양한 코스가 있다.

여행꼭지
◆소재지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산 74번지
◆문의 : 031)773-2299,4499
◆홈페이지 : http://www.소나기마을.kr/
◆입장료 : 어른 2,000원 | 청소년·군경 1,500원 | 어린이 1,000원
◆문학관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6시(11월~2월은 오후5시까지 | 휴관일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명절당일)

◆가는 방법
-자가용 이용시
① 내부순환로→북부간선도로→구리→덕소→팔당→용담대교→양수리→서종문화체육공원→문호리→소나기마을
② 올림픽대로→미사리→팔당대교→팔당→용담대교→양수리→서종문화체육공원→문호리→소나기마을
③ 강변북로→구리→덕소→팔당→용담대교→양수리→서종문화체육공원→문호리→소나기마을
④ 올림픽대로-미사리방향-경춘고속도로-서종나들목-양수리방향-문호리-소나기마을
-지하철 이용시
①중앙선 양수역에 하차(회기역에서 38분 거리) → 문호리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 하차(양수역에서 15분 소요)
-버스 이용시
①양수리(두물머리)로 와서 문호리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 하차(양수역 근처에서 15분 소요)

◆산책코스
-제1코스(10분 소요) : 소나기 광장 ⇒ 사랑의 무대 ⇒ 고백의 길
-제2코스(20분 소요) : 황순원 묘역 ⇒ 수숫단 오솔길 ⇒ 고향의 숲 ⇒ 들꽃마을 ⇒ 송아지 들판 ⇒ 너와 나만의 길 ⇒ 소나기 광장
-제3코스(40분 소요) : 황순원 묘역 ⇒ 수숫단 오솔길 ⇒ 고향의 숲 ⇒ 해와 달의 숲 ⇒ 학의 숲 ⇒ 목넘이 고개 ⇒ 송아지 들판 ⇒ 너와 나만의 길 ⇒ 소나기 광장

덧붙이는 글 | http://dandyjihye.blog.me/140120562934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경기도#양평#소나기마을#황순원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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